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올린 시간 : 2019년 07월 30일 15시 12분 49초

사진:  난민 주거지, 시장, 마지교회, '예수님이 피난처' 노래

아프리카(45) 예수님은 나의 피난처

남수단 난민 목회자 세미나를 마치고 난민촌 이곳 저곳을 돌아 보았다. 신현가 선교사님이 이 분야 개척자중의 한 분이다. 그는 남, 북수단 전쟁이 끝나고 남수단이 독립한 후 남수단에 들어왔다. 그러던 어느날 남수단내 종족 간의 분쟁이 시작되었다. 분쟁이 전쟁으로 발전하자 생명의 위협을 느껴 어쩔 수 없이 국경을 넘었다. 그곳이 아주마니, 그는 이곳에서 자기처럼 국경을 넘은 남수단 영혼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부모잃은 고아들을 위해 고아원을 열고, 배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하여 유치원, 초등학교 등을 세우고, 그리고 목회자를 위한 신학교까지 그는 선교의 최일선에서 끝까지 난민들과 함께 있었던 자랑스런 한국인이요, 충성스런 하나님의 종이다.

그와 함께 난민지역을 다니다가 주일이 되어 '마지'(Maaji) 난민교회를 방문했다. 사실 이 교회는 나하고도 인연이 있다. 바로 쿠미 신학대학 학생이 개척한 교회이기 때문이다. 케니 마틴, 그도 다른 사람처럼 전쟁 통에 국경을 넘었다. 복음에 불탄 그는 자기 동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교회를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자기 종족 마디족 몇 사람과  함께 교회를 세웠다. 그것이 2016년 6월, 그 사이 교회는 많이 자라 10여명이 150명이 되었다.

그렇게 교회가 자라던 어느날 그는 심한 영적 갈증을 느꼈다. 더 좋은 목회를 위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난민이 어디가서 공부할 것인가? 누가 돈은 대줄 것이며 이제 막 시작한 교회는 누가 돌볼 것인가? 그는 남몰래 울면서 석 달을 기도했다고 한다. 그 때 기적이 일어났다. 한 한국인 선교사가 학생을 뽑으려고 아주마니에 온 것이다. 더 좋은 것은 그 학교는 정규대학으로 학위를 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장학금도 준다는 것이었다.

그 한국인 선교사가 바로 나였다. 지난 2월,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이곳에 왔을 때 솔직히 이곳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아시고 그의 뜻대로 모든 일을 이루어 가신다. 하나님은 정확한 때, 정확한 장소에서 사람을 만나게 하신다. 선교의 주인은 역시 하나님이셨다. 교회를 들어가는 순간, 교인들의 찬양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하나님을 사모하는 영혼이 마틴의 영성을 닮은 것 같았다. 마틴은 수업시간에 가끔 눈물을 훔치곤 했는데 그 열정과 눈물이 이 교회에 흐르고 있었다.

예배는 예외없이 3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아프리카 교회는 대개 그렇다). 그러나 예배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해 보니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사모하는 마음이 있었다. 찬양의 은혜가 있었다. 그리고 고백적인 간증이 있었다. 예배는 찬양에서 시작하여 찬양으로 이어졌다. 교회의 모든 부서가 찬양을 준비한 것 같았다. 우리로 말하면 유치부, 초등부, 청소년부, 그리고 장년부, 그들은 정성어린 찬양과 춤을 하나님께 드렸고 예배는 찬양과 기쁨으로 가득했다. 그 아름다운 찬양을 다 함께 듣지 못해 정말 안타깝다.

그러나 이 찬양은 꼭 들려주고 싶다. 본래 내가 설교하기로 준비한 말씀은 시46:1-4를 본문으로한  'Jesus is my refugee'(예수님이 피난처입니다)였다. 난민(refugee)를 위로하기 위해 피난처이신 예수님을 소개하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아프리카 교회는 대개 설교제목을 미리 주지 않기 때문에 본인만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설교시간이 되어 설교하려고 나가는데 전교인이 갑자기 일어나 찬양을 부르기 시작했다. 찬양이 너무 좋아 옆에 있던 마틴에게 무슨 찬양이냐고 물었다. 마틴이 대답했는데 그의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Jesus is my refugee라는 찬양입니다'. 내가 다시 물었다. '뭐라고요?'. 그가 다시 말했다. 'Jesus is my refugee 라는 찬양이예요'. 아직 아무도 내 설교제목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마틴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모르는  제목을 어떻게 알고 전교인이 설교제목과 똑같은 찬양을 부를까?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이 하신 일이 분명했다. 마틴에게 물어 아프리카 노래 가사를 빠른 속도로 메모했다.

Jesus is calling you to come and seek refuge in me.

Jesus is calling you to come and I will be your refugee.

Jesus is calling you
to come and you will rest in my refugee.
 
아, 어쩌면 하나님은 이렇게 세밀하게 일하실까? 그들은 설교를 듣기도 전에 설교를 노래하고 있었다.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이 이 말일까? 우리 영혼의 소원을 아신다는 말이 이 말일까? 더 이상 설교는 필요없었다. 피난민으로 사는 그들이 예수님이 피난처임을 알면 되는 것이었다. 그 곤고한 피난살이에서 예수님이 우리의 피난처라고 노래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를 부르신다.
내게 와 피난처를 삼으라고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를 부르신다.
내가 너희의 피난처되겠다고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를 부르신다.
내 피난처에 와서 편히 쉬라고

그 불편한 난민생활속에서 예수님이 우리의 피난처라고 노래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나그네 인생에서 피난처인 예수님께 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 않은가?

예수님이 우리의 피난처라면 그에게 피하는 자를 하나님이 구하지 않을까?

주여, 남수단 난민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란당한 자의 큰 도움이 되소서(시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