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지순례(1) 땅에 있는 하늘(by 이윤재 목사)

                       

성서의 땅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4천년 이상 끈질기게 그 생명을 유지해 왔던 유대인과 아랍인의 땅, 지중해변의 이 작은 나라는 우리에게 어떤 땅인가? 우리가 매일 가슴에 품고 사는 성서의 세계는 그것이 태어난 땅과 어떤 관련을 가지는가? 이 질문에 대하여 필자는 일찍이 성서의 세계를 드라마의 세계라고 말한 성서학자 아하로니(Y.Aharoni)의 말을 가능한 해답의 하나로 경청하고자 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성서의 드라마에는 각본이 있고, 등장인물이 있고, 연출자가 있고, 무엇보다 무대가 있다. 성서의 땅은 말하자면 하나님이 펼치시는 구원사의 현장 곧 성서 드라마의 무대가 되는 셈이다. 무대란 무엇인가? 무대란 두말할 것도 없이 연출자의 의도적인 세팅인 것이다. 관객에게는 우연한 것처럼 보이는 작은 소품 하나, 보잘것없은 그림 한 점, 화병의 꽃 한 송이도 연출자의 의도와 상관없는 것은 없다. 이것이 무대이다.

성서의 드라마가 펼쳐진 팔레스타인은 어떤 무대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드라마의 현장인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이해없이 성서의 드라마를 보는 훈련에 길들여져 왔다. 각본에 쓰여진 언어의 스타일에 관심하는 문학적, 언어학적 연구, 등장인물의 퍼스낼리티와 캐릭터에 관심하는 심리학적, 인간학적 연구, 연출자인 하나님의 속 마음으로부터 그 본래적 메시지를 탐구하는 신학적 연구, 이것들은 말하자면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성서 연구의 주요한 품목들이었다. 이러한 품목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하긴 하지만 이제라도 우리가 보완해야할 것이 있다. 그것은 드라마가 펼쳐지고 표현된 무대로서의 팔레스타인 땅과 그 열매인 문화에 대한 적극적 이해이다. 성서의 말씀은 위대한 하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하늘의 메시지는 땅없이는 생겨나지 않았다. 하늘의 위대한 메시지가 작은 땅 팔레스타인 무대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성육신(成肉身)의 신비에 접촉하지 않는 성서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공소한 천상의 독백이 될 뿐이다. 러시아의 한 우주비행사가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환영석상에서 한 기자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하늘에서 하나님을 보았소?” 이 말을 들은 우주 비행사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니요. 나는 하늘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소”. 이 말을 전해 들은 한 사제가 탄식하듯 말했다. “땅에서 하나님을 보지 못하니 어찌 하늘에서 하나님을 볼 수 있겠소?”

세상의 모든 종교는 결국 하나님을 보자는 데 그 궁극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면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 동양종교는 땅이 곧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이름하여 ‘범아일체’(凡我一體)이다. ‘하늘을 보려거든 땅을 보라. 땅이 곧 하늘이다’. 그들은 땅과 하늘을 일원론적 세계의 언어로 말한다. 그것은 내가 어느날 부처되는 세계요, 하늘을 나는 신선처럼 되는 세계이다. 그러나 동양종교는 피조물인 땅을 신화(神化)시킴으로써 결국 그 땅에서 하나님도 못보고 하나님에게서 땅도 보지 못한다. 땅과 하늘에서 결국 보는 것은 신으로 위장된 ‘나’를 볼 뿐이다. 반면 서구의 종교는 땅과 하나님을 분리시킴으로써 종교적 경건을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사람을 땅에 있느니라“(전도서5:2)는 말씀은 이 신학의 성서적 근거가 될 것이다. 그것이 유대교의 유일신 신앙안에 표현되었다. 6세기에 쓰여진 바빌로니아 탈무드는 기독교의 삼위일체 신앙과 성육신 신앙을 의식하여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하나님에게는 아들도 없고 형제도 없다. 누구든지 하나님이 사람으로 왔다고 하거나 사람이 하늘로 올라갔다고 말하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라“. 하나님은 결코 땅에 내려올 수 없으며 땅에서는 결코  하나님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땅에서 볼 수 있다. 아니 땅에서 보아야 한다. 땅에서 보지 못하는 하나님은 이미 하나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태초에 땅과 하늘을 창조”(창1:1)하셨으며, 예수 그리스도는 그 “하늘과 땅의 권세를 받는 분”(마28:18)이시다. 하늘과 땅은 하나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둘도 아니다. 땅속에 하늘이 있고 하늘위에 땅이 있다. 왜 우리가 팔레스타인 땅을 말하고 드라마의 무대를 말하고 문화의 중요성을 말하는가? 하나님은 땅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땅에서 하나님을 보지 못하면 하늘에서도 하나님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땅의 원형은 팔레스타인 땅이다. 무대로부터 메시지를 보고 땅으로부터 하나님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