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올린 시간 : 2020년 02월 01일 10시 52분 22초

아프리카(71) Rise up, again

영적 전쟁은 있는가? 목회 현장에서 설교로만 선포했던 이 주제가 피부에 와닿게 실감나는 것은 이곳이 선교현장이기 때문이다.

부코바에서 신학생 강의를 마치고 주일 오후 또 먼 길을 떠났다. 부코바에서 약 300킬로 떨어진 게이타(Geita)에 목회자 세미나가 준비된 것이다. 그동안 정선교사가 그 지역 목회자들과 상의하여 만반의 준비를 해 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택시를 타고 약속된 장소에 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막상 차를 타려고 떠나는데 정선교사 부부가 따라 나섰다. '같이 가요?' 했더니 '예, 이상하게 같이 가고 싶네요' 했다. 처음에는 왜 이들이 계획과 달리 나와 함께 가는지 잘 몰랐다.

건기임에도 아침부터 내리는 시원한 비를 맞고 빅토리아 호수를 왼쪽에 끼고 다섯 시간을 달렸다. 그리고 드디어 탄자니아의 두번째 도시 무한자에서 가까운 게이타에 도착했다. 도시가 생각보다 깨끗하고 아름다워서 놀랐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역시 아프리카였다. 모텔에 들어가자 방은 좁고 그나마  전기도 물도 잘 나오지 않았다. 머리를 감을 수도 드라이를 할 수도 없었다. 물이 조금 나와 비누로 세수를 했는데 비누칠을 하자마자 물이 뚝 끊겼다. 할 수 없이 마시는 물로 얼굴을 닦았다. 그런데도 불편하지 않은 것은 하나님이 하실 일에 대한 기대때문이었다.

다음날 교회에 나가보니 목회자 수십명 모여 있었다. 주로 펜티코스탈 소속의 목회자들로 이곳에서 처음 열리는 한국인 목회자 세미나에 큰 기대를 가지고 모인 것이 분명했다. '기도'를 주제로 오전에는 잘 나갔다. 쉬는 시간에 찾아 다니며 악수도 하고 이들 특유의 찬양과 댄스로 분위기는 좋았다. 그런데 12시경, 갑자기 복통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그러다 말겠지 했다. 그러나 복통은 점점 심해지고 서 있을 수 조차 없었다. 화장실을 찾았으나 화장실은 멀고 재래식이었다. 정신은 혼미하고 숨을 쉴 수도 없었다. 순간 생각해 보니 이곳에 와서 내리 세 끼를 짜파티만 먹은 생각이 났다. 밀가루를 기름에 튀긴 만든 짜파티는 이곳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인데 익숙치 않은 내가 잘 익지 않은 것을 그나마 계속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급한 것은 어디 눕는 곳을 찾는 일인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간신히 옆 집 의자 하나를 찾아 배를 깔고 무릎을 꿇고 있는데 정선교사가 달려왔다. 그가 가방을 뒤지더니 정로환 세 알을 꺼냈다. 그것을 먹고 누었는데 쉽게 낫지 않았다. 급히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후까지 복통은 빨리 가라앉지 않고 계속되었다. 오후 강의는 취소하고 방안에서 나는 사투를 벌였다. 참 미안하고 민망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 일생에 그렇게 아픈 복통은 처음이었다. 오후에 정선교사가 찾아와 약을 주고 더운 물로 목을 축이게 하고 이불도 덮어 주었다. 나는 영락없이 아파서 낑낑거리는 어린아이였다. 정선교사 부부는 미국에서 오래 직장생활하다 은퇴하고 늦게 신학을 한 뒤 인생의 마지막을 하나님께 드리고자 아프리카로 왔다(남편은 정해진, 부인은 정현 선교사)  그런데 남편 정해진 선교사는 아내보다 더 조용하고 자상하고 준비성이 강했다. 평소에 꼼꼼하게 준비한 것은 남편이었다.이번에도 빛을 발한 것은 그의 꼼꼼한 준비성이었다.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정로환을 준비하겠는가? 만일 이들 부부가 동행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낯선 나라에서 약도 없이 큰 일을 당할 뻔 했다. 저녁까지 누어 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났다. '오늘 내가 당한 일이 무엇이지?' 평소에 건강하다고 생각했고 아프리카에 와서도 크게 아픈 적이 없었다. 그때 문득 '영적 전쟁'이란 말이 떠올랐다. 지금 목회자들을 모아놓고 세미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전까지만 해도 멀쩡했지 않은가? 그런데 복통? 영적 전쟁이 분명했다. 누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다음 날 아침, 다시 교회로 향했다. 나는 어제 미안했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영적 전쟁을 주셨다고 했더니 모두가 아멘했다. 놀라운 것은 아프리카 목회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영적이었다. 어제 오후 내가 그런 일을 당하자 그들은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고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Dr. Lee를 살려주시고 우리도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게 하소서'. 그래서 그런지 오전 강의는 전혀 달랐다. 무슨 힘이 그렇게 나는지 나도 모를 정도였다. 내가 아프리카에서 한 강의중 가장 잘한 것 같았다. 몇 시간을 한번도 버벅거리지 않고 마치 수도물을 쏟아내듯이 강의했다. 강의가 아니라 거의 부흥회였다. 오전은 오후로 이어졌다.

떠날 시간이 되어 마쳐야 하는데 마치는 시간이 오히려 시작하는 시간이 되었다. 기도를 시작했는데 무려 한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진행하는 비숍의 칼칼한 목소리, 울부짖는 목회자의 기도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마치 하늘의 우룃소리와 같고 바다의 폭풍소리같았다. 너무 오래  계속되는 바람에 나는 잠시 눈을 뜨고 그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 그때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어제까지 꼼짝없이 누어 있던 내 모습이 떠올랑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형제들의 기도가 자랑스럽고 눈물겨웠다. 희망은 그들에게 있었다. 눈물은 또 하나의 이유때문에 계속 흘러내렸다. 나를 오랫동안 짓눌러 온 것은 무거운 짐은 두고온 한국교회때문이었다. 목자를 잃고 방황하는 한국교회, 최근에 들려온 소식은 나를 더 낙심케 했다. 그것이 복통의 진짜 이유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 폭풍같은 기도속에서 나는 나를 위로하는 음성을 들었다.

'보아라, 넌 그동안 많이 걱정하고 많이 염려했지. 그런데 네가 이렇게 살아있지 않니? 지금 아프리가 성도들에게 주는 기도를 통해 주는 위로를 너는 보고 있지? 그것이 내가 너에게 그리고 네 성도들에게 주는 위로란다'. 

아, 약한 나에게
풀잎처럼 쓰러진 나에게
임하신 위로가
내 사랑하는 백성들에게도 전해지기를
지금은 아프고 힘들어도
하나님은 살아계시니
다시 한번 그 앞에 나아가 그에게 소망을 두고
끝까지 참고 참아
다시 일어나기를
Rise up, again!
각처에서 우리를 이기게 하시는 하나님
낙심한 자를 위로하시는 하나님이 우리 모두를 다시 일으키기를...

아프리카(72)
에루살렘, 우리의 뿌리

오랫만에 성지순례에 나섰다. 아프리가 선교사로 부름받아 영영히 이스라엘을 잊는가 했다. 그러나 내가 잊어도 하나님은 잊지 않고 계셨다. 그동안 형편 상 성지순례를 못한 아프리카 선교사들이 순례의 열망을 가지고 참여하는 바람에 내가 총대를 메게 되었다. 우선 저렴하게 하기 위해 베들레헴 강 선교사 선교센터를 이용하기로 하고, 비행기, 현지 예약등 일일히 발품을 팔아 비용을 보통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그리고 지난 1.19(일) 출발, 31(금) 까지 12박 13일의 긴 여정을 마치면서 평생을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 헌신해 온 선교사님들을 섬길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먼저 에루살렘에서 총 4일, 이처럼 긴 역사와 스토리를 가진 도시가 세상에 또 있을까? 감람산, 비아돌로로사, 마가의 다락방은 물론, 성전지하 투어, 불탄집, 오펠, 다윗성, 히스기야 터널, 힌놈, 기드론 골짜기, 감람산 오르 내리는 일, 성벽투어까지 에루살렘 구석 구석을 걸으며 생각한 것은 단 하나였다. 에루살렘은 무엇이고 우리는 그앞에 누구인가? 그렇게 추운 날씨에도 입추의 여지없이 모인 사람들, 그들은 어디서 왔고 왜 왔을까? 이런 질문을 하면서 문득 떠오른 말씀이 있었다. 사2:3, '오라 우리가 여호아의 산에 오르자...이는 율법이 시온에서 나오며 여호아의 말씀이 에루살렘에서 부터 나올 것임이니라'. 이 말씀에서 유독 '산'이란 말이 눈에 띤다. '여호아의 산'. 그렇다. 에루살렘은 인류에게 영원한 '산위에 있는 동네'(마5:14)인지 모른다. 그것은 에루살렘이 해발 800미터의 높은 산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일단 도시가 우리의 지리산 중턱에 걸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특별한 일이 아닌가?

높은 데 세워졌다는 것은 다만 공간적 의미만은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은 '산의 하나님'이고 족장들을 높은 산(산악지역)으로 부르신 것과 관련된다. 확실히 영성과 지리성은 관련이 있다. 이사야는 하나님은 우리와 다르다(사55:8)고 한다. 그 이유는 하나님이 우리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길도, 생각도 우리 보다 높다(사55:9).  높이의 문제는 존재의 문제요 존재의 가치와 목적의 문제다. 확실히 높은 산에 살았던 이스라엘은 해안지역에 살았던 블레셋과 평야지대에 살았던 바알과 달랐다. 그들은 달랐기 때문에 높은 데 살았고 높은 데 살았기 때문에 달랐다. 문제는 높은 데 사는 사람은 원하든 원치 않든 그들의 삶이 공개된다는 것이다. 높은 데 사는 것은 특권일 뿐 아니라 의무가 따른다(오블리제노블리제). 한 유대인 랍비는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세상의 막대기로 세웠다고 한다. 막대기는 높이 솟아 사람들에게 쉽게 드러난다. 바울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으로 엄청난 특권을 받았다고 한다. 그것은 롬9:4, '양자됨과 영광과 언약들과 율법을 세우신 것과 예배와 약속들'이다. 이런 특권을 받은 민족은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하다.

이번 순례에서 눈여겨 본 것이 있다. 에루살렘에 있는 세 개의 성서적 유적이다. 성전, 성묘교회, 그리고 다락방이다. 신비하게도 이 세 지역은 서로 다른 지역에 있다. 성전은 동편, 성묘교회는 서편, 다락방은 남편이다. 지도를 그리면 정삼각형이다. 이 거룩한 정삼각형에서 하나님은 어떤 일을 하셨는가? 성전은 성부 하나님을 예배하는 곳이었다. 성묘교회는 성자 예수님이 죽으시고 부활하신 곳이었다. 다락방은 성령 하나님이 임하신 곳이었다. 이 세 장소를 연결하면 정삼각형이 되고 정삼긱형은 정확하게 삼위일체 하나님의 역사를 나타낸다. 성전은 살아계신 하나님을 예배하고 성묘교회는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곳이다. 그리고 다락방에서는 성령 하나님이 우리가운데 임하셨다. 에루살렘은 높은 산에 위치할 뿐 아니라 높으신 하나님(엘 엘론)이 삼위일체로 임재하신 곳이었다. 에루살렘의 '높이'가 다만 지리적 높이가 아닌 이유다. 지구상에서 이런곳은 에루살렘이 유일하다. 따라서 우리는 에루살렘의 우선권(priority)를 인정해야 한다. 유대교의 우선권을 인정하란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에 임한 하나님의 계시의 originality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울이 롬11장에서 말한 감람나무 비유이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원감람나무(original olive tree)로 택하시고 이방인인 우리를 거기에 돌감람나무(wild olive tree)로 접붙이셨다(grafted). '네가 뿌리를 보전하는 것이 아니요 뿌리가 너를 보전하는 것이니'(롬11:18). '보전'은 생명을 공급하고 유지시킨다는 말이다. 이스라엘은 우리의 뿌리로서 우리에게 생명을 공급하고 유지시키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랑하거나', '높은 마음'을 품지 말아야 한다(롬11:18-20). 우리가 뿌리가 아니고 그들이 뿌리이며 우리는 거기에 접붙여진 가지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유대인이 예수를 죽였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에 모진 박해를 감행했다. 예수님, 바울까지만 해도 하나였던 신앙이 주후 70년, 135년, 제1차, 2차 유대인 전쟁을 지나면서 급속히 비유대화(dejudaized)되었다. 그리고 기독교가 공인된 콘스탄틴이후 중세, 종교개혁을 통해 거치면서 급격히 반유대주의화(antisemiticism)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마틴 루터도 예외가 아니다. 2천년의 미움과 증오가 2차대전 히틀러에 의해 극단화되었다. 우리는 독일 사람이 아니며 나는 히틀러가 아니라고 말하지 말자. '야드 바쉠'은 우리 모두의 죄악이며 2천년 기독교가 가져온 모든 증오와 불신의 총집결이다. 우리는 우리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 라도 더 자주 시온의 동산에 올라야 한다. 물론 이스라엘도 그들에게 주어진 특권이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임을 증명하기 위해 더 가까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 겸손한 상호관계만이 하나님이 이삭의 번제와 시내산의 계시와 솔로몬의 성전을 통해 말씀하시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성령의 임재를 통해 세계를 구원하시려고 하신 에루살렘의 미션을 이룰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에루살렘을 떠나도, 혹은 멀리 있어도 항상 에루살렘을 마음에 품어야 할 이유이다.

아프리카(73)
갈릴리, 생수의 강

4년만에 본 갈릴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여리고를 떠나 요단강변을 따라 달리기를 두 시간, 곧 갈릴리에 도착한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윽고 갈릴리의 푸른 물이 멀리 바라보이는 순간, 우리는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탄성은 곧  환호의 박수로 변했다. 아, 갈릴리, 얼마나 사모했던가? 내 영혼의 고향같이 항상 내 마음에 있던 곳, 마치 시집살이에 찌든 딸이 친정에 오면 마음껏 자고 마음껏 먹고 마음껏 울고 가는 곳, 그곳이 갈릴리가 아닌가?

일정상 먼저 헬몬산으로 향하였다. 해발 2814미터의 이스라엘의 수원지, 마침 겨울이어서 많은 물이 흘렀다. 가이사랴 빌립보의 물은 더 차갑고 맑았다. 그 물을 바라보면서 '생수의 강'(stream of living water)을 떠올렸다. 그렇다. 갈릴리는 생수의 강이다. 에루살렘이 높은 산에 있다면 갈릴리는 깊은 물가에 있다. 높이가 존재의 문제라면 깊이는 영성의 문제다. 리쳐드 포스터가 말한대로 현대인의 저주는 '피상성'에 있다. 많은 것을 가졌지만 진정으로 가진 것은 많지 않다. 많은 것을 알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별로 없다. 우리 가 안다는 것은 어쩌면 information이지 knowledge이 아닌지도 모른다.  Information은 knowledge보다 못하고 knowledge는 life보다 못하다.

하나님이 인류 구원을 위해 예비하신 또 하나의 선물이 갈릴리다. 에루살렘이 우리 신앙의 뿌리라면 갈릴리는 우리의 생명의 원천이다. 사11:1은 이것을 '가지'라고 부른다.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나서 결실할 것이요'. 이 '가지'(네체르)에서 '나사렛'이 나왔다. 나사렛 예수는 이새의 뿌리에서 나온 생명의 가지이다. 에루살렘의 뿌리가 화석화되고 생명력을 잃어갈 때 하나님은 갈릴리 예수를 생명의 가지로 일으키셨다. 가끔 에루살렘과 갈릴리는 대조적으로 이해된다. 에루살렘은 산위에 있고 갈릴리는 바다에 있다. 에루살렘은 율법을 대표하고 갈릴리는 복음을 대표한다. 에루살렘을 유대교의 요람이요 갈릴리는 발상지다. 그러나 둘은 하나님안에서 하나다. 에루살렘을 통해 말씀을 주신 하나님이 예수님을 통해 생명을 주셨다. 에루살렘과 갈릴리는 한 하나님이 심은 같은 나무다.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나왔다. 산과 바다, 율법과 복음, 유대교와 기독교의 구분은 다만 언어적 구분일 뿐, 에루살렘이나 갈릴리 모두 한 이스라엘안에 있으며 이스라엘은 한 하나님안에 있다.

갈릴리의 물은 역시 푸르고 맑았다. 헬몬산의 깊은 곳에서 솟아난 물이기 때문이다. 그 생명의 물이 흐르는 곳마다 살리는 역사가 일어났다. 타브가에서 주님은 제자들을 부르셨다. 가버나훔에서는 주님은 중풍병자를 고치셨다. 거라사에서 주님을 귀신을 바다속으로 내쫒으셨다. 팔복산에서 주님은 산상수훈을 가르치셨다.  믹달에서 주님은 귀신들린 막달라 마리아를 살리셨다. 그는 살리기 위해 preaching,  teaching,  healing의 사역을 하셨다. 생수가 흘러간 곳마다 살리는 역사가 일어났다. 생수는 머물러야 하며 또한 흘러야 한다. 헬몬산에서 흘러내린 물은 갈릴리를 거쳐 온 이스라엘로 흘러간다.

요7:38에서 주님 말씀하신 것처럼 생수를 마시려는 자는 먼저 목말라야 한다. 영성은 영혼의 타는 목마름이다. 목마르고(thirsty) 마시고(소주) 흘러가야 한다(flow). 그 물은 먼저 내 배를 적셔야 한다. 그리고 곧 밖으로 흘러가야 한다.  에덴의 생수도 그랬다. '강이 에덴에서 흘러나와 동산을 적시고 거기서부터 갈라져'(창2:10). 에덴의 생수는 먼저 에덴을 적셨다. 에덴을 적신 되 생수는 네 강으로 흘러갔다. 생수가 흘러 세상을 적시는 비젼을 선포한 예언자가 에스겔이다. 겔47:8, '이 물이 동쪽으로 흘러 아라바로 내려가서 바다에 이르리니'. 이 물은 생수이신 예수님이다. 이 물은 흐르고 내려가 바다에 이르러야 한다. 성경의 '바다'는 세상이다. 갈릴리에서 흐르는 물은 흐르고 내려가 세상을 적신다. 그래서 생수의 강은 선교의 강이다. 미류나무 우거진 갈릴리의 숲에서 주님은 제자들에 명하셨다.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28:19-20). 그렇다. 갈릴리는 머물지만 멈추지 않는다. 갈릴리는 아름답지만 집짓고 살 곳이 아니다. 배가 항구에 있으면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를 위해 있지 않고 바다를 위해 있다.,'너희는 가라. 저 세상으로'. 오늘도 갈릴리는 생수로 흐른다.  우리는 오늘 그 생수의 강이 흐르게 하게 위해 목회하고 선교하고 이 땅에 산다.

아프리카(74)
다볼산, 전환점

이스르엘 평야에서 바라보면 마치 그릇을 엎어놓은 것 같은 산이 있다. 다볼산이다. 성경에서도 이 산을 자주 아름다운 산으로 기록한다. 렘46:18은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해변의 갈멜산과 육지의 다볼산을 꼽는다. 시89:12은 이스라엘의 남북을 대표하는 산으로 다볼산과 헬몬산을 말한다. 높이가 588미터로 그리 높지는 않으나 평야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올라가 보면 훨씬 더 높아 보이며 하늘과 땅, 그리고 이스라엘의 남과 북이 함께 펼쳐진다. 눈을 다시 들어 보면 북쪽의 갈릴리와 남쪽의 에루살렘 방향이 명확하게 보인다.

그러나 이 산이 아름다운 것은 이산에서 이루어진 사건때문이다. 역사와 전승은 이 산을 복음서에 나타난 변화산과 동일시한다. 이 산에서 예수님이 변모하시면서 자신의 신적 정체성을 나타냈다. 구름이 덮히면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음성과 함께 하늘의 영광이 나타났다. 공관복음이라 불리우는 마태, 마가, 누가복음의 공통적 구조가 있다. 그것은 복음서의 앞 부분은 갈릴리사역, 뒷 부분은 에루살렘사역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은 연결하는 공통 사건은  가이사랴 사건과 변화산 사건이다. 마태복음은 16장에서 가이사랴 빌립보, 17장에서 변화산 사건을 기록한다.마가복은 8장, 9장에서 그리고 누가복음은 9장에서 함께 기록한다. 그러니까 가이사라 사건과 변화산 사건은 복음서의 중심사건이요 갈릴리와 에루살렘을 연결하는 교량이 된다.

두 사건의 핵심은 무엇인가? Who is Jesus?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시냐라는 것이다. 가이사랴에서 주님은 who am I? 라고 물으셨다. 베드로는 이 질문에 대해 'You are the Messiah and Son of living God'라고 대답했다. 변화산 사건의 질문은 What does Jesus do? 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성경의 답은 '에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눅9:31)이었다. '별세'(엑소돈)은 작은 의미로 죽음이지만 넖은 의미로 죽음, 부활, 승천까지 포함한다(앵커바이블 주석). 가이사랴 질문이 예수님이 누구냐라는 존재(being)에 관한 질문이라면 변화산의 질문은 예수님이 무엇을 하셨느냐라는 사역(doing)에 관한 질문이다. 둘 다 다 예수님과 제자들간의 질문형식으로 이루어졌고 산에서 이루어졌으며 제자들로 하여금 눈으로 보게 하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다볼산은 단순히 이스르엘 평야에 있는 아름다운 산이 아니라 성경의 중심이 되는 산이요 갈릴리 사역과 에루살렘 사역을 연결하는 산이다. 다볼산은 예수가 누구이며 그가 어떤 일을 하실 분인가를 깨닫는 자가 오르는 산이다. 다볼산은 가이사랴 빌립보의 고백을 한 자가 예수님의 사역에 참여하기 위해 오르는 산이다. 다볼산 이전에 에수님은 갈릴리에서 preaching, teaching, healing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셨다. 그러나 다볼산 이후 예수님은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는 길을 택하셨다. 세상을 살리기 위해 갈릴리에서 제자들을 가르치신 주님은 이제 세상을 살리기 위해 에루살렘에서 자신을 죽이기 위해 산에 오르셨다. 성경이 강조하는 것은 '이때로부터'이다. '이때'는 곧 주님 사역의 중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눅9:51에 그 결단이 나타난다. '예수께서 승천하실 기약이 차가매 에루살렘을 향해 올라가기로 굳게 결심하시고...' 그의 때는 무엇이고 누가 그 때를 결정하시는가? 그래서 다볼산은 사이(berween)의 산이다. 갈릴리와 에루살렘의 사이, 하늘과 땅의 사이, 살리기 위해 가르치는 사역과 살리기 위해 죽는 사역, Who is Jesus? 와  What does Jesus  do? 의 사이,  사역자로서의 doing과 예배자로서의 being의 사이,  다볼산은 그 위대한 전환점이었다.

오늘 우리의 삶과 사역은 어디쯤 있을까? 갈릴리의 우리는 살리기 위해 부지런히 preaching하고 teaching하고 healing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역의 전부는 아님을 알아야 한다. 설교와 교육과 치유를 통해 큰 업적을 이루었어도 남은 일이 하나 있다. 다볼산 넘어 에루살렘으로 가는 일이다. 지금 갈릴리에 있는가? 다볼산에 오르자. 지금 다볼산에 있는가? 주님을 따라 에루살렘으로 향하자. 다볼산은 그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매일 요구되는 결단과 전환의 산이다.

아프리카(75)
쉐펠라, 골짜기

이스라엘 땅의 특징을 한 마디로 설명한 귀절이 있다. 신11:10-11이다. '네가 들어가 차지하려는 땅은 네가 나온 애굽땅과 같지 아니하니 거기서는 너희가 파종한 후에 발로 물대기를 채소밭에 댐과 같이 하였거니와 너희가 건너가서 얻을 땅은 산과 골짜기가 있어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흡수하는 땅이요'. 여기에 신명기는 두 땅을 비교한다. 애굽땅과 이스라엘 땅이다. 애굽땅은 나일강의 푸른 물이 사시시철 공급되는 비옥한 땅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물이 없고 오직 산과 골짜기만 있어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흡수하는 땅이다. 이스라엘 땅은 우리가 쟁취하는 땅이 아니요(not achieved), 은혜로 받은 땅이다(but received). 그래서 우리가 그 땅에서 할 일을 날마다 엎드려 비를 구하는 것이다.

산과 골짜기로되어 있는 이스라엘을 보면 두 가지 지리적 특징이 드러난다. 오른쪽은 우리나라의 태백산맥과 같은 산악지대가 있다. 그것을 중앙 산악지대라 부른다. 해발 700-900미터의 이 높은 산악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북에서 부터 사마리아, 그리심산, 세겜, 실로, 벧엘, 에루살렘, 베들레헴 그리고 헤브론이다. 그리고 왼쪽은 해안평야지역이다. 해발 100미터 미만의 낮은 평야지역이다. 위로 부터 아코평야, 샤론평야 그리고 블레셋 평아이다. 이 지역에서는 과거에 페니키아(두로와 시돈)에서 바알이 들어와 농사짓고 살고 해양민족인 블레셋이 들어와 이스라엘과 싸우며 살았다. 이 두 큰 지역 사이에 다섯 골짜기가 있다. 위로부터 아얄론 골짜기, 소렉골짜기, 엘라 골짜기, 벧구브린 골짜기, 그리고 라기쉬골짜기다.

이스라엘의 골짜기는 평야와 산지사이에 놓여있다. 따라서 골짜기는 피할 수 없는 존재이다. 블레셋 사람이 바다쪽에서 육지쪽으로 접근하려 할 때, 산지에 살던 유대민족이 평야로 내려오려고 할 때 필연적으로 만나는 곳이 골짜기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이 골짜기에서 중요한 전쟁과 사건들이 일어났다. 먼저 아얄론 골짜기에서는 여호수아의 전쟁이 일어났다. 거기서 여호수아는 거짓 항복하여 동맹을 맺은 기브온을 돕다가 태양이 멈추는 기적을 체험했다(수10:13). 아얄론 골짜기에 있는 게셀은 솔로몬의 병거성이요 벧호론은 가파른 절벽의 전장터였다. 소렉골짜기는 삼손의 주 활동무대였다. 소라가 고향인 그는 소렉골짜기에서 수많은 스캔들을 뿌리며 블레셋과 대결했다. 이 지역에서 중요한 것은 블레셋에게 법궤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결국 법궤는 이 지역에 있는 베쉐메스로 돌아왔지만 그로 인해 이스라엘이 받은 고통은 크고 깊은 것이었다. 엘라골짜기에서는 다윗이 골리앗과 싸웠다. 다행히 전쟁에 이겼지만 만일 졌다면 이스라엘은 산악지대를 빼앗기고 나라가 망할 뻔 했다. 벧구부린 골짜기에서는 다윗이 사울을 피하여 아둘람굴에 숨었다. 지금도 남아 있는 그 지역의 많은 동굴은 핍박의 시대, 초대교회 교인들의 절박한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 라기쉬 골짜기에는 앗스리아의 군대가 쳐들어와 이스라엘이 존망의 위기에 몰린 대 전쟁이 있었다. 겨우 막아냈지만 이스라엘은 그 뒤 바벨론에게 망했다. 이 다섯 골짜기를 성경은 '평지'(쉐펠라)라 부른다. 산지와 평야 사이의 낮은 구릉지대다.

이스라엘의 골짜기를 우리는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가 영적 이스라엘백성인한 골짜기는 피할 수 없다. 골짜기는 둘 사이(산지와 평지, 하늘과 땅)를 사는 존재들에게 필연적 공간이다. 산위에는 영광의 구름이 있지만 골짜기에는 싸움과 전쟁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골짜기를 지나야 한다. 골짜기는 싸움터다. 싸움은 힘들지만 싸우지 않고 인생을 사는 길은 없다. 다윗과 골리앗이 엘라골짜기에서 싸울 때 다윗은 싸우기 전 먼저 시냇가에서 물맷돌을 주었다. 돌을 줍기 위해 그가 했던 것은 허리를 숙이는 일이었다. 골짜기에 지나는 사람은 허리를 굽혀야 한다. 그리고 물매돌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시23:4이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이 부분을 영어성경으로 보면 이렇다. 'Even though I walk through the darkest valley'. '내가 사망의 음음침한 골짜기로 지나간다고 해도'. 그렇다. 골짜기는 집짓고 사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지나가는 곳이다. 영원히 계속되는 골짜기는 없다. 인내와 믿음으로 통과하다 보면 저 높은 산지가 나온다. 저 멀리 뵈는 시온성은 골짜기를 통해서 가는 길이다. 골짜기는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길이다. 골짜기를 통과하면 넖은 평야가 나오고 골짜기를 통과하면 시온산이 있다. 골짜기를 통과하는 자에게 주님이 네 가지  축복을 약속하셨다.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내가 너를 지켜주겠다
내가 네 잔을 가득 채워주겠다
그리고
내가 너와 영원히 함께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