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올린 시간 : 2019년 08월 14일 15시 44분 03초

아프리카(46) 일어나라

지난 8.1(수)부터 열흘간 캄팔라에 있는 월드미션 대학에서 목회자와  학생들에게 강의했다.

목회자  세미나(8.1-4)의 주제는 '신약성서의 기도', 학생들(8.6-10)의 주제는 '바울서신'이었다. 또 8.11(일)은 ANTS 신학교에서 설교했다. 이 세 집회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일어나라는 것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에도 하나님의 도움이 아니면 한 시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집트, 남수단의 일정으로 몹시 피곤한 상황에서 시작했으나 하나님의 인자와 긍휼로 매일 새 아침을 맞이했다. 월드미션대학은 김평육 선교사가 동아프리카에 세운 여러 신학교중의 하나였다. 아프리카 특유의 넓은 늪지대가 바라다 보이는 시원한 학교에서 잠시 목회자들을 섬길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이었다.

방학 중 우간다, 르완다, 케냐에서까지 온 학생, 목회자 60여명과의 소통을 통해서 그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번에 얻은 소득중의 하나였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그들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써보라고 했다.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역시 물질 문제였다. 가난은 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었다. 가난 때문에 학생들은 마음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가난 때문에 목회자들은 교회 건축도 할 수 없었다.

다음으로 많이 나온 것은 교인들을 영적으로 훈련하기 어렵고 주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평일 교인들이 바빠 주일날 교회 나오는 것외에 시간을 낼 수 없어 훈련받기 어렵고 따라서 대부분 훈련된 교인없이 목회자 혼자 일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전통 종교와 갖는 마찰, 부족간의 갈등, 자녀교육의 어려움 등은 다음의 문제였다.(다행히 이슬람과의 종교갈등, 핍박등의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내면에 숨겨진 더 큰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강의 중 자연스럽게 이집트 여행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그들이 이집트 이야기에 그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이집트에  첫발을 디딘 예수님 이야기, 특히 마가가 실패를 딛고 회복하여 고향인 아프리카에 와서 교회 세우고 순교한 이야기는 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신약성경의 최초 복음인 마가복음이 아프리카 사람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에 대해서도 놀라는 것 같았다. 특히 마가 요한이 목에 밧줄을 매고 순교하는 장면은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다. 초대 교회를 빛냈던 수많은 인물들, 터툴리안, 오리겐, 어거스틴, 아다나시우스, 안토니 등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얼굴이 밝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를 마친 다음 소감을 써보라고 하자 많은 사람이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기독교가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서구에서 발전된 서구의 종교인 줄만 알았는데 아프리카에 그 뿌리가 있었다니 놀랍다'.

'나는아프리카가 하나님이 잊어버린 대륙인줄 알았는데 하나님이 그렇게 사랑하셨다니 감사하다'

'가난, 질병, 전쟁, 무지 ,부패로 얼룩진 아프리카를 사람으로 오신 예수님이 맨 먼저 밟으시고 그렇게 많은 사람을 통해 초대교회를 형성하셨다니 놀랍다'

'성경에서 아프리카가 노아의 아들 함의 자손으로 저주받아 그것 때문에 노예로 팔리고 식민지배를 받았은가 했더니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감사한다'

'하나님이 아프리카를 그렇게 사랑하신만큼 또한 우리를 사용하셔서 큰 일을 이루실 것을 믿고 감사한다'

뜻밖의 이야기에 이들이 드러낸 것은 그동안 이들 마음 깊은 곳에 있었던 상처와 빼앗긴 자긍심이었다.

자신들을 그저 저주받은 함의 후손으로 알고 숨죽이며 살아온 사람들, 성경이 이들에게 구원과 함께 또한 고통도 주었다는 이야기, 복음을 전해준 서구인에 의해 또 다시 노예로 살았어도 우리가 함의 자손이라 그런가 하며 받아들이며 살았던 기나긴 굴종의 역사, 그 속에서 오랫동안 자기도 모르게 쌓여온 열등의식과 가난의식의 아픈 민낯이 수면 위로 드러난 느낌이었다.

이들에게 가난보다 더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이들이 진정 회복해야 할 것은 물질 이상의 문제는 아닌가? 가난해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가난의식이 가난을 가져오고 가난의식은 자기 정체성의 부족에서 온 것이 아닌가? 이들에게는 먼저 자신이 함의 자손이 아니라는 자의식이 필요한지 모른다. 확실히 우리는 노예의 후손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순교자 마가의 후손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우리는 게으른 민족이 아니라 안토니처럼 수십년을 동굴에서 기도한 깨어있는 민족이며 우리는 무식한 민족이 아니라 터툴리안, 오리겐, 어거스틴같은 세계수준의 지성인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믿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목숨걸고 다음의 말을 기억하게 했다. 

'우리는 종의 자녀가 아니라 자유인의 자손이다'.
'우리는 함의 자손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자녀다'.
'하나님은 넘어진 마가를 일으키셨다. 나도 일어날 것이다'.
'하나님은 연약한 마가를 붙잡아 순교자를 만드셨다. 나도 그럴 것이다'.

뜨거운 8월, 나는 만나는 모든 아프리카 학생, 목회자에게 가난보다 더 먼저 회복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이며 그것을 붙들고 일어나는 믿음이라고 말했다.

같은 사랑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는 한국교회를 향해서도 말하고 싶다. 선교지에서는 더 민감하게 한국교회 소식을 듣는다. 그것이 한국에 있을 때는 몰랐던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여러가지 실수로 많은 비난앞에 선 한국교회, 더 큰 것은 실수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잃어버리는 자신감과 자기 정체성이 아닐까? 한국교회 성도들이 부디 회개와 낙심 사이를 구분하고, 고난과 저주 사이의 경계를 분별하여 다시 일어나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한국교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다시 일어나세요.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여러분은 산 밑에 넘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정상 가까이 넘어져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Rise up
Rise up, please
실수보다 더 나쁜 것은 불신앙이니
넘어지나 거기 누어 있지는 마세요.
Rise up again!
God loves you all the times
God is always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