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올린 시간 : 2019년 07월 03일 14시 12분 25초

아프리카(16)  감사를 배우며

마침내 아내가 짐을 쌌다. 벌써 두 주 전의 일이었다. 그동안 낑낑거리고 버텼는데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 고혈압과 지병으로 건강에 자신이 없던 아내는 처음부터 아프리카를 무서워했다. 그가 무서워했던 것은 많았다. 우선 모기가 무서웠다. 한국에서 어디를 가면 항상 모기는 집사람을 물었다. 우리는 우스개소리로 아프리카에서 마귀와 싸우지 말고 모기와 싸우자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것은 더위였다. 이스라엘도 더웠지만 아프리카의 더위는 조금 다른 더위였다. 그냥 더운 것이 아니라 정신을 나가게 하는 더위였다. 그런데 그 더위가 쉴새없이 계속되었다. 세계적인 이상 기후가 아프리카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거기다가 전기라도 나가는 날이면 밤새 더위와 싸워야 한다. 그래서 참다 참다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짐을 싼 것이다. 

우리가 정말 고대했던 것은 속히 비가 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비는 오지 않고 더위는 무정하게 계속되었다.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면 기우제라도 드리고 엘리야처럼 갈멜산이라도 올라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며칠전 기다렸던 비가 내렸다.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덮히더니 빗방울이 한 낱 두 낱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소나기가 쏟아졌는데 나는 평생에 그런 소나기는 처음 보았다. 천둥과 함께 들이닥친 소나기는 광풍 그 자체였다. 갑자기 교실안으로 빗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길은 순식간에 흙탕물로 변했다. 그리고 한 30분 지나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다시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그런데 오후 늦게 집에 오자 일이 생겼다. 오후에 천둥과 함께 내린 비로 갑자기 전기가 나간 것이다. 전기만 나간 것이 아니라 아예 전기시설 자체가 파괴되었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그래도 전기는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던 비가 쏟아지자 전기까지 나간 것이다. 전기가 나가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부억에서 음식을 만들 수도 내일 가르쳐야 한 교재도 준비할 수 없었다. 깜깜한 방에서 물었다. '그래도 더울 때가 낫지 않았나? 그래도 전기는 있었으니까. 어떤 것이 나을까? 더워도 전기가 있는 것이 나을까? 깜깜해도 비오고 시원한 것이 나을까?' 

물사정도 비슷했다. 보통 사람들은 아침마다 하루에 마실 물을 길어와야 한다. 그 일이 쉽지 않아서 수도공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공사가 시작되어 물이 나왔으나 물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 물을 받아 목욕이라도 하려면 한나절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또 물었다. '어떤 것이 나을까? 힘들더라도 빨리 물을 길어오는 것이 나은가?  조금 기다리더라도 수도앞에서 기도하는 것이 나은가?'

우리의 인생은 아무리 봐도 두 가지가 한꺼번에 오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전기도 나가지 않고 시원한 날도 계속되는 날은 우리 인생에 그리 많지 않다. 멀리 물길러 갈 필요가 없을만큼 언제나 물이 콸꽐 쏟아지는 때는 우리 인생에 많지 않다. 어떻게 할 것인가? 딱 한 가지 밖에 없다. 그때 그때 감사하는 것이다. 

감사는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 언제나 좋은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상황도 사실은 그보다 나은 것보다는 못하고 

가장 나쁜 환경도 그보다  못한 것보다는 낫다.

누구나 스스로 감사가  되지 않는다.  

감사는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감사는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것이다. 될 때까지 연습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빛과 함께 어둠을 지으셨다. 하나님은 낮도 지으셨지만 밤도 지으셨다. 

하나님은 형통한 날의 주인일 뿐아니라 곤고한 날의 주인이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우리에게 병행하게 하셨다(전7:14).

우리가 어디에 살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세상에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다. 있다면 더 좋기를 바라는 우리의 욕심이 있을 뿐이다. 더 좋은 환경이 더 좋은 감사를 만들지 않는다. 더 좋은 감사가 더 좋은 환경을 만든다. 

다음날 집사람은 짐을 풀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 조용히 감사하기로 다짐했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전기가 나가면 나간대로 감사하기로 했다. 감사는 그날 우리의 일상을 생의 최고의 날로 바꿨다.

아프리카(17) 미리암 이야기

이번에 공부하는 학생중에 미리암이란 여학생이 있다. 남학생으로 둘러쌓인 교실에 있는 유일한 여학생이다. 본래 이번 학기에는 여학생을 받지 않았다. 두 명의 우간다 여학생을 면접하긴 했지만 기숙사 사정상 남학생만 받기로 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공부를 시작한 한 여학생이 1년이 더 남았다며 뒤늦게 나타났다. 그가 미리암이다.

지난 주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는데 자기 가게를 보고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가게를 연지 며칠 안되었다는 것이다. 공부하는 학생이 무슨 가게를 열었는지 궁금해서 먼지나는 도로를 따라 그의 가게를 방문했다. 그의 가게는 놀랍게도 복잡한 쿠미 시장 한복판에 있었다. 무엇을 파는가 했더니 포셔와 빈을 팔고 있었다. 포셔(옥수수 가루)와 빈(콩)은 이 나라의 주식이다. 가게라고 해야 기껏 시장 바닥에 자리 펴고 자루 몇개 갖다 놓고 파는 노점상같은 것이었다. 그런 가게를 보라고 나를 오라고 한 것도 놀라웠지만 그 작은 가게를 보여주면서 조금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더 놀랐다.

이 일을 계기로 그의 인생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부모는 그가 여덢살 때 이혼했다. 아버지가 어느날 어머니를 미워하는가 하더니 어느날 아예 새 엄마를 데리고 왔다. 그 날부터 엄마는 동생들과 함께 밖에 나가 살고 미리암은 아버지 집에서 새 엄마와 함께 살아야 했다. 미리암의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머니와 동생을 버린 아버지를 미리암은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었다. 더 큰 고통은 새 엄마와의 관계에서 나왔디. 나이 스물이 넘자 새 엄마는 미리암을 위해 남자를 붙이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딸을 시집보내면 '신부지참금'(bride price)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의 한 남자와 관계한 것이 그만 아들을 낳고 말았다(지금 초등학교 1학년). 그런데 그 남자는 사깃군이었다. 아들이 태어나자 어디론지 도망가고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그러다 삶에 지친 어머니도 결혼했다. 새 아버지는 능력도 없고 그나마 온 몸이 병주거리인 남자였다. 엄마는 불쌍하고 결혼은 이해가 되었으나 그동안 의지했던 엄마마저 결혼하자 미리암의 상처는 커져만 갔다. 그후 미리암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둘은 다행히 한 믿음으로 만나 교회에서 결혼했다.

고통스런 인생을 보내던 어느날 미리암이 교회에서 설교를 들었다. '우리가 원수되었을 때 그의 아들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롬5:10). 하나님이 원수같은 우리를 위해 자기 아들을 죽게 했다는 것이었다. 마침 아버지, 새 엄마, 사라진 남자를 원수같이 여기고 있던 때라 그 말이 쏙 귀에 들어왔다. 그 말씀을 들을 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 원수가 곧 하나님 원수는 아닌가?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하나님은 미워하지 않는가?' 오랜 기도끝에 그는 자기가 미워하는 누구도 하나님은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왜 하나님이 미워하지 않은 사람들때문에 자기가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했하기 시작했다.

그 뒤 그는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리고 새 엄마, 엄마도 찾았다. 그리고 평생 상처가 된 그들을 마음으로 용서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그후 신학교에 입문했다. 현재 미리암은 주말마다 교회에서 아픈 환자를 찾아 다니며 위로하는 일을 하한다. 그가 신학공부를 마쳐야 하겠다고 생각한 것도 자기처럼 상처받은 사람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기 삶을 위해 용감하게 가게도 열었다.

미리암의 이야기가 충격적이긴 했으나 그로부터 사람을 사랑하는 중요한 표준 하나를 배웠다. '내 원수가 곧 하나님의 원수인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하나님도 싫어할까?' 만일 내 원수가 하나님의 원수가 아니라면 나는 내 원수를 사랑해야 한다. 만일 내가 싫어하고 심지어 미워하는 그 사람을 하나님이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면 나도 그를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말아야 한다. 성경의 요나가 그랬다. 그와 이스라엘은 툭하면 자기 나라를 괴롭히는 앗시리아를 좋아 하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마 심히 미워했을 것이다. 그래서 니느웨(앗수리아의 수도)도 가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그런 니느웨도 하나님은 사랑하고 있었다.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가축도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욘3:11). 요나의 원수가 하나님의 원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 나라고 왜 원수같은 사람이 없겠는가? 그러나 아직도 어린 나이에 수많은 고통을 이기고 일어난 아프리카의 여학생 하나가 아니었다면 나는 하마트면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사람들을 평생 가슴에 품고 불행하게 살뻔 했다.

그래서 아직 용서하지 못하고 그 사람만 생각하면 마음의 상처가 돋아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한번 물어보자. 내 원수가 곧 하나님의 원수인가? 내가 미워하고 싫어하는 그 사람을 하나님도 미워하고 싫어하실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하나님은 미워하지 않는 그 사람을 나만 혼자 미워하면서 불행하게 살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아프리카(18)  I surrender

주님 돌아가신 거룩한 성 금요일에 이 찬양을 꼭 같이 부르고 싶다. 아프리카에 와서 처음으로 학생들과 이 영어 찬양을 불렀다. 그런데 찬양을 부르는 내 눈에서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한국 찬송으로는 '내가 있는 모든 것을' 으로 되어 있는 이 찬양이 단지 헌금할 때 부르는 지루한 찬양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이 찬양은 단순한 봉헌 찬양이 아니라 주님께 전적으로 항복하는 내용의 찬양이었다. 그동안 나에게 이 찬양은 솔직히 봉헌할 때 반복하는 지루하한 찬양이었다. 그런데 '주께 드리네'가 'I surrender all'로 바뀌자 잠자던 영혼이 내 속에서 꿈틀대고 일어나는 것 같았다.

노래 부르는 동안 계속 물었다.

I surrender

나는 정말 주님께 항복하고 있는가?

I surrender all

나는 정말 주님께 모든 것을 항복했는가?

부를 때마다 그렇지 못해서 눈물나고 죄송해서 눈물났다.

이 찬양을 부르다가 한 교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개를 좋아했던 그 분은 이미 집에서 스피치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누가 진도개 한 마리를 분양해줘서 집에 데리고 왔는데 혹시 스피치를 다치게 할까봐 다른 방에서 석달을 키웠다. 그리고 석달 후에 풀어 놓았는데 어느날 스피치가 죽는 소리를 나서 달려가 보니 진도개가 스피치의 목을 물고 있었다. 순간 잘못하면 스피치가 죽겠다 생각해서 주변을 살폈더니 아구방망이가 눈에 띄었다. 달려가 방망이를 가져와 진도개를 내리쳤다. 그 순간은 스피치를 살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진도개가 갑자기 두 발을 쭉 뻗더니 180도 항복한 것입니다. 두 발은 앞으로, 두 발은 뒤로 하고 배는 완전히 바닥에 댄채 죽은듯 주인앞에 뻗은 것이다. 그런 개를 보는 순간 당황한 것은 주인이었다.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은 '내가 너무 심했나? 내가 너무세게 때렸나?' 였다. 진도개의 완전한 항복은 주인을 무서운 심판자에서 자애로운 아버지로 바꿔놓았다. 그 순간 진도개가 스피치에게 한 잘못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고 오직 진도개를 살려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진도개를 일으켜 세우고 몽둥이로 때린 자리에 약을 발라주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하나님앞에서 그렇게 항복하고 사나? 만일 내가 하나님앞에 그렇게 항복하면 하나님은 나를 어떻게 보실까?'

거룩한 성 금요일에 하나님께 항복하지 못하고 사는 우리의 가슴을 치자. 그리고 눈물로 다짐하자. 적어도 내 인생이 진도개보다는 낫기를 결심하자. 그리고 진심으로 이 찬양을 하나님께 올려드리자.

All to Jesus

I surrender

All to Him

I freely give

I will ever love and trust Him In His Presence daily live

I surrender all

I surrender all

All to Thee, my blessed Saviour,

I surrender all

2019.4.30 감사합니다

제가 아프리카에 온 지도 2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하나님이 제게 주신 은혜가 참 많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뽑은 학생들과 함께 열심히 학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모두 여러분의 기도와 격려 때문입니다. 학생들과 저는 매일 6-7시간을 성경을 읽고 공부하며 매일 1시간 이상 같이 기도하여 함께 주님의 제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19명에 대해 장학금을 지원하신 것은 한신교회는 물론, 다른 교회에서도 유례를 찾을 없을 만큼 매우 특별한 일로 하나님이 크게 기뻐하시는 일이 될 것입니다. 어려운 가운데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미쳐 매칭되지 못한 분들과 또 기도로 후원해준 모든 분들께도 같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사랑의 관계를 맺었으니 서로 기도하고 도와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를 바랍니다. 오늘 내일 학생들은 후원자 여러분께 감사의 편지를 드릴 것입니다. 여러분은 선교국을 통해 메시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직접 영어로 답장하거나 선교국에서 한글을 번역해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분 명단을 전했는데 어떤 학생은 낯선 이름을 불러보기도 하고 어떤 학생 감사의 기도를 시작하기도 하고 모두 격려받고 힘을 얻은 표정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저에게 두번째 사역으로 아프리카 목회자를 섬기라 하셔서 5.11(토) 부터 매주 토요일(5시간) 목회자 Bible College를 열 계획입니다. 오래전 우리 교회가했던 전국목회자 세미나를 아프리카에서 처음 시작하는 것입니다. 강의실 사정상 50명 정도를 받을 수 있는데 이미 50명 넘게 등록했습니다. 이 세미나나 점점 생수의 강이 되어 열악한 아프리카 목회자들을 돕고 교회와 역사를 새롭게 하기를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후원과 기도에 감사드리며 아프리카에 자랑스런 복음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일생 한신교회 목사였다는 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기고 여러분이제 양이었던 것을 최고의 감사로 여기며 이곳에서 하나님 나라와 교회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5.7.

목회자세미나가 시작되었습니다.

한신 기도동역자 여러분

부활의 주님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여러분의 기도로 신학대학 학생들이 말씀 가운데 잘 정착하고 있습니다. 이제 하나님이 주신 감동에 따라 목회자세미나를 준비하여 금주 토요일부터 8주간 목회자세미나를 시작합니다.

지난날 한국교회를 섬겼던 한신교회의 전국목회자세미나가 담을 넘어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언어는 다르고 민족은 다르지만 목회자가 살아야 교회가 산다는 믿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음을 위해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일시: 5.11(토)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3시간, 오후 2시간 (총 5시간)

. 주제(과목): 구약 예언서(17권)

. 참여: 우간다 지역 목회자 50여명

   < 기도 제목>

1) 목회자들이 말씀으로 회복되고 무장되어 아프리카 교회가 살아나도록

2) 강의하는 저의 건강과 열정과 지혜를 위하여

3) 찬양, 행정, 식사 등 모든 준비를 위하여

4) 목회자세미나를 통해 복음이 샘 곁에 심기어진 나무처럼 아프리카의 나라들의 담을 넘도록

아프리카(19) Bride Price

지난주 학생들과 함께 호세아를 공부했다. 호세아의 아내 고멜이 집을 나가 부정한 일을 저질렀을 때 하나님이 호세아에게 아내를 찾아가고 말한 장면을 함께 읽었다. 하나님은 호세아에게 아내를 찾아갈 뿐만 아니라 돈으로 사 오라고 말했다. 그때 호세아가 가져간 것이' 은 다섯 개와 보리 한 호멜'(호3:2)이었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것이 정당한가? 가정을 버리고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저지른 아내를 돈까지 줘서 사와야 하는가?' 뜻밖에 아프리카 학생들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찾아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을 감옥에 집어넣고 싶은데 이들은 하나같이 호세아가 만일 아내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대가를 주고 데려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이들은 이렇게 생각할까? 이유가 있었다. 이들의 결혼 관습 때문이었다. 아프리카 남자들은 결혼하려면 반드시 신부 부모에게 대가를 지불 해야 한다. 그것을 이들은 bride price라고 불렀다.

자연스럽게 아프리카 결혼풍습으로 이야기가 옮겨갔다. 학생 중에 결혼한 사람이 누군지 손들어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대여섯 명이 손을 들었다. 결혼할 때 신부 부모에게 무엇을 주었느냐고 물었다. 학생 하나는 cow 다섯 마리에 goat 열 마리 주었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cow 열 마리에 goat 일곱 마리에 돈 50만 실링을 주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준 사람은 cow 이십마리에 goat 열마리 그리고 현금 100만 실링(우리 돈 약 30만 원)이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이해가 안 갈 뿐 아니라 심지어 화까지 났다. 아들 키운 부모는 아무것도 못받고 딸 키운 부모만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렇다면 우리 부모는 아들만 다섯을 낳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받을뻔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한 학생에게 이 관습에 대해 자세히 알아 오라고 부탁했더니 그가 깨알같이 써서 내게 가져왔다. 내가 그것을 읽을 때 나는 거의 까무러칠 뻔했다. 거기에는 결혼할 남자가 지불해야 할 목록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신부 아버지에게 20만 실링, 신부 어머니에게 20만 실링

결혼주례자에게 15만에서 30만 실링

처음 신부집에 갈 때 6만에서 30만 실링

신부 예복값으로 1만-5만 실링

신부 가족 전체에게 50만에서 100만 실링

신부 아버지에게 cow 5마리에서 15마리, goat 5마리에서 15마리

어머니와 숙모에게 예복 적어도 4벌

아버지와 삼촌들에게 예복 적어도 3벌

결혼식 잔치에 드는 비용 일체, 특히 설탕, 비누등 제공

도대체 신랑은 얼마나 신부에게 값을 지불 해야 하나? 글을 읽으며 놀랐지만 한편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이유는 내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나지 않고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아프리카에 태어났다면 나는거의 장가도 가지 못하고 혼자 살 뻔했다. 미개하게만 보인 아프리카 남자들이 얼마나 존경스러운지 몰랐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성경으로 돌아가 보자. 성경의 중심 메시지중의 하나는 신랑이 대가를 지불 하고 신부를 샀다는 것이다. 보아스는 유력하여 룻을 돈 주고 샀지만, 야곱은 형편이 안돼서 아내들을 얻기 위해 20년을 몸으로 때웠다. 심지어 사사들 중에 야일, 입산, 압돈같은 사사들이 있다. 이들이 평생 한 일은 아들. 손자 장가보낸 것이었다. 우리는 사사들이 하는 일이 그게 뭐냐고 말하지만 게으르고 못난 아버지라도 '빙물'(모하르)을 주고 아들을 장가보내는 일은 그 사회 부모들의 기본적인 의무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발전해서 성경이 우리에게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하나님이 죄에 팔린 우리를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대가로 지불하고 우리를 샀다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를 우리에게 주셨다는 것이다(행20:28). 우리는 예수님이 자기 피로 사서 하나님께 드린 백성들이요(계5:9) 신랑이신 예수님이 값을 지불하고 사신 그의 사랑하는 신부들이라는 것이다.

아프리카 학생들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값을 받고 결혼한 아내들은 남편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복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녀를 낳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가 가정을 잘 돌보고 자녀를 잘 길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프리카에서 기대하지 않은 가정사역의 핵심을 배운 것이다. 물론 조금 비극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할 때 남편이 아내를 버리거나 친정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아내가 친정으로 돌아가는 것은 약속한 신부 대가금을 신랑 쪽에서 지키지 않을 때 신부 측에서 딸을 데려가는 수도 있다). 또한, 그때 남자는 다른 여자를 아내로 데려올 수 있다.

그렇다. 이참에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남자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나지 않고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정말 감사해야 한다. 결혼하느라 고생도 많이 했겠지만, 아프리카 남자들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아가 세상의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말하고 싶다. 정말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 호세아의 아내 같은 우리를 하나님이 그 아들을 주고 (bride price) 우리를 사셨다. 정말 모든 것을 다주셨다.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이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주님을 위해 수고도 하고 가끔 고난도 당하지만, 그것이 힘들다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힘든 것과 불행한 것은 다르다. 바울이 말한 대로 더 수고했지만 그렇다고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고전15:10). 우리가 그리스도의 아내(신부)로 사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특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