비유 ‘목자와 양’의 치명적인 오역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양을 치고 먹이라고 ‘비유’로 말씀하신 구절에 근거하여 베드로를 목자로, 교인들을 양으로 이해하는 것이 기독교 신학과 종교의 일반적인 해석이며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목사가 교인들을 다스리는 목자로 이해하는, '왜곡된 목양론’이 형성된다.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양을 치라’는 말씀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천국열쇠’를 부여받은 베드로가 ‘그리스도의 대리인’으로 사도권을 부여받았다는 해석이다.

그리고 ‘초대 교황’으로 세워진 베드로의 ‘사도권’은 후대 가톨릭 교황에게 계승되고, 교황은 사제에게 위임하면서 마침내 ‘사도적인 계승’을 통해 교회에 성직이 세워진다는 이론이다. 나아가 베드로의 영적 권세를 잇는 ‘사도적 계승’은 만인제사장주의를 주창하는 개신교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목사 성직주의가 오늘날 개신교에 만연한다.

그렇다면 베드로는 양을 지배하는 ‘통치권’을 지닌 것인가? 다시 말해 베드로가 양을 지배하는 우월적 지위를 지닌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성경에서 예수는 베드로에게 양을 주고, 양을 소유한 베드로가 주인으로서 양을 통치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는 베드로에게 ‘내 양을 치라’, ‘내 양을 먹이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양'은 베드로의 양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양, 이를테면 하나님이 예수에게 주신 하나님의 양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양은 미물인 짐승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를 상징하는 '그림언어'이다.

다시 말해 베드로는 엄밀한 의미에서 양의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어린 자녀들을 지키고 돌보는 하나님의 종이며, 비록 어린 자녀일망정 결코 하나님의 종은 양이 상징하는 ‘하나님의 자녀’의 지위를 능가하지 못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예수께서 베드로라는 종에게 하나님의 자녀들을 맡기신 이유다. 그것은 하나님의 자녀가 종보다 열등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영적으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어린 양, 다시 말해 어린 자녀이기 때문에 종의 보호와 양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목자와 양의 관계, 종과 자녀의 관계를 성경의 예를 들어 간단히 설명한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아브라함은 독자 이삭을 동족과 결혼시키기 위해서 종 ‘엘리에셀’을 자기가 살았던 고향으로 보낸다. 그때 종 엘리에셀은 이삭의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지녔지만, 그는 아브라함의 아들인 이삭보다 우월한 지위 때문이 아니라 다만 종으로서 아브라함의 명령에 순종한 것이다.

즉, 예수께서 말씀하신 목자와 양의 관계처럼 아브라함의 종은 이삭의 아내를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그것은 종이 자녀보다 높은 지위이거나 자녀를 다스릴 수 있는 권한 때문이 아니다. 다만 종으로서 주인의 자녀를 섬기는 자기 역할을 수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목자와 양의 관계로 종종 비유되는 목사와 교인의 성경적인 의미에서 실제 관계는 흔히 생각하듯이 목사가 우월하고 교인이 열등한 수직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양으로 상징되는 하나님의 자녀는 목자인 종보다 우월한 신분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된다. 오늘날 성도는 교회의 지체인 동시에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은 성도를 일컬어 “너희는 왕 같은 제사장들이다”라며 성도의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는가. 여기서 주의할 것은, 목사와 교인의 관계를 종인 목자와 자녀인 양의 관계로 해석해야 마땅하지만 이는 목사가 교회의 사역자로서 교인들을 섬기는 경우에, 이를테면 '사역'에 한정해서 하는 말이다.

목사는 성경적인 관점에서 목자로서 주의 종인 동시에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그의 신분은 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성도이기 때문에 목사 역시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일한 목자, 이른바 ‘선한 목자’로서 ‘오직 예수’ 외에 다른 중재자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된다. 이런 관점에서 예수께서 '비천한 종'으로 세상에 오셔서 생명을 바치기까지 복종하셨다는 구절의 의미를 주의 깊게 새겨야 한다.

요컨대 목사는 교인들을 섬기는 '종 된 목자'인 동시에 하나님 앞에서는 교인들과 동등한 자녀이다. 그리고 선한 목자이신 예수께서 우리를 지키시고 돌보시며 하나님 나라로 이끄시는 구원자이시다. ‘목사 목자’는 다만 ‘선한 목자’이신 예수께서 명령하신 계명에 따라 자기 생명을 아끼지 않고 교인들을 섬기는 종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