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교회

한신나눔터

글제목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삽니다..
작성일	2017년 04월 10일 05시 22분 30초
작성자	유순길
게시판명	한신나눔터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삽니다>

얼마 전에 천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사지가 마비된 채 살아가고 있는 환자였습니다. 검사를 받기 위해서 입원한 환자의 얼굴이 저렇게 편안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장애를 입은 지 11년이나 되었지만 그가 있는 병실 복도에는 언제나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 병실에는 환자들이 그의 곁에 모여 환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에게 물었습니다. "11년 동안이나 사지 마비 장애자로 사셨는데, 어떻게 그리 천사같이 편안한 모습일 수 있어요? 어쩜 그렇게 유머 감각도 풍부하세요?"

그는 대답했습니다. "네. 저는 옆으로 돌아누울 수도, 내 손으로 밥을 떠먹을 수도, 대소변을 가릴 수도, 걸을 수도 없는 상태로 11년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동안 불편했을 뿐 불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를 진실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죽으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거추장스럽게 살아 있어서 아이들과 아내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아내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당신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해요. 당신이 아무것도 못하고 드러누워만 있다 하더라도, 당신을 간호하는 게 정말 힘들다 하더라도. 나는 어디 가서 남편 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아요. 당신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사고를 당했을 때,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이 지금 벌써 중고등학생이 됐는데 학교에 오고 가면서 들은 것을 일일이 다 제게 말해 준답니다. 그리고 손을 잡고 '아빠, 우리는 집에 아빠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아빠가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해. 아빠 사랑해'.하고 말하지요" 그렇게 말하는 환자의 눈에 이내 뜨거운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눈물 안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담겨 있을까요.

"저도 처음에는 그 사랑한다는 말이 입에 발린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의 고백은 11년 동안 한결같았지요. 누워서 밥을 받아먹고 누운 채로 대소변을 보아야 했기 때문에 불편하고 미안했지만 내가 살아 있어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인가 '나도 저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하나님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저는 손과 발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저의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해 주셨습니다. 제가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신 것입니다. 나의 넉넉한 웃음으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평안함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때부터 낮 동안에 본 TV 프로그램 중 몇 가지를 골라서 여러 형태로 각색 작업을 하여 저녁 때 돌아오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새 아내와 아이들뿐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까지 즐거움을 선사하게 된 것입니다. 아내는 너무 좋아서인지 가끔 제 이야기를 듣다가 울기도 한답니다."

"사람이 무엇으로 사느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산다'고 말입니다. 어떠한 좌절과 고통의 파도가 밀려온다 하더라도, 진실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세상은 살아갈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