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기오 해외현지선교
지난 2월 10일부터 14일까지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바기오 선교를 다녀왔습니다. 의료팀 14명, 청년문화팀 11명, 이미용팀 3명 등 총 28명이 참가했습니다. 필리핀은 7천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다도해 국가입니다. 저희들이 방문한 바기오는 마닐라에서 버스로 5시간 걸리는 북쪽 지역에 위치한 곳입니다. 1500m 고산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여름철에도 기온이 선선해서 ‘여름철의 수도’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많은 섬만큼이나 많은 종족으로 구성된 나라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필리핀에는 최소 20여개의 종족이 모여 살고 있는데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따갈로그 종족은 마닐라 주변에 주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반면 바기오에는 일로카노 족들이 많이 살고 있고 따갈로그와는 조금 다른 일로카노어를 쓰고 있습니다. 한 나라 안에서 다양한 민족과 언어가 혼재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마태복음 28장에 보면 예수님의 대위임령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마28:19) 여기에 등장하는 민족이란 단어의 헬라어 원어는 ‘에스네’입니다. 이 말은 인종, 종족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국가, 나라 단위의 큰 개념이 아니라 그 나라를 구성하는 집단, 공동체를 일컫는 말이란 뜻입니다. 영어에서 인종을 뜻하는 ‘에스닉‘은 바로 에스네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이번 선교팀의 공식 타이틀은 ‘바기오해외현지선교’입니다. 굳이 필리핀이라고 하지 않고 바기오라고 명명한 것은 일로카노족, 특별히 바기오에 사는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려는 취지에서였습니다. ‘여호수아프로젝트’란 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6,591개의 인구집단이 있으며 이중에 미전도된 집단은 6,741개라고 합니다. 아직도 40,6%의 인구가 하나님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성육신 이후로 복음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교통의 발달과 과학기술에 힘입어 하나님을 알아가는 민족도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미전도종족들이 하루 속히 주님을 알고 주님께로 돌아오기를 소망합니다. 선교를 향한 우리의 꿈과 열정이 좀더 구체적이고 집중화 되어서 선교의 풍성한 결실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네 형제를 굳게 하라
선교를 준비하는 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바기오 선교가 세 번째이다 보니 선교지에 대한 관심도가 별로 높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인접국가이며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선교 신청율이 저조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필리핀 선교를 놓고 기도하는 중에 눅22:32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네 형제를 굳게 하라” 필리핀 형제들도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우리의 형제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두 가지 기도제목을 주셨는데 하나는 핑엇교회가 그 지역을 복음화 시키는 자생적 복음 공동체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선교대상 교회에 머물지 않고 지역과 열방을 위해 기도하고 선교하는 선교적 교회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짧은 일정이지만 주님의 기도와 도우심을 의지하면서 나아기로 했습니다. 한 형제임을 깨닫고 선교할 때 그들의 믿음이 굳세어지고 이전보다 더욱 부흥하는 교회가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4시간여의 비행을 마치고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안대를 지나고 검색대를 통과했습니다. 혹시라도 통관에서 걸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명 두 명 공항 출구로 나오기 시작하더니 팀원 모두가 검색을 당하지 않고 빠져 나왔습니다. 세금을 더 내거나 압수당하는 일 없이 무사통과한 것입니다. 앞서 두 번의 선교에서는 항상 통관에서 문제가 생겼던 터라 더욱 감사했습니다. 하나님의 강한 도우심을 느낄 수 있었고, 은혜로운 선교를 알리는 좋은 신호탄처럼 여겨졌습니다.

한국에서 금요일 저녁에 출발한 선교팀은 당일 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였고 다시 버스를 타고 밤새 달린 끝에 선교지역인 바기오에 도착했습니다. 바기오는 과연 북쪽 지역답게 기온이 낮고 썰렁함마저 감돌았습니다. 우리는 주섬주섬 긴옷을 챙겨 입고 숙소에 들어가서 도착예배 겸 경건회를 드렸습니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는 필리핀의 명물인 지프니를 타고 핑엇교회로 출발했습니다. 바기오는 고산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핑엇 교회는 산 중턱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핑엇교회를 보는 첫 순간 노아의 방주가 떠올랐습니다. 높은 산에 교회가 있고, 마을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곳이야말로 이 지역의 방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산 위로 계속해서 집들이 지어지고 마을이 형성되고 있는데 이 교회를 통해 지역민들이 복음을 듣고 구원받는 역사가 일어나길 기도했습니다. 핑엇마을을 살리는 핑엇의 대표적인 교회가 되게 해달라고 간구했습니다.

청년사역
이번 선교의 핵심은 청년사역이었습니다. 서광 청년을 중심으로 젊은 청년들이 선교의 주축이 되었고 양국 청년간의 발전적인 교류를 기대하며 떠났습니다. 사역 첫날, 교회 벽면을 페인트칠하는 노동사역을 했습니다. 원래 목표했던 노랑색까지 칠하지는 못했지만 시멘트 벽면 그대로였던 교회 한쪽이 하얀색으로 새롭게 단장되었습니다. 오후에는 현지 청년들과 조를 짠 뒤 노방전도를 실시했습니다. 현지인 가정에 들어가 인사를 하고 복음을 전하였는데 한국과는 달리 다들 반색하고 환영해주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준비한 선물을 현지인들에게 나눠주면서 주일예배 초청을 하였습니다. 밤에는 양국 청년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한신 청년들이 인도를 맡아 찬양했고 저는 복음팔찌를 가지고 복음에 대해 설교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기도 시간은 양국 청년들의 눈시울이 모두 촉촉해진 성령충만한 시간이었습니다. 언어와 생김새는 다르지만 성령 안에서 하나 되고 연합된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축복하면서 뜨겁게 기도하였습니다.

의료사역
의료사역은 치과와 내과 사역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종수 안수집사님, 유준상 안수집사님께서 치과 업무를 맡아주셨고, 손미현 권사님께서 내과 업무를 담당하셨습니다. 필리핀은 치아상태가 매우 열악한 곳입니다. 더운 나라이다 보니 사람들이 콜라나 단 음식을 즐겨 먹으면서 이빨이 썩고 상한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가난하여서 치료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었던 이들은 이번 선교를 통해서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었습니다. 2틀 동안 치과팀이 치료한 환자 수는 어림잡아 400여명입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돌려보낸 자들도 많은데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내과 팀을 통해 약을 타간 현지인은 200여명입니다. 약사이신 손권사님과 보건교사이신 신장미 집사님께서 많은 수고를 감당해주셨습니다. 일하던 직장을 잠시 내려놓고 선교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재정에 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많은 고생과 희생이 뒤따르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선교를 위해 기꺼이 병원의 업무를 내려 놓고 선교에 힘써주신 두 치과 의사분과 약사, 보건교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현직 간호사이신 두 청년(김혜미, 김은영)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치과 사역은 제대로 진행되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일상의 편안한 환경을 뒤로 하고 낯선 타지에서의 선교 사역에 기꺼이 동역해주신 두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미용 사역
금번 선교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던 또 하나의 사역이 바로 이미용 사역입니다. 이의신권사님, 장인국장로님, 김선희권사님 세분은 최고의 팀웍을 이루며 정성을 다해 현지인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었습니다. 특별히 김선희 권사님은 선교 직전 대상포진에 걸려 입원까지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선교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고 약을 복용하면서까지 하나님 나라를 위한 투혼을 불사르셨습니다. 장인국 장로님의 열정도 남다릅니다. 40년 다니던 회사를 은퇴하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장로님은 아내와 더불어 선교에 매진하기로 결심을 하고 작년 가을 교회 문화센터 헤어컷반에 등록을 하여 미용 사역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실력자가 되었습니다. 이의신 권사님은 선교팀의 최고령자답게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하시고 젊은 청년들의 든든한 지주가 되어 주셨습니다. 특히 6개월전 어깨가 파열되어서 정형외과 치료를 계속 받아왔음에도 그 사실을 남편에게 숨기면서까지 선교를 준비하셨다는 고백을 들었을 때 우리 모두의 마음을 감동케 하였습니다.

18주년 예배
선교팀이 방문했던 주일은 공교롭게도 핑엇교회의 창립 18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전혀 의도하지 않고 잡은 일정이었는데 인도해주신 하나님의 섭리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경이로운 사실은 핑엇교회의 올해 표어가 우리 교회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being rooted in God’s Word, united in God’s love that knows no bounds..“ ”하나님의 말씀에 뿌리를 박아, 끝이 없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하나되고“ 어느덧 18살이 된 핑엇교회가 하나님께 받은 사명 역시 믿음에 굳게 서는 것이었습니다. 양 교회를 사랑하시고 부흥하게 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마음이 어찌도 이리 오묘한지요. 현지 교회는 우리 팀의 방문을 환영하면서 바기오전통 민속춤과 주일학교 아이들의 특별한 율동을 선보였습니다. 우리는 함께 찬양했고 함께 하나님의 몸된 교회의 부흥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헌금을 모아 현지 아이들을 위한 장학헌금을 드렸는데 그 액수가 적지 않아서 선교팀원들조차 놀라워했습니다. 현지 교회를 향한 청년들의 사랑과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고 우리로 한 형제 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렸습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예수님
마지막 날 밤, 팀원 모두는 밤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금번 선교를 돌아보면서 각자 느낀 점과 도전받은 내용을 나누었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말을 잇지 못하는 팀원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이 하셨다면서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받은 은혜와 감동이 도가니처럼 넘쳐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나눔을 마치고 한사람씩 찾아가 축복하고 안아줄 때는 우리가 다시 한 번 한 형제자매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우리의 믿음을 굳세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주제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사명을 부여하시기 전, 한 가지 특별한 행동을 하셨음을 봅니다.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노니” 예수님은 베드로의 믿음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이 말씀 직후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였지만 그럼에도 베드로가 다시금 일어나서 놀랍게 쓰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예수님이 저를 위해 기도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저와 여러분의 믿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기도하시고 계십니다. 하나님 보좌 우편에서 우리를 위해 간구하시고 계십니다(롬8:34). 이제 예수님이 주신 사명을 위해 나아가지 않겠습니까. “네 형제를 굳게 하라“ 우리 주변에는 연약한 형제들이 많습니다. 국내 미자립교회, 개척교회, 농어촌교회, 해외 선교사님들, 핑엇교회 형제들 그리고 아직도 복음을 듣지 못한 채 죽어가는 수많은 미전도종족들. 이들을 위해 선교사적인 삶을 살고 선교사로 헌신하는 자들이 일어나길 소망합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예수님을 의지할 때 저와 우리 모두의 믿음이 굳건해 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