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83)
멈추는 법을 배우라

지난 주부터 나는 지금 이곳 모리카라 집에 있다. 지난 3.20(금) 우간다 무세비니 대통령이 전국의 모든 학교, 교회의 문을 닫는다고 선포한 이래 강제로 자택에 격리된 셈이다. 국민 격리 상태는 점점 강화되고 있는데 3.23(월)에는 모든 육로, 항공기의 통행이 금지되고 3.25(수)에는 한국으로 돌아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카타르 항공 전세기가 떠났다. 국경은 폐쇄되어 자국으로 돌아갈 학생들의 길이 막히고 설상가상으로 택시, 버스등 모든 차량은 통제되어 자가운전은 3인까지만 승차할 수 있다. 그나마 밤 7시 이후에는 모든 차량의 통행이 금지된다. 모든 체육, 결혼식은 금지되고 장례식도 직계가족만 참석할 수 있다. 시장에서도 식료품외에는 판매가 중단되었다. 물론 이 조치들은 40일에 한하여 실시한다고 하지만 현지 상황은 그보다 더 오래 지속될 분위기다. 코로나 방역에 국가가 필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갑자기 타임 머신을 타고 긴급조치 시대로 돌아간 것 같아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이곳에 사는 한인, 한인선교사들은 행동을 극도로 자제하며 대부분 자택에 머물고 있다. 특히 조심스러운 것은 코로나가 중국에서 왔기 때문에 아시아인들은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인에 대한 린치 소식도 들리고 한국인도 중국인과 비슷하기 때문에 거리에 가면 우리를 '코로나, 코로나'하며 부르기도 한다. 잘못해서 반응을 보이면 우발적인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사람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식료품등 필수품을 구입할 때는 현지인과 동행하여 그들이 물건을 사게 한다. 지난 3.28(토) 발표에 의하면 이곳도 이미 확진자가 나타나 현재 누적 23명의 확진자가 생겼다(국적은 우간다 19명, 중국인 4명). 같은 날 보건당국은 잠재적 위험자 2,661명중 1,431명의 자가격리가 끝났으며 1,230명은 시설, 자택에 계속 격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가의 열악한 의료상황과 그들의 집단적 삶의 스타일로 볼 때 앞으로가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택 격리의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자택 격리는 코라나 시대를 사는 모든 지구촌 가족의 필수적인 주거형태가 되었다. 뉴욕에 사는 직장인도, 이태리에 사는 성악가도, 아프리카의 선교사도 오로지 집에만 산다. 전 세계가 이렇게 동일한 삶의 형태를 갖는 것이 창세 이후에 처음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팔랑거리고 살다가 집에만 '방콕'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한가? 나같은 경우도 하루 8시간 성경을 가르치며 누가 불러 할 일이 있다고 하면 지구의 끝이라도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세 평 집에만 살다니... 며칠 지내다 보니 이렇게 사는 것이 성경의 '피난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성경을 찾았더니 시편에만 '피난처'가 37번 나왔다. 모세는 호렙산에, 엘리야는 그릿시내가에, 바울은 아리비아 사막을 피난처로 삼은 적이 있다. 그러나 '피난처'의 대표적인 사람은 역시 다윗이었다. 다윗은 삼상21장에서 30장까지 사울을 피하여 15번이나 피난했다.

피난처가 무엇인가? 적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나를 숨기는 것이다. 적의 시야에서 벗어나 나를 안전지대에 두는 것이다 . 이 경우 가장 큰 전제는 내가 하던 일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던 일을 다 하면서 숨어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그렇게 다윗 잡는데 혈안이 된 사울도 동굴에서는 용변을 보거나 잠자는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바쁘게 살았던 삶에서 보면 집에만 사는 것은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지만 며칠 집에 살다보면 내가 너무 바쁘게 산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았고 몸을 혹사하며 살았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곳을 여행하고 살았고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살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저녁에 사람만나고 다니는 것이 당연할 줄 알았는데 저녁까지 바쁘게 사는 것은 한국사람이 거의 유일한 것을 알았다. '사람이 해아래서 행하는 모든 수고와 마음에 애쓰는 것이 무슨 소득이 있으랴...그의 마음이 밤에도 쉬지 못하니 이것도 헛되도다'(전2:22-23). 낮이나 밤이나 쉬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강제로 멈추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참에 우리가 그렇게 중독처럼 의지하는 컴퓨터, 핸드폰, 게임 좀 줄이고 살면 어떨까? 나도 외국에 살다보니 무슨 급한 소식이라도 있을까 봐 좋지도 않은 전기 사정에 핸드폰을 꼭 붙들고 살았다. 이번에 아예 결단하고 평소에는 꺼놓고 살고 며칠만에 한번씩 열어보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코로나 소식보다 더 중요한 소식이 무엇인가?

이참에 쓸데없는 말은 조금 줄이고 가족끼리 대화는 조금 늘리고 살면 어떨까? '혼자 있어서 잠잠할 것은 주께서 그것을 그에게 메우셨음이라'. 에레미아 애가의 이 말씀을 새번역은 이렇게 번역하고 있다. '짊어진 멍에가 무거울 때는 잠자코 있는 것이 좋고'(애가 3:28). 고통가운데 있는 백성은 말을 줄이라는 말이다.  영어번역이 조금 더 쉽다. 'Let him sit alone in silence, for the Lord has laid it on him' (하나님이 멍에를 그에게 지우셨으니 침묵가운데 앉아 있으라).

어차피 이렇게 되었으니 그동안 끼고 살았던 온갖 무거운 짐, 걱정 내려놓고 살면 어떨까?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버리고'(히12:1). 멈추면 끊어질 것 같고 내려놓으면 뒤쳐질 것 같고 쉬면 늦어질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다. 고속도로 표지에도 '5분 먼저 가려다가 50년 먼저 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동차도 기름이 떨어지거나 고장이 나면 강제로 멈춰선다. 사람도 큰 병이 나면 영원히 멈춰선다. 힘이 남아 있을 때 멈추어야 더 큰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도원의 아침편지). 코로나로 멈춰선 당신, 고난가운데 있는 당신에게 바벨론 포로시대, 모든 것이 멈추었던 참담한 이스라엘의 상황에서 쓰여진 멈춤의 축복, 에레미아 애가3장을 축복의 말씀으로 드리고 싶다.

우리 멀리 가기 위해 빨리 가는 길을 내려놓자.
내일 뜰 태양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 기쁘게 긴 밤을 새우자.
내일 더 크고 아름다운 말을 하기 위해 오늘 침묵의 마스크를 쓰자.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 밤 창가에 기대어 기다리고 무릎꿇어 기도하자(애가3:19-26).

아프리카(84)
자기를 돌보는 것이 먼저다

하나님이 코로나를 통해 우리를 강제로 멈추게 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코로나 사태가 우간다에 몰려오기 직전 나는 캄팔라 병원에 있었다. 말라리아는 잘 먹어야 낫는다는 말을 어디서 듣고 아내는 필사적으로 나를 먹이기 시작했다. 한인회 주소록에 있는 한인가게등을 수소문해서 구하기 힘든 미역국, 육계장, 콩나물국 등을 구해서 식탁에 올렸는데 문제는 내가 그것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평소에 잘 먹는 김치, 김, 게란, 과일, 음료수도 먹을 수 없었다. 먹고는 싶은 데 속에서 받지를 않았다. 토하면서까지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때 아주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아, 모든 문제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아무리 밖에서 좋은 것을 줘도 내 안에서 받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내 문제다'.  우리의 가정, 교회, 자녀교육, 정치, 사회문제도 그럴까?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우리의 모든 문제는 결국 내 문제다.

우리가 치열하게 싸울 대상도 우리 자신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따뜻하게 껴안아야 할 대상도 우리 자신이다. 결국 나를 잘 돌보는 것이 코로나를 이기는 길이요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나 한 사람 사랑하는 것이 곧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캄팔라 병원 문을 나설 때 선교사인 의사가 한 말이 내 귀에 남았다. '목사님, 결국 목사님 몸을 잘 돌보는 것이 아프리카 선교예요'. 슈바이처를 닮은 의사의 말때문에 나는 조금 더 내 몸을 귀하게 여기게 되었다. 파커 팔머가 쓴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Let your life speak)에서 그가 말했다. '자기 돌보기는 결코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다. 이기주의라면 거룩한 이기주의다. 그것은 내가 가진 유일한 선물, 곧 하나님이 다른 사람위해 쓰라고 내게 주신 하나님의 귀한 선물을 잘 돌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돌보기는 우리 몸에서 시작하여 영혼으로 나아간다. 다윗이 열 다섯번째 마지막 피난처로 삼은 곳이 삼상30장에 나오는 브솔시내다. 지금의 브엘세바에서 지중해쪽으로 난 작은 개울, '와디 가제', 사방이 광야지역인 이 곳에 유일하게 숲이 있고 물이 있는 곳, 그곳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적 승리가 나타났다. 때는 다윗의 일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 당시 그는 시글락에서 이스라엘의 숙적 불레셋왕 아기스에 얹혀 살면서 모진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때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남쪽 광야의 무법자 아말렉이 쳐들어와 이스라엘 백성들을 사로잡아 갔다. 그 중에는 다윗의  두 아내 아히노암과 아비가일도 있었다. 정신을 차린 다윗이 추격을 준비하면서 전투에 참여할 병사가 몇 명인지 점호했다. 약 600명이었다. 아말렉 대군과 싸우기에는 턱없이 적은 수였고 그나마 .오랜 도피생활로 몸과 마음이 피곤으로 찌들어 있었다. 이 사람들을 데리고 어떻게 이말렉을 잡을수 있을까? 그나마 떠나려면 지금 떠나야 한다. 지금 급하게 좇아갈 것인가? 병사들을 우선 쉬게 할 것인가? 다윗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때 다윗이 병사들을 데리고 들어간 곳이 브솔시내였다. 거기서 그는 하루밤을 쉬면서 병사들을 충분히 먹이고 재웠다. 무엇보다 제사장 아비아달로 부터 들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병사들에게 자신감과 믿음을 심어 주었다. 하나님이 아비아달을 통해 하신 말씀이다. '만일 그대들이 좇아가면 반드시 그들을 따라 잡을 것이며 잃어버린 백성들도 다시 찾을 것이요'. 지도자는 위기때 백성들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다. 나폴레온의 말처럼 '지도자는 희망을 파는 사람이다'. 다음날, 이스라엘 병사들은 말씀과 기도와 휴식으로 회복되었다. 다윗은 그중에서도 피곤이 완전히 회복된 병사 400명을 데리고 추격전에 나섰다.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성경이 보고하는 승전보다. '다윗이 아말렉 사람들이 빼앗아 갔던 모든 것을 하나도 잃지 않고...도로 찾았고' (삼상30:18-19).

무엇이 승리의 비밀인가? 피곤해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전쟁은 시간의 문제나 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직 충분히 회복된 병사만 전쟁에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회복되고 재무장된 소수의 병사가 술먹고 춤추는 다수의 병사를 이겼다는 것이다. 핵심귀절은 삼상30:6이다. '다윗이 크게 군급하였으나 그 하나님 여호아를 힘입고 용기를 얻었더라'. (David was greatly distressed but he found strength in the Lord his God'). 문제는 '힘'이다. 이 힘을 우리는 어디서 얻을 것인가? '나의 힘이 되신 여호아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시18:1). 골리앗이 창과 칼로 가졌던 '힘'(아온)이 아니라 다윗이 브솔에서 받은 '힘'(하자크)을 우리는 어디서 받을 것인가? 사방이 꽉 막힌 아프리카땅, 고국으로 가는 마지막 비행기도 떠나고 대량 코로나 확진자가 예상되는 불확실한 땅에서 선교사는 무슨 힘으로 살아가야 할까? 코로나사태로 답답한 집에만 사는 우리에게 집은 무엇이고 우리는 여기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침식사가 마치면 우리 부부는 성경앞에 앉는다. 아내는 속도가 빨라 사무엘을 읽고 나는 아직도 여호수아와 가나안 전쟁 중이다. 성경을 읽은 후 우리는 서로 받은 은혜를 나누고 토론한다. 그리고 기도한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 자녀들, 형제들, 교회와 교인들, 한국사회, 우간다 선교사, 그리고 마지막 서로를 위하여 눈물로 기도한다. 이 외롭고 힘든 영적 전쟁에서 코로나 위기를 이기고 마침내 아프리가 선교에서 승리하도록, 아프리카 모리카라 작은 집이 나에게 엔게디가 되고 브솔이 되고 피난처가 된 것처럼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도 집이 다만 격리 수용소가 아니라 영혼이 회복되는 쉼터가 되고, 가족끼리 기도하는 얍복강이 되고, 미래의 승리를 위한 다윗의 피난처가 되기를 기도한다.

여름의 나무는 위로 무성하게 자라지만 겨울의 나무는 아래로 깊히 자란다. 지금은 추운 겨울, 우리 자신을 돌보고 영혼의 뿌리를 깊히 내려 우리에게 곧 다가올 아름다운 가을을 위한 열매를 준비할 때다. 그래서 우리에게 지금이 중요하다.

아프리카(85)

기도로 세계와 연대하자

이번 코로나를 통하여 발견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나와 세계와의 관계이다. 평소에 우리에게 멀리 있던 세계가 갑자기 가까이 다가왔다. 우리는 매일 세계에서 일어난 소식을 우리 동네 이야기처럼 들으며 세계 사람들이 겪는 고통의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듣는다. 안됐지만 세계는 지금 코로나안에서 하나다. 일찌기 이렇게 세계가 하나의 주제로 고통과 공감을 가져본 적이 없다.

3.28(토) 현재, 한 명의 이상의 확진자를 가진 나라는 총 204국,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와 상관없는 나라는 이제 없다. 2019.12에 중국 무한에서 발열 증상을 보인 사람은 우리와 똑같은 보통 사람이었다. 이는 우리중 누구도 바이러스 최초 감염자가 될 수 있슴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는 놀랍게도 미국과 유럽등 선진국이다. 감염자 수로 보면 대체로 선진국이 앞서 가고 아프리카등 후진국이 뒤따르고 있다. 이것 또한 우리 생각과 다르다. 우리는 선진국들은 의료 시스템이 좋아 환자가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급하게 악화되는 상황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무척 당황스럽다. 일종의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랄까?

우리가 그동안 굳게 믿었던 1등 국가, 2등 국가란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우월의식, 무슨 무슨 드림이라는 것도 자기들이 만든 신일 뿐 하나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팀 켈러가 말한대로 '우리는 그동안 인간이 만든 가짜 우상들이 허물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  또한 폴 틸리히가 말한대로 '우리는 지금 사람들이 모래위에 세운 세상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고 있다'. 세상의 어떤 나라도 재앙을 막는 데 자신있다는 나라는 없다. 세상에 완벽하게 안전한 민족도 없으며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우월한 나라도 없고 어떤 재앙과 상관없이 완전히 천국처럼 사는 나라도 없다. 우리는 바울이 말한대로 다만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하며'(롬8:22) 사는 연약한 피조물일 뿐이다.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최고의 성경적 발견은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며, 여기에 어떤 민족도 나라도 사람도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외로으니까 등을 맞대고 살고 연약하니까 서로 힘을 합치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외로운 사람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을 다른 말로 '세계와의 연대'라고 부르면 어떨까? 코리 텐 붐의 '피난처'(Hiding Place)가 이 경우의 가장 아름다운 모델이다. 네델란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코리의 집에서는 2차 대전 때 유대인들을 시계방인 자기 집 지하에 비밀리에 숨겨주고 있었다. 이로 인해 코리와 언니는 감옥에 갇히고 가족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코리의 시계방은 특별한  '피난처'였다. 그들은 네덜란드 사람이고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나찌를 피하여 숨을 이유도 숨을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동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유대인의 고통을 보면서 차마 무관심할 수 없었다. 인류애적 차원에서 뿐 아니라 유대인은 그들에게 성경과 예수 그리스도를 남겨준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이로 인해 그들이 당한 고난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코리의 부모는 죽고 코리와 함께 감옥에 있던 언니도 끝내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고 죽었다. 코리와 오빠는 살아 돌아왔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폐허와 가난뿐이었다. 유대인을 숨겨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온 가정이 풍비박산이 난 것이다. 코리의 '피난처'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았던 피난처와는 다르다. 그것은 위험으로 부터 나를 보호하고 내 가족들을 지키는 피난처가 아니고 고통당하는 세계와 연대하는 피난처였다. 나를 숨기는 피난처가 아니라 남을 숨겨주는 피난처, 그리하여 고통당하는 세계를 위해 함께 고통하며 고락을 같이 하는 피난처였다.

나는 세상과 연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기도라고 믿는다. 신학자 칼 바르트가 말한대로 '기도하기 위해 두 손을 모으는 행동이야 말로 무질서한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일어서는 출발점이다'. 특히 중보기도는 그와 하나님 사이에 내가 서서 내가 그들의 고통을 위해 기도하고 마음으로 하나님의 위로를 전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고통당하는 중국, 미국, 이태리, 스페인, 이란, 유럽에 가서 그들을 도울 수는 없다. 우리 자신도 사실상 격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도할 수는 있지 않는가? 기도는 소리없는 아우성, 우리가 기도하면 하나님이 일하시지 않겠는가? 확진자 수별로 세계 코로나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나는 그것을 보며 나라 이름을 불러가며 시간나는 대로 기도한다. 아프리가를 위해서는 그동안 해왔던 기도가 있다. 나는 내 방에 아프리가 대륙의 지도를 걸어놓고 '아프리카 54개국에 선코사를 보내주소서' 라고 기도한다. 알파벳으로 하면 알제리아로 부터 시작하여 짐바브웨까지, 지리적으로 하면 북쪽 이집트에서 남쪽 남아공까지, 동서로 하면 서쪽 세네갈부터 동쪽 소말리아까지 54나라의 이름을 모두 부르며 기도한다. 이 모든 나라에 충성스런 하나님의 종들이 파송되어 검은 아프리카에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도록 기도한다. 이번에 여기에 코로나 기도가 추가되었다. 의료설비에 취약한 이들 나라가 코로나를 잘 비켜가며 건강하고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기도한다.

그렇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나라들은 섬처럼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사실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개인으로는 외롭고 연약하지만 우리가 서로 기도하면 함께 하나님의 크신 뜻을 이룰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며 어떤 민족도 개인도 예외는 없다. 본회퍼목사가 그의 책에서 말한 정신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서로에 대해 좋은 기도자, 좋은 피난처, 좋은 위로자가 될 수 있다. '성경은 우리에게 "서로 남의 짐을 지라. 그리스도의 법을 이루라(갈6:2)"라고 말한다. 그리스도인은 형제의 짐을 짊어져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내게 짐이 될 때만 그는 나의 형제가 되고 내가 그의 짐이 될 때만 나는 그의 형제가 된다'.

그렇다. 세계의 백성들을 위해 기도하자. 코로나로 고통을 겪는 나라를 위해 더 기도하자. 세계의 형제들을 위해 기도의 짐을 함께 지자. 그들이 우리의 짐이 될 때 우리는 하나님안에서 한 형제가 되고 우리는 그들의 형제가 된다. 피난처는 멈추는 곳(Stop to work), 자기 몸과 영혼을 돌보는 곳(Soul care),  나아가 세계를 기도로 연대하는 곳(Solidarity with the world)이다. '피난처 있으니 환란을 당한 자 이리 오라'. 코로나 시대에 피난처이신 주님이 당신의 삶과 당신의 기도속에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