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올린 시간 : 2019년 07월 03일 14시 29분 01초

아프리카(31) 나무를 심듯이

지금 우간다는 우기에 들어 왔다. 우기라고 해서 매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다. 주로 밤에 비가 오고 낮에는 여전히 덥다. 그래도 저녁에 비가 오면땅이 부드러워지고 산천초목도 생기를 얻는듯 하다. 이때 하면 가장 좋을 일이 나무를 심는 일이다.

아프리카의 나무는 종류도 다양하고 잘 자란다. 과일나무로는 파파야, 망고, 아보카도, 오렌지등이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잭 푸릇, 패션나무도 있다. 문제는 이 나무들은 일일히 손으로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풀이나  가시나무는 심지 않아도 나는데 과일 나무는 심어야 난다. 

요 며칠 나는 사람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심으면서 놀란 것은 그렇게 큰 나무도 묘목은 너무 작고 보잘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망고나무는 보통 10미터 이상 자라는데 묘목은 불과 손바닥만한 크기였다. 나무를 심었다고 해서 바로 자라는 것도 아니다. 비가 안오거나 짐승이 밟고 지나가면 없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사람들이 몰래 뽑아 가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나무를 심으면 돌로 둘러 놓거나 가시로 덮어 놓는다. 그리고 상당히 자란 후에 돌과 가시를 치운다. 나무를 심기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지나던 길도 나무를 심은 후에는 나무를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학교에 망고 나무를 심었는데 학교 올 때마다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망고나무다. 혹시 누가 뽑아갔는지. 짐승이  밢았는지. 물이 없어 말라죽고 있는지. 나무는 나무가 될 때까지 남의(나무) 손길이 필요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꼭 나무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도 심는 때가 있는 것처럼 사람도 가르칠 때가 있다. 그때를 놓치면 못가르치거나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나무가 자라기 위해 생명의 공급이 필요하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무엇이 그들에게 생명일까? 두말할 것 없이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없이는 영혼의 나무가 자랄 수 없다. 쿠미대학 신학부를 일으키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교육의 생명은 성경과 기도와 공동체였다. 

모든 학생은 하루 6시간 성경을 읽고 공부한다. 우리는 성경에 대하여 공부하지 않고 성경을 공부하려고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성경을 공부하지 않고 성경이 성경을 공부하게 하려고 한다. 성경을 여러번 읽고 내용을 충분히 공부한 후 묵상하게 한다. 이것을 창세기부터 시작하여 현재 야고보서까지  이르고 있다. 학생들도 고생하지만 나도 꽤 고생한다. 이곳에 와서 성경을 다시 읽고 매일 교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내 가르치고 집에 와서 잠시 쉰 후 준비를 시작하면 어떤 때는 새벽녁이 된다. 다른 언어로 하는 것이라 고통은 두배로 는다. 그러나 그것이 나무에 생명을 공급하는 것이라면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간다는 영국 학제를 따르기 때문에 대학이 3년인데 나는 한 학기를 추가하여 성경과 기도만 하는 예비 과정을 신설했다. 이름을 foundation course라고 부르는데 어떤 분이 그것은 아프리카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지금 3개월밖에 안지났는데 벌써부터 학생들은 달라졌다. 성경에 깊히 뿌리를 내린 저들의 미래에 어떤 열매가 맺힐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물도 공기도 햇빛도 사랑도 필요하다. 기도는 또 하나의 생명의 원천이다. 학생들은 매일 한 시간 기도를 공부하고 매일 한 시간 기도한다. 기도가 훈련되지 않으면 목회가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자기 한 사람 살아가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공동체 생활 역시 중요하다. 모든 학생은 기숙사에 들어와 근면과 책임과 상호 돌봄을  훈련해야 한다. 

나무가 자라기 위해 햇빛과 사람과 돌봄이 필요하듯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신교회 교인들이 이 점에서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이번에 입학한 학생들의 장학금 을 전액 담당했다. 장학금으로 맺어진 사랑은 서로 위하여 기도하는 중보기도로 발전했다. 학생들은 매일 후원자와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하며 그들이 보여준 큰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아내의 헌신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는 매주 월요일에 쿠미에서 한 시간 떨어진 음발레로 장을 보러간다. 그리고 금요일은 목회자들을  위해 다른 곳에서 장을 본다. 그는 이들의 주식인 포셔와 빈뿐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싸고 좋은 것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간다 어디라도 갈 것 같다. 매일 학생들, 목회자들을 챙기며 혹시라도 쌀이나 음식이 떨어지면 집에 있는 것을 갖다 주는 바람에 가끔 우리가 먹을 것이 없을 때가 있다.  

그렇다.

비가 오고 새가 우는

지금이 나무를 심을 때다.

사람은 나무를 남기고

나무는 열매를 남긴다.

먼훗날 

하나님앞에 서서 

무엇하다 왔느냐고 

물으면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

무엇을 했든

우리는 사람을 키우다 

왔다고 말하자.

목회는 교회에서

부모는 가정에서

선교사는 밖에서 

사람을 키우지 않는가

오늘도 

바람불어 좋은 날

나무를 심자.

그렇다.

그 날은  반드시 온다. 

우리가 심은 나무가 

큰 나무가 되어

주렁 주렁 열매를 맺는 그날은 

반드시 온다.

아프리카(32)  감사하고 사랑하고

지난주 목회자 컨퍼런스 6주차 되는 날(6.15) 참여한 목회자들에게 '목회자의 생활과 사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목회자 컨퍼런스가 마쳐가면서 아프리카 목회자의 생활과 목회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두 50명의 목회자가 참여했고 남녀의 비율은 남자 45명, 여자 5명이었다. 30-40대가 다수였고 20대, 60대도 있었다. 설문을 통해 아프리카 목회자들을 더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먼저 목회 기간을 물었다. 28년이 가장 많았고 1-2년도 있었지만 보통 5년에서 10년 정도였다. 다음 자녀의 수를 물었다. 가장 많은 자녀는 15명이었고 자녀가 없는 목회자도 둘이 있었지만 5명에서 10명이 가장 많았다. 평균 7명 정도인 것 같다. 그리고 교인 수를 물었다. 가장 많은 교회가 770명이었고 30-50명의 소규모 교회도 있지만 보통 100명에서 300명 수준이었다.  

질문이 목회자의 교육으로 옮겨가자 문제는 심각해졌다. 신학교육을 받았느냐고 묻자 놀랍게도 절반이 넘는 30여명의 목회자가 신학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약 10여명의 목회자만 지방에 있는 신학교에서 공부했는데 그나마도 1년을 했거나 중퇴한 사람도 있었다. 이어 학력을 물었다. 이것도 역시 예상을 뛰어 넘었다. 90%정도가 초등학교(primary)나 중고등학교(secondary)를 졸업했고 그 수는 거의 비슷했다. 우리의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2년제 대학 졸업자는 7-8명 정도였고 학사 이상의 학력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중에 4명은 이번에 실시한 목회자 컨퍼런스가 목회자로 받는 첫번째 교육이라고 했다. 그러면 목회자 연장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20명 가량은 한 번 정도 받았으나 30명 정도는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목회자의 사례와 경제생활에 대한 질문은 민감한 질문이어서 목회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물었다. 이 역시 예상보다 훨씬 열악한 대답이 나왔다. 먼저 매달 교회로 부터 월급을 받느냐는 질문에 놀랍게도 33명 정도의 목회자가 전혀 받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6-8명 정도는 3개월에 한번 받는다고 하고 몇 명은 곡식으로 조금 받는다고 하고 3-4명은 매달 5천실링(우리돈 2,000원 미만)에서 10,000 실링(4,000원 미만)정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 어떻게 사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목회자들은 목회외의 다른 일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일은 대부분  농업이거나 소, 염소등 가축을 키우는 일이었으나 농사 말고는 벽돌굽는 일, 시멘트 만드는 일, 숯(연료)만드는 일, 기계, 자전거 수리, 목수, 제빵,  건축, 땅소작 농사등이 있었다. 또한 옷장사, 곡식장사, 남의 집에서 일한다거나 교인의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고 하고 심지어 땅을 파는 일을 업으로 하는 목회자도 있었다. 

다음으로 목회 현황에 대하여 물었다. 목회를 위해 한 주간을 어떻게 보내며 목회의 방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부분의 목회자가 평일에는 농사나 장사등 자신의 일을 한다고 대답했다. 대략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자신의 일을 하고 금요일부터 설교를 준비하여 토요일, 주일 섬기고 있었다. 수요예배가 있는 목회자는 수요일에 예배인도하고 혹시 시간이 나면 틈틈히 가정방문도 한다고 했다. 어떤 목회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 남의 집에서 일하고 금요일 오후부터 설교준비를 한다고 했다. 조금 규모가 있는 교회는 교회 사역자들이 토요일에 모여 준비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생계를 위해 분주하고 살고 있었고 대부분 가난때문에 힘들어 하며 또한 지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목회자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목회와 교회에 대한 소원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목회자는 하나님이 자신과 교회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었고 자신의 사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회자 몇 사람의 말을 옮기면 이렇다.

'주님을 위해 죽는 것이 나의 소원입니다'

'교회가 성장되고 꼭 건축도 이루고 싶습니다'

'더 기도하고 더 공부해서 더 좋은 설교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 교인들이 더 강건해져서 하나님을 더 잘 섬겼으면 좋겠어요'

소박하지만 목회자다운 소원들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소원이 있는지 물었는데 가장 많은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배웠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만일 대학이 목회자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면 감사하게도 계속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의 일치된 소원은 성경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것이며 그것도 할 수 있으면 diploma(2년)나 degree(3년)과정에서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그러나 대부분의 목회자는 학력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누가 안 배우고 싶어서 안 배우겠는가

타고난 가난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간신히 마치고

농사일을 계속하다가 어느날 하나님의 감동을 받고 목회를 시작한 사람들

결혼후 태어난 아이들때문에 공부할 기회를 놓치고 또 가르쳐줄 사람도, 돈도 마땅히 없어서 평생 목회와 노동을 오고가는 사람들. 그들앞에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그들에 비해 많은 보수에 좋은 집과 특권을 누리고 있는데도 불평과 매너리즘과 게으름이 떠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늘날 아프리카 교회가이단과 영적 침체에 빠진 원인이 목회자의 무지에서 비롯됨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러나 지금 문제는 어떻게 그들을 도울 것인가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도우러 수 있을까? 기도와 함께 좋은 지혜가 떠오르거든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설문을 마치고 낡은 자전거로 돌아가는 그들의 헤어진 옷에 마침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다음 주가 마지막이네요' 하며 웃으며 떠나는 그들을 보며 옛날 동생을 멀리 떠나 보낼 때 느꼈던 허전함이 느껴지는 것은 웬일일까? 떠나는 그들을 하나 하나 붙잡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동안 가난하게 사셔서 죄송합니다. 

그동안 어려운 교회를 목회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지금의 아프리카 교회는 없습니다. 

그 힘든 교회를 떠받들어 온 것은 여러분의 사명과 사랑입니다. 

이제 그 무거운 어깨에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이 되어도 괜찮을까요?

아프리카 목회자 여러분,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아프리카(33)  길에서 만난 사람

아침 저녁으로 들길을 걸으며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난다. 허리를 구부리고 밭을 매는 사람, 가녀린 어깨에 무거운 괭이를 메고 들로 가는 사람, 맨발로 팔짝 팔짝 뛰어다니는 아이들, 무거운 물통을 이고가는 소녀들.. 

그런데 두어 주 전이었을까? 조금 늦은 오후에 길을 걷는데 한 남자가 맞은 편에서 나에게 다가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한 말은 뜻밖에 자기를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초면에 도와달라고 해서 나는 사실 조금 당황했다. 그래서 그를 다시 쳐다보았는데 그는 속이 다 보이는 셔츠에 헤어진 바지를 입고 신은 한 쪽 끈이 없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잠시 그를 바라본 후 그가 악한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빈들에서 그를 도와줄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는 자기 상의를 가르키며 옷이 있으면 도와 달라고 말했지만 길에서 그에게 줄 옷은 없었다. 대신 나는 그에게 어디에 살며 무엇을 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다음에 보자고 말하고 그와 헤어졌다. 

그런데 그 후 두 주가 지나도 그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다. 남루한 옷차림에 간절한 눈망울, 그리고 어쩐지 정이 가는 얼굴이  내 시야에서 어른 거렸다. 아무 것도 도와주지 못하고 그냥 보낸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만일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물었다. 분명 그냥 지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 프란치스코였다면 어땠을까? 역시 그냥 지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찾아가서 도와주지는 못해도 누가 도와 달라고 요청할 때 나는 마땅히 도와주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만일 아브라함을 찾아온 천사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가 만일  익명의 그리스도라면 어떻게 할것인가? 그가 만일 엠마오로 가는 제자에게 나타난 그리스도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구하는 자에 주고 거절하지 말라'는 말씀은 어떻게 되는가? 그가 옷을 달라고 했을 때 나는 마땅히 옷을 벗어주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그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일한다는 방향으로 몇 집을 기웃거리며 그가 있는지를 살폈다. 그러나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길에서 뜻밖에 그를 만났다. 바쁜 시간에 종종 거리고 걷는데 그가 성큼 저쪽에서 나타났다. 우리는 이미 구면이 되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서로 반갑게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이름은 오잔골레 찰스, 42세의 남자로 9남매의 아버지였다. 아들 여덟에 딸 하나, 큰 아들은 S4(우리로 하면 고1)이었고 동생들은 초등학교로 부터 갖태어난 핏덩이까지 있었다. 

그는 나를 그가 일한다는 들로 데리고 갔다. 그는 우리로 하면 소작농, 남의 땅을 빌어 농사하고 수확한 후 주인에게 돌려주고 남은 것으로 열 한 식구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마침 밭에 네 아들들이 일하고 있어서 다가갔다. 하나씩 악수했을 때 흙에 묻은 어린 것들의 손은 차겁고 단단했다. 아침 시간이 바빠 나는 그들을 오후 5시에 집으로 초청했다. 

드디어 오후 5시, 나는 문밖에서 그들을 기다렸고 그들은 시간에 맞춰 나타났다. 그들은 낯선 선교사의 집이 신기한듯 두리번 거렸다. 낯선 손님을 맞은 아내는 과일과 빵으로 그들을 대접했다. 그들은 배가 고팠던듯 한동안 음식만 먹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는 감사로 시작했지만 곧 탄식으로 변했다. 

하나님

아직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노동에만 매달리는 그들에게 희망은 있습니까? 

아직 부드럽고 순해야 할 이들의 손이 딱딱하게 굳어 있습니다. 동시에 그들의 마음도 굳어 있고 그들의 앞길도 굳어 있습니다. 아버지는 처음보는 사람에게 까지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의 가장 큰 소원은 아홉 자녀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받는 것이랍니다. 이제라도 봄비를 내려 그들의 가정과 물질과 미래에 은혜의 소낙비를 부어 주옵소서. 아버지와 아홉남매를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한참 기도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손이 그들의 머리위로 올라갔다. 손을 머리에 올리자 오래 씻지 않은 몸과 옷에서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냄새가 순간 향기로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문득 성 프란치스코가 빈들에서 나병환자를 가슴에 안을 때 영혼의 달콤함(sweetness)을 느꼈다는 말이 떠올랐다. 하나님의 은혜였다. 하나님이 이들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내게 주신 것이다.

기도를 마치자 어둡던 그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내가 준비한 선물과 장학금을 그들에게 전해 주었지만 하나님이 오늘 정작 그들에게 주려고 한 것은 은혜와 사랑의 선물이었다. 그들이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며 떠나갈 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매일 인생길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만일 그들중 몇 명이라도 그들이 하나님이 보낸 사람이라고 여긴다면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것인가? 그들중에 몇 명이라도 하나님의 사람으로 영접한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워 질 것인가? 

오늘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길에서 우리는 매일 하나님의 사람들을 만난다

아프리카(34)  에벤에셀 하나님, 감사합니다.

부족한 죄인을 통해 주님 의 나라를 확장해 가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2018.12.31(일) 한신교회 선교목사로 파송받아 2019.2.14(목) 아프리카 우간다에 도착한 후 하나님이 베풀어 주신 은혜는 크고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짪은 기간에 주신 큰 은혜를 감사드리며 간략히 나누고자 합니다.

1. 쿠미대학교 신학대학 사역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7시간 떨어진 쿠미에 위치한 쿠미대학은 1998년, 한국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종합대학입니다. 4개 단과대학에 1500여명의 학생을 가진 이 대학은 그동안 신학대학의 이름만 있을 뿐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오자마자 우간다, 부르디, 남수단 학생 19명을 면접 후 선발, 3.18(월) 개강하였고 7.3(수) 까지 16주를 집중적으로 성경과 기도를 가르쳐 왔습니다. 하루 6시간씩 강행군하여 창세기-계시록 전 권을 마치고(총 435시간 수업) 기도와 공동체 생활을 통해 신학도로서의 기초적인 훈련을 마쳤습니다.

2. 목회자 세미나 사역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 안정되면서 5.11(토) 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지역 목회자들을 초청하여 7주간 구약의 예언서(17권)를 주제로 목회자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모두 58명의 목회자들이 참여한가운데 모범적인 50명의 목회자들에게 수료증과 함께 영어성경 한 권씩을 선물했습니다. 목회자 세미나를 통해 신학대학의 좋은 동역자를 얻었으며 앙케이트를 통해 아프리가 교회의 현실과 가능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수료후 목회자 협력 위원회를 구성하여 신학교육에 협력하기로 하였고 계속해서 정기적으로 목회자 세미나를 열기로 했습니다. 다음 세미나는 9월부터 '복음서와 요한서신'을 주제로 7-8주간 열기로 했고 이미 45명이 등록 했습니다.

3. 교회 방문
교회방문은 목회하는 학생의 초청으로 시작되어 현재까지 4교회를 방문했습니다. 7월에 2교회, 9월-12월 까지 15개 교회 방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교회방문을 통해 아프리카 교회의 현주소와 발전 가능성에 대한 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설교를 통해 그들과 교감하고 찬양과 기도와 교제를 통해 아프리카 교회에 더 익숙하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방문할수록 그들 고유의 영성과 순수함, 그리고 열정에 큰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4.선교영성 에세이 쓰기
선교의 현장에는 많은 하나님의 은혜와 감동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자마자 글을 쓰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34편의 글을 썼습니다. 단순한 사건중심의 선교에서 영성적 삶으로서 선교가 되기를 원하고 단순한 사건의 보고가 아닌 삶과 고백이 있는 선교보고가 되길 원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읽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5. 협력선교
이곳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한 글로벌한 환경에서 선교의 영역을 넖히려고 합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우간다의 대표교단인 Church of Uganda의 비숍(감독)을 비롯, 주요 교단의 지도자들과 만났고 지난 6.4(월)-7(목)까지는 부른디 지역을 방문하여 목회자 세미나와 나병환자들을 방문했습니다. 2박 3일의 목회자 세미나에 이은 나병환자 방문을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더욱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평생을 한센인(나환자)을 위해 헌신한 신인환, 신응남 선교사를 격려하고 앞으로 이들과 함께 섬길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습니다.

6. 방학사역
저의 주 사역이 대학사역이어서 일정기간 여름, 겨울방학이 있습니다. 이 기간은 재충전하면서 평소에 하지 못한 선교사역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1) 이집트 방문
7.11(목)-7.21(일)까지 이집트 방문계획이 있습니다. 연구와 영성훈련을 목적으로 알렉산드리아 중심의 마가 요한의 유적방문과 세계 수도원 운동의 효시인 성 안토니수도원에서 7일간의 영성훈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2) 우간다 선교사 미팅
7.22(월)-7.25(수) 까지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 머물며 한국선교사들과 교제하며 신학교육 사역 에 종사하는 선교사들과의 협의회를 갖고자 합니다.

3) 남수단 난민촌 방문
7.26(목)-30(월)까지는 내전으로 인해 피난온 남수단 피난민 지역 방문 계획이 있습니다. 남수단 학생 7명과 함께 2박 3일간의 목회자 세미나와 난민촌 교회 방문, 설교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4) 캄팔라 월드프런티어 미션 신학대학 강의
8.1(화)-8.8(화)까지 한 주간은 우간다 수도 캄팔라 부근에 있는 월드프런티어미션대학교 신학부에서 한주간 집중 강의할 예정입니다. 이 학교는 김평육 선교사가 동아프리카 선교를 위해 설립한 여러 학교중의 하나로 M div등 대학원과정도 있습니다.

5) 신학대학 기숙사 수리
캄팔라 강의를 마친 후  쿠미로 돌아와 7월부터 시작될 신학대학 새 기숙사 공사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6) 가을학기 개강
가을학기는 8.12(월)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8.19(월) 개강예정입니다. 9월 첫 주부터는 제2차 목회자 컨퍼런스가 7-8주 진행되고 교회방문도 이어질 것입니다.

7. 감사와 기도
선교는 전적으로 기도로 얻는 축복이라고 믿습니다. 그동안 학생들을 후원해주신 교인 여러분, 학교 기물을 위해 헌물해주신 분들, 선교행정을 맡아 수고하신 선교국 임원들, 기도 해주신 중보기도팀, 매주 심야기도때마다 기도해주신 성도 여러분, 저와 직접 간접으로 연결되어 기도와 사랑으로 후원해주시는 한국교회 목회자, 성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시간나시는대로 기도해주셔서 반드시 우리를 통하여 주님의 지상명령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합니다. 위의 여름 사역들과 저희 부부 의 건강을 위해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프리카(35) 성 피터교회

지난 주일 아침 일찍 다섯번째 방문 교회를 향해 길을 떠났다. 쿠미에서 118 킬로 떨어진 알리토에 위치한 교회였다. 이 교회는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하는 오포로트 요셉 목사가 시무하는 Church of Uganda 소속의 교회였다. 마침 날씨도 궂고 멀어서 조렘에게 운전을 부탁한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처음 출발할 때는 좋았다. 조렘이가 좋은 길을 골라서 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시련이 시작되었다. 한 시간쯤 갔을까? 험한 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움푹 움푹 패인 도로는 우리 일행 다섯명을 태운 차를 수없이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하도 힘들어 '사명'이란 노래를 떠올렸다. '험한 산도 나는 괜찮소. 바다끝이라도 나는 괜찮소'. 그렇다. 아직 바다끝은 아니었다. 그저 고인 웅덩이에 바뀌가 빠지면 한참을 고생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두 시간이 넘게 달려 도착한 교회는 예상보다 넓고 큰 교회였다. 교회부지가 80에이커, 거의 만평가까운 교회였다. 거기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교회앞에 펼쳐진 파란 잔디밭은 움푹꺼진 웅덩이를 충분히 잊게 만들었다. 그런데 허름하게 생긴 교회안으로 들어갔을때 나는 깜짝 놀랐다. 글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한 천여명은 될까? 마치 한참 잘나가던 때의 한국교회 부흥회에 참석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많이 모이면 걱정이 되는 것이 설교다. 도대체 어디에 촛점을 맞춰야 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프리카 교회를 방문할 때마다 하나님이 주신 지혜가 있다. 그것은 설교를 하나만 준비하지 말고 몇 개 준비해서 상황에 따라 순발력있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주보도 없고 영상도 없지 않은가? 본래는 계3:7-13의 말씀으로 '열린 문'의 제목으로 설교할 예정이었다. 처음에는 문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설교가 진행되면서 설교는 점점 문밖으로 빠져 나갔다. 자꾸 순교 이야기를 하더니 아예 설교는 순교 설교가 되고 말았다. 전혀 계획에 없는 일이었다. 한국교회 순교 이야기를 시작으로 하나님의 교회는 피를 먹고 산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부흥된 것은 순교자들의 피때문이라고 했다. 우간다는 전세계적으로 순교자의 날(6.4)이 있는 유일한 나라로 하나님이 축복하는 나라라고 했다. 조금씩 반응이 나타났는데 마지막에 우리도 주님을 위해 순교하는 신앙을 갖자고 하자 모두 '아미나'(아멘)했다.

그런데 예배가 끝나고 '아멘'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교인모임에 참석했는데 그들 이야기가 바로 우리 교회가 순교자의 교회라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들의 순교이야기는 마치 우리의 제암리같고 광주사태와 같은 것이었다. 끔직했던 순교의 사건은 2003.6.16에 일어났다. 당시 이 지역에는 숨어 있던 공산당들이 정부의 혼란을 틈타 반란을 일으켰다. 그들은 관공서를 점거하고 교회들을 폐쇄하기 시작했다. 교인들은 주일날 교회왔다가 돌아가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잡혀갔다. 이에 젊은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지키려는 모임이 일어났다. 그들은 강제로 교회문을 닫고 기독교를 핍박하는 공산당에 항거하는 자발적인 기독교인 모임으로 교회를 지키고 예배를 회복하고자 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The Lord's resistance army'라고 불렀다. 그들은 손에 손에 괭이, 곡갱이등 농기구를 들었지만 처음부터 비폭력으로 일관했다. 그들은 찬송을 부르며 우리는 하나님을 포기할 수 없으며 교회는 하나님의 집이라고 외쳤다.

그렇게 평화적으로 신앙의 자유를 외친 이들에게 순교의 날이 다가왔다. 6.16, 공산당들이 그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준다며 한 곳에 모이라고 하더니 갑자기 발포를 시작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때 이들이 보인 태도는 놀라운 것이었다. 누구 하나 도망가거나 물러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서로 손을 잡고 무릎을 꿇었다. 얼마후 현장은 피바다가 되었고 순교의 피는 그 땅을 홍곤히 적셨다. 그 수가 365명, 우연히도 일년의 날수와도 같은 수였다. 학살이 일어난 후 쏟아지는 폭우와 공산당의 위협으로 시신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다가 반란이 진압된 얼마후 현장을 찿았을 때 현장은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대부분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그들은 심하게 상해 있었다.

교인들의 비장한 이야기를 들은 나는 차마 현장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장은 교회에서 약 1킬로 떨어진 도로변에 위치해 있었다. 이름은  '오바랑가 순교지'. 거기에 누어 있는 이름 모를 아프리카의 형제들은 저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 피를 흘리며 그들의 교회를 지킨 의인들이었다. 나는 그들앞에 솔직히 무릎이라고 꿇고 싶었다. 자랑스런 순교자, 초대교회부터 현재까지 세상의 모든 교회를 지켜온 것은 성도들의 믿음과 순교의 피였다.

다시 돌아와 교회를 올려다 보았다. 이제야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모이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제야 왜 하나님이 준비한 설교를 시키지 않고 순교이야기를 하게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다. 교회가 부흥되는것은 목회자 때문이 아니었다. 목이 좋아 그런 것도 아니었다. 교회안에 유능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순교의 피때문이었다. 터툴리안의 말처럼 교회에 떨어진 순교의 씨앗때문에 교회 생명 나무는 자라는 것이었다. 이들 교인의 대부분은 순교자의 부모거나 형제거나 친구였다. 그러니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교회는 부흥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음세대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교회안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세우고 최근에는 우리의 유아원에 해당하는 취학전 아이들을 위한 '나사렛학교'를 세우기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재정이 얼마나 열악한지 나무 몇 개를 얼기설기 엮어놓고 그것을 덮어 어린 자녀들을 위한 시설을 지으려고 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내가 수중에 카드가 있었다면 한번에 긁고 싶은 심정이었다. 순교자의 피가 흘러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교회, 목회자라면 이런 교회 한번 해보고 싶지 않은가? 신자라면 이런 교회에서 봉사하고 싶지 않은가? 하나님으로부터 물질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면 이런 교회를 돕고 싶지 않은가? 돌아오는 길도 똑같은 진흙탕길이었지만 그 길을 처음과는 다른 길이었다. 힘들게 갔던 길이 콧노래로 바뀌었다.

그렇다.
오늘 우리 교회의 문제는 다른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순교자가 없다는것이다.
지금 한국교회에 없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거룩한 분노심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스라엘 갈멜산에 가면 칼을 든 엘리야의 동상에 '그때에 엘리야에게 거룩한 분노의 불이 임했다'고 씌여있다.
그렇다.
지금 우리에게 임해야 하근 것은 엘리야가 가졌던 거룩한 분노의 불이다.
무너져 가고 있는 교회를 향한 거룩한 분노심으로
강남콩같은 붉은 순교의 피로
교회를 무너뜨리는 악한 세력에 대한 목숨건 항거로
일어나야 한다.

아프리카의 한 교회가 그렇게 했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