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올린 시간 : 2019년 09월 03일 09시 44분 27초

사진: 잡초에 덮힌 땅, 소로 간 뒤, 손으로 일구고, 스스로 일어나겠다고 다짐한 학생들

아프리카(50) 네 발로 서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최근에 나온 보고에 의하면 남수단이라고 한다. 국민소득이 246불이다. 2위는 부른디다. 339불. 우간다는 14번째로 가난한 나라다(711불).  그리고 르완다가 819불로 16위인데 GNP 1000불 미만의 세계 30개 국가중 아프가니스탄(12위, 601달러), 네팔(25위, 918달러)을 제외하면 모두 아프리카 나라들이었다.

내가 사는 곳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곳이라니! 평소에도 가난한 줄은 알았지만 막상 통계로 확인해 보니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문제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것이다. 남수단은 우간다 북쪽에 있고 부른디, 르완다는 우간다 남쪽에 있다. 앞으로 콩고(7위, 477달러),  말라위(3위, 342달러), 에티오피아(22위, 909달러)등에서 학생이 온다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학생들만 모아 가르치는 세계 최초의 가난 특성화 학교가 될 것같다. 이들이 얼마나 가난한지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부른디에서 오는 학생들은 부르줌바에서  버스타고 탄자니아를 거쳐 3일만에 쿠미에 도착한다. 남수단에서는 정거장마다 쉬는 길고도 지루한 완행버스를 14시간이나 타야 한다. 우간다 학생중 교통비가 없어 3시간을 걸어왔다는 이야기는 여기서는 그렇게 큰 뉴스도 아니다. 그렇게 해서 온 학생중에는 옷이 딱 두 벌인 학생도 있고(별명: '항변그',  항상 변함없는 그대), 고물상으로 보냈어야 하는 삐삐 수준의 낡은 휴대폰을 가진 학생(별명: '고사그', 고물도 사랑하는 그대)도 그나마 서 너 명 밖에 안된다. 그러니 이들에게는 모든 것을 주어야 한다. 학비는 물론 음식, 기숙사, 심지어 방학때 집에 갈 때는 교통비까지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안하면 안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묻는 질문이 있다.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가? 혹시 내가 이들을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의지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지 않는가? ' 그리고 돌아서면 다른 방법이 없어 줄 수 밖에 없다.

어느날 기도하다가 독한 마음을 먹었다. '내가 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성경만이 아니다. 지난 세월, 이들이 서구의 나라들로부터 받은 것이 얼마인가? 이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물질이 아니다. 이들을 살리는 힘은 스스로 서는 정신이다. 이렇게 가르치지 않으면 목회는 그만 두고 앞으로 살아가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서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self-reliance'(자립)을 말하기 시작했다. 목사가 되는 길은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마틴 루터가 말한대로 목회자가 배우는 가장 큰 학교는 고난의 학교다. 그래서 몇 가지를 선포했다. '앞으로 매일 두 시간씩 일하며 공부한다(일주일에 10시간). 학교에서 받는 모든 것은 유료로 한다. 아침식사는 스스로 해결한다'. 그렇지 않아도 없는 학생들에게 너무 모진 것이 아닌가 하고 많이 미안했다. 내가 갑자기 악랄한 계모가 된 것이 아닌가도 생각했다. 그러나 아버시는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채찍을 든다(잠13:24).

어느날 지나가는 학생에게 물었다. '아침 먹었어요?' 학생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힘없는 얼굴로 보아 아침을 안 먹은 것이 분명했다. 그때 갑자기 떠오른 것이 하나님의 마음이었다. 하나님도 가끔 우리에게 안주시는 것이 있지 않은가? 그때마다 우리는 왜 안주느냐고 항의하지만 안주는 하나님도 참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못받아 힘든 우리보다 안줘서 마음이 아픈 하나님, 우리는 우리만 생각하는 나머지 그 하나님의 마음은 생각치 못하고 산다.
 
그날 학교를 걷는데 갑자기 학교의 넖은 빈 땅이 눈에 들어왔다. 항상 풀속에 파묻혀 있던 땅이 그날 따라 나에게 왜 나에게는 곡식을 심지 않고 묵혀 두느냐고 항의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 자립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기도와 노동은 수도자가 되는 두 가지 길이다'(베네딕트). 그날 바로 학교로부터 허락을 받고 학생들을 모았다. 그리고 우리가 이 땅에 곡식을 심어 스스로 자립해보자고 말했다. 학생들은 동의했고 곧 계획이 세워졌다. 며칠 후 우리는 소를 불러 땅을 갈았다. 이 계절에 심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무려 15가지나 나왔다. 토마토, 그린 페퍼, 마늘, 당근, 가지, 도도, 칠리, 코리다, 고구마, 옥수수, 수쿠마 위키... 아, 우리는 엄청난 자립의 땅을 두고 비싼 시장만 찾아다니고 있었다.

Self-reliance! 자립의 정신은 한국 교회사에서 찬란히 빛났다. 1890년대, 선교사 네비우스(1829-1893)가 가르친 소위 네비우스 선교정책은 한국교회를 오늘에 이르게 한 자랑스런 선교정책이었다. 자립(self-supporting), 자전(self-propagating), 자치(self-governing), 이 3자 운동은 이후의 한국교회를 스스로 서게 했던 능력의 원천이었다. 선교 25주년을 기념하는 선교보고서가 있다. 이에 의하면 당시 한국 교회1.052교회중 94%가 스스로 교회를 건축했고 6%만 해외선교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되어 있다. 또 다른 보고에는 800여 교회 건물중에서 5%만 선교기금의 도움을 받았고 나머지 780개는 한국교인의 헌금으로 지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지금의 아프리카 보다 더 가난한 때였다. 처음부터 한국교회가 강조했던 것은 스스로 서는 교회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 자랑스런 선교의 전통을 받은 우리도 이렇게 가르치고 스스로 일어나게 해야 한다. 물론 절대 가난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긴급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들에게 사랑으로 주면서도 물질보다 더 큰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일어나 네 발로 서라'(행26:16).

'그들이 곧 발과 발목에 힘을 얻고 뛰어 서서 걸으며 ... 하나님을 찬양하니'(행3:7-8)

'... 극히 큰 군대더라'(겔37:10)

절대가난한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을 하나님을 의지하고 스스로 일어나는 절대신앙이다.  

학기를 맞아 인사드립니다.

지난 8.19(월)부터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학기는 19명의 학생들이 6명의 교수와 함께 보다 성경적이고

선교지향적인 학교로 새 출발했습니다. 그동안 기도해주시고 후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이번 학기에 다음과 같이

진행되오니 더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 매일 아침 8:00부터 40분 성경통독을 하고 8:40-9:20까지 아침경건회를 갖습니다.
. 9:30부터 1:00까지 오전 수업이며 오후 2:00부터 5:30까지는 오후 수업입니다.
. 정기수업외에 수요일은 전 대학이 모이는 채플이 있고 금요일 저녁은 신학대학 기도회가 있습니다. 수요 채플에서는 제가 정기적으로 말씀 전하여 쿠미대학 120명 교직원과 1.500명 학생을 주님의 제자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이번주 토요일부터 제 2차 목회자 세미나가 있습니다. 지난 봄에 이어 두번째인 이번 세미나는 50여명의 목회자를 모시고 매주 토요일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바울서신을 주제로 제가 가르칠 예정입니다.

. 9월부터 지역교회 방문도 다시 시작하여 아프리카 구석구석까지 발길이 닿는 곳마다 복음을 전하려고 합니다.
. 10.21(월) 부터 한주간은 르완다(콩고)를 방문하여 그곳에 있는신학생 강의와 목회자 세미나가  있을 예정입니다.
. 늦어도 12월 초까지는 내년 학생 선발을 마치려고 합니다.20-25명을 목표로 아프리카 전 지역 학생을 받아 아프리카 선교가 속히 이루어지길 노력하려고 합니다.
. 또한 개인적으로 우간다에서 시작하여 아프리카 다른 주요 도시에도 하나님의 사람을 양성하는 학교 설립을 목표로 한국교회가 힘을 모으는 선교협력위원회를 만드는 일을 위해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저와 제 아내는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교회와 교인의 기도와 협력에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선교현장에서 보내드리는 선교편지를 매주 잘 읽어주시고 많은 기도와 격려 부탁드립니다. 혹시 필요한 기도가 있으면 개인 카톡을 통해 부탁하시면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