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101)

글쓰기: 기억하고 기념하기  

코로나 시대, 나를 살리는 세 번째는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사실 아프리카에 오기 전부터 나의 주된 목회적 관심사였다(책 28권 출판). 그러나 그 일이 아프리카 선교현장까지 이어져 14개월이 지난 오늘 101번째 글을 쓸 줄은 나도 몰랐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아닐 수 없다.

글쓰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이고 많은 훈련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 수고에 대한 보상은 다른 어떤 것보다 크고 오래 간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몸이 아파 휴학하고 고향에 있을 때, 무료하기도 해서 교회 목사님 서재에 있는 세계문학 전집을 읽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나는 그 무렵 거의 일 년을 세계문학과 사상전집에 푹 빠져 살았는데 그것이 지금 내가 가진 작은 인문학적 자산의 밑천이요 글쓰기의 시작이 되었다.

다시 글쓰기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이스라엘이었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 전체(누가를 제외한 모든 성경 저자가 유대인)와 외경, 미쉬나, 탈무드 등의 문서들이 역사속에 남은 것은 기록하기 좋아하는 유대인 때문이라는 사실에 도전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77:11-12에 '...주께서 옛적에 행하신 기이한 일들을 기억하리이다. 또 주의 모든 일을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주의 행사를 낮은 소리로 되뇌이리라'. 여기에 소위 '4기'가 나온다. 기사(miracle), 기억(remember), 기도

(meditate), 그리고 기록(write)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세계사에 이바지한 것은 그들 역사에 하나님의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과 함께 그 과거의 기적을 현재적 사건으로 기억하도록 기념하고 기록했다는 것이다. 기념이 그들의 축제(절기)라면 기록은 성경인 셈이다.

글쓰기는 우선 우리에게 주어진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필요하다. 내가 아프리카에 온 지 1년밖에 안 지났지만 나는 벌써 작년 일을 잊기 시작했다. 그나마 글로 남기지 않았다면 몇 년 후 내가 아프리카에 살았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글을 쓰는 또 하나 이유는 기억을 넘어선 의미의 창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일은 하나같이 어떤 의미가 있고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러나 그 의미는 주파수를 맞춘 사람에게만 들려오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잡음이 된다.

헨리 나우엔이 글쓰기의 창조성에 대해 한 말이 중요하다. '글쓰기란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내 속에서 다시 재발견해가는 창조적 과정이다'. 그렇다. 우리가 글쓰기를 통해 사건을 음미하지 않으면 사건은 메시지가 아니라 소음이 되어 사라지고 만다. 글쓰기는 나에게 주어진 사건을 의미를 가진 메시지로 재창조하는 과정이다.

나는 성경을 묵상하고 글을 쓴다. 어떤 때는 마음으로 은혜받았으면 됐지 이걸 왜 쓰나 귀찮을 때가 있다. 그러나 일단 쓰다 보면 쓰기 전에는 깨닫지 못한 것이 글로 나타날 때가 많다. 의미의 재창조인 셈이다.

나는 선교의 현장에서 보고 겪은 일은 작은 일이라도 메모하고 후에 반추하려고 노력한다. 대부분의 내 글의 소재들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로 하면 나는 언제든지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만나는 선교사마다 글쓰기를 권한다. 물론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에게 주신 수 많은 기적이 의미 없이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하나님이 교회 안에서, 그나마 잘 정리된 설교로만 말씀한다고 믿지 않는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고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시19:2-4). '...내 마음 귀가 열리면 그 말씀 밝히 들리네'(찬78장). 하나님은 자연 속에서 사람을 통해 그리고 사건을 통해 계속 말씀하고 계신다. 마음의 귀를 열고 하나님의 음성 듣기를 사모하면 글쓰기가 시작된다.

글쓰기는 전문적인 작가들만의 일이 아니다. 성경 기자중 전문 작가나 문학가는 아무도 없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글쓰기는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크신 일(기사)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아름다운 영적 재생산의 과정이다. 코로나시대에 당신을 살리는 것은 무엇인가?

아프리카(102)

Walking prayer(걷는 기도)

세계는 지금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옮겨가고 있다. 아프리카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서 금주 우간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공항, 국경, 교통, 교회, 학교 등의 폐쇄)를 2주간 더 연장했다. 그러나 우리는 곧 생활 속으로 갈 것이다.

기도도 생활 속에서 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활속 기도를 생각하다가 3w기도가 떠올랐다. walking prayer(걷는 기도), working prayer(일하는 기도), 그리고 waking prayer(깨우는 기도)이다.

'걷는 기도'는 글자 그대로 걸으며 기도하는 것이다. 나는 길을 걸을 때마다 이 기도를 통해 큰 행복을 누린다. 이 기도는 호렙산 떨기나무에서 모세가 그림처럼 보여준 아름다운 기도다. 그는 떨기나무를 보고, 그 음성을 듣고, 하나님과 말하기를 시작했다. 보고(look), 듣고(listen), 그리고 말했다(speak). 이것이 '걷는 기도'의 순서요 내용이다.

여리고의 이스라엘 백성도 침묵 가운데 여리고를 돌면서 이 기도를 드렸다. 그들은 여리고 성을 보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크게 소리쳐 외쳤다. 그들이 외치자 여리고는 곧 무너졌다.

아마도 아가서는 '걷는 기도'의 좋은 성경적 모델일 것이다. 솔로몬에게 자연(고벨화, 수선화, 비둘기), 사람(신부, 군대, 어머니) 그리고 신체(뺨, 입술)는 술라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자연의 거울이었을 것이다. 우리도 솔로몬처럼 자연을 통해 하나님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연은 하나님의 모국어요,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걸을 때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주님, 내 안에도 하늘의 빛이 임하소서' 기도한다. 모진 비바람을 맞고도 살아남은 잡초를 보면서 '주님, 저도 저 끈끈한 생명력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무서운 벼락과 천둥에도 꿋꿋이 서 있는 나무를 보고 '주님, 저도 불어오는 천둥과 폭풍을 피하지 않고, 또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주님이 보낸 그 자리에서 우뚝 서게 하소서' 기도한다.

지나가는 사람을 만날 때 손 흔드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허리굽혀 일하는 농부들에게 '주님, 저들에게 양식을 주소서'. 맨바로 달려오는 어린이들에게 '주님, 저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기도한다. 노인에게는 건강을, 어머니에게는 가정의 축복을, 그리고 모두에게는 하나님의 사랑을 기도한다.

예수님도 걸으시면서 말씀하시고, 걸으면서 기도를 가르치셨다. 누가복음 9장-18장에서 주님은 남들이 가기 싫어하는 사마리아 산지를 지나시면서 그 유명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탕자의 비유를 가르치셨고, 주기도, 친구의 기도, 과부의 기도, 세리의 기도 같은 주옥같은 기도를 가르치셨다. 모두 걸으면서 하신 일이었다.

성 프란치시코도 걸으면서 자연과 대화했다. 그는 새와 대화했고 태양과 달을 형제, 자매라 부르며 대화했다. 심지어 수비오산에 출몰해 사람들을 해치던 늑대 형제와도 대화했다. 사납던 늑대는 죽기까지 2년간 아무도 해치지 않았고 그가 죽자 사람들이 그를 묻어 주었다. 늑대를 통해 하나님을 볼 수 있다면 하나님을 볼 수 없는 자연은 어디 있을까?

'걷는 기도'는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의 훈련이다. 단지 혼자 걷는 것은 '걷는 기도'가 아니며 단지 운동만을 위해 걷는 것도 '걷는 기도'가 아니다. 성경이 에녹과 노아에게 공통적으로 표현한 말이 있다. 'They walk faithfully with God'(창5:24, 6:9). 그렇다. 하나님과 함께 걸어야 '걷는 기도'다.

'닥터 지바고'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장군이 타냐에게 물었다. '넌 어떻게 아빠와 헤어지게 되었니?' 타냐가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제가 아빠의 손을 놓쳤어요'. 그때 장군이 말한다. '그래? 사실은 그 사람이 네 아버지가 아니란다. 아버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의 손을 놓지 않기 때문이지. 네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란다'.

그렇다. 하나님도 그 자녀의 손을 놓치 않는다. 우리가 혹시 그의 손을 놓을지라도, 우리가 혹시 그를 잊을지라도, 그는 우리 손을 놓지 않으며 우리를 잊지도 않는다.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아께서 그의 오른 손으로 붙드심이로다'(시37:24). '내가 너를 의로운 오른 손으로 붙들리라'(사41:10).

주와 함께 걷는 길, 즐거운 것 아닌가? 꽃이 피는 들판이나 험한 골짜기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주와 함께 걷는 것은 행복한 일 아닌가? 우리 일생 다가도록 주의 손잡고 기도하며 걷지 않겠는가?

아프리카(103)

Working prayer(일하는 기도)

생활속 기도의 하이라이트는 일하면서 기도하고 기도하며 일하는 것이다. 우리도 모르게 굳어진 잘못된 기도의 관념중 하나는 기도는 일하기 전후에 하고 일할 때는 오직 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히브리어에서는 '일'과 '기도'의 어근이 같다. 히브리어 '알렙, 벹, 달렛'(영어로 ABC)을 쓰고 발음을 '아바드'라 읽으면 '일'이 되고, '에베드'라 읽으면 '예배'가 된다. 히브리 개념으로 worker는 곧 worshipper요 기도는 곧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 삶의 시작이요 기본이다.

많은 사람이 성경의 마르다, 마리아 자매를 둘로 나누기 좋아한다. 마르다는 활동적이고(일중심), 마리아는 정적(기도중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성경적이지도 않고 실제적이지도 않다. 우리는 마리아로서 열심히 일하고 마르다로서 부지런히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요즘 개학의 조짐이 보이면서 강의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 학기 가르치는 과목중의 하나가 '성서 시대 이스라엘 사회의 문화'인데 이 과목을 나는 기도하며 준비한다. 책을 읽고 메모하고 정리하면서 기도한다. 거기 따른 자료(그림, 사진, 영상) 준비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

코로나 중이지만 미쳐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학생이 셋이 있다. 하나는 우간다 학생이고, 둘은 부룬디 학생이다. 국경이 닫히고 통금이 실시되자 갈곳이 없어 우리 집 주변에 살고 있다. 이 학생들을 돌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지만 역시 기도가 필요하다.

개학이 계속 연기되면서 학생들의 안전과 소식을 접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매일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하는 것이 더욱 큰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기도는 일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일 자체이기 때문이다'(이.엠.바운즈).

성경에서 일과 기도를 조화시킨 사람이 많다. 아합왕 시대의 관리 오바댜가 그중 하나다. 그는 서슬퍼런 바알의 시대에 하나님의 종들을 숨겨주고 먹여주었다. 이세벨 밑에서 일하고 하나님을 섬기는 일은 기도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름의 뜻대로 '하나님의 종'(오바댜)들은 세상에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

사도 바울과 함께 텐트를 만들며 살았던 브리스길라 부부가 있다. 오랜 떠돌이 생활 속에 바울을 만난 그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들은 바울과 함께 기도하며 텐트를 만들고 텐트를 만들면서 기도했다. 아마도 그들이 수리아로 떠난 후에도, 로마에 정착하고 그들의 목숨이 다한 날까지도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손으로 일하고 기도하며 살았던 그들은 그래서 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부 중의 하나다.

교회사에서 일과 기도를 일치시킨 대표적인 사람이 로렌스 형제(1611-1691)다. 그는 18세 되던 어느날 메마른 겨울나무를 보고 회심한 후 수도원에 들어가 일생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았다.그가 수도원에서 한 일은 일생 주방에서 일한 것이었는데 그는 그 일을 하면서 하나님의 임재를 크게 느꼈다.

'저는 후라이팬에서 계란을 뒤집는 것도 하나님을 사랑하기 위하여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마쳤을 때 바닥에 엎드려 그 일을 잘 할 수 있게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그렇게 기도한 후 일어나면 세상 어떤 왕도 부럽지 않습니다'(하나님의 임재 연습).

우리도 정말 그렇게 일하며 기도하는가? 옛날 에루살렘에 살던 한 상인이 대제사장을 찾아왔다. 그는 지성소 한번 보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고 말했다. 대제사장은 그에게 직업을 그만두고 3년간 성전에서 쓰레기 치우고 마루 닦으면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드디어 3년이 된 날, 대제사장은 상인을 데리고 성전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말했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지성소요. 부디 하나님 만나기 바라오'. 상인은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곳은 바로 시장이 아닌가? 평생 그가 상인으로 일했던 시장이 그가 그렇게 보기를 원했던 지성소라니 상인은 깜짝 놀랐다.

우리도 우리가 일하는 일터가 지성소라고 믿는가?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지 정말 우리가 일하는 일터가 지성소라고 믿는다면 그리고 우리가 거기서 일하며 기도할 때 그것이 예배가 된다고 믿는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 우리 모두 일을 위해, 일과 함께, 그리고 일을 넘어 항상 기도하지 않겠는가?

아프리카(104)

Waking prayer(깨우는 기도)

가장 좋은 기도는 무엇일까? 많은 응답의 기도? 신비한 체험의 기도? 침묵기도? 나는 가장 좋은 기도는 많이 하는 기도라고 생각한다. 수도사 채프먼의 말과 같다. '기도를 배우는 유일한 것은 기도하는 것이며, 기도를 잘하는 유일한 길은 기도를 많이 하는 것이다'(존 채프먼).

우리는 어떻게 하면 능력 있는 기도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응답받는 기도를 할 수 있을까를 묻지만, 하나님은 얼마나 자주 우리가 그 앞에 나타나는가를 보시지 않을까?

어차피 응답은 하나님의 소관이고 그 기도가 영적인지 아닌지 잘하고 있는지 못 하고 있는지는 하나님이 판단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다음에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그는 나를 위하여 자기 시간을 많이 내었다" 고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일 것이다'(루드비히 쾰러).

기도의 가장 중요한 자세는 하나님 앞에 항상 깨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님이 자주 하신 말씀이 '깨어 기도하라'는 것이었다.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마26:41). '네가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막14:37). 주님은 자신의 미래를 알고도 깨어 기도했는데 제자들은 그것도 모르면서 잠만 자고 있었으니 주님이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그래서 바울이 말한 '쉬지 말고 기도하라'(살후5:17)는 말씀은 모든 시대 성도들의 기도의 이상이었다. 사막교부의 이야기다. 한번은 사막교부 루시우스가 자기를 찾아온 수도사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어떻게 기도하는가?'. 수도사들이 대답했다. '우리는 쉬지 않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먹지도 자지도 않는가?' 이렇게 물은 다음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내 경우를 말하겠소. 나는 매일 종려나무 가지로 바구니를 만드오. 나는 손으로 일하는 동안 기도를 쉬지 않소. 하루종일 일하면 은화 13 조각을 얻소. 그것으로 음식을 사고 자선한 후 나머지를 밖에 내놓으면 다른 사람이 가져가면서 대신 자는 동안 나를 위해 기도하오. 그렇게 해서 나는 쉬지 않고기도하고 있소'.

이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이상을 제도화한 것이 수도원이었다. 수도원은 하루 7번 주를 찬양한다는 시편(119:164)의 말씀을 따라 하루 7번씩 기도하는 삶을 정형화했다. 작년 이집트 성 안토니 수도원에서 한 주간 이 기도회에 참석하면서 거의 순교할 뻔했다. 그러나 또한 평생 쉬지 않고 기도하며 산 신앙 선배들의 믿음과 열정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쉬지않고 기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첫번째는 자신에게 맞는 시간을 정해 놓고 규칙적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나는 요즘 오전, 오후 한번씩 규칙적으로 기도한다. 오전에는 주로 중보기도를, 오후에는 선교를 주제로 집중적으로 기도한다.

규치적인 기도의 중요성을 말한 이야기가 있다. 한 사업가가 미국의 영성가 달라스 윌러드에게 찾아와 많은 일로 고민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그가 대답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정한 시간에 기도하고, 하나님이 원한다고 믿는 일을 하시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만 걱정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쉬지 않는 기도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바꿔야 할 기도의 개념이 있다. 그것은 기도는 문제해결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앞에 평생 마음으로 서는 것이고'(테오판), '말이 아니라 자세이며, 하나님의 임재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지속적인 태도'(리처드 로어)이고, '기도를 통하여 우리는 더 좋은 방법을 찾으나 하나님은 더 좋은 사람을 찾으신다'(이.엠.바운즈)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또한 응답이 필요하다고 해도 우리는 기도할 뿐 응답할 능력과 자유는 하나님께 있으며,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거절할 수 있으나 무시하지는 않는다'(C.S.루이스)는 것을 기억하고, '응답의 싯점과 방법에서 하나님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빌 하이벨스).

또한, 하나님이 가끔 침묵하시나 침묵은 하나님의 부재가 아니며, 가끔 불친절하시나 불친절은 하나님의 마음이 아니고, 가끔 영혼의 어두운 밤을 경험하나 어두운 밤이 하나님의 무관심이 아님을 알고 끝까지 깨어 기도하는 것이다.

깨어 있는 기도는 곧 깨우는 기도다. '모든 기도와 간구를 하되...이를 위하여 깨어 기도하기를 항상 힘쓰고'(엡6:18). '인자야...너는 나를 대신하여 그들을 깨우치라'(겔3:17). walking, working and waking!!, 깨어 있는 사람만 다른 사람을 깨울 수 있다. 하나님앞에서 항상 깨어 기도하며 잠자는 세상을 깨우는 일이야말로 우리 생의 최고의 사명이 아닌가?

아프리카(105)

여리고 전투: 열린 문으로

한국의 코로나가 잘 끝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장애물을 만났다. 끈질기게 쫓아오는 코로나를 보면서 이스라엘을 괴롭힌 전투들이 생각났다. 코로나와 함께 우리에게 찾아올 전투에서 우리는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이를 위해 성경의 세 전투; 여리고 전투(수6장), 아이 전투(수7-8장), 그리고 드보라 전투(삿4-5장)를 묵상했다.

요단강을 넘은 이스라엘 백성이 처음으로 만난 전투는 여리고 전투였다. 여리고는 이스라엘에게 매우 중요한 도시였다. 역사적으로 세계는 북쪽에 강국이 많았고(앗수리아, 바벨론, 로마등) 여리고는 이들과 자연적 경계를 이루었다. 그래서 아브라함도, 출애굽 백성, 알렉산더, 클레오파트라, 로마, 예수님, 그리고 제1차 대전후의 알렌비 장군도 이곳을 통해 이스라엘에 들어왔다.

정탐꾼들은 가나안의 성읍들을 대단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그 땅 주민은 강하고 성읍은 견고하고 심히 클 뿐 아니라'(민13:28), '그 백성은 우리보다 장대하며 그 성읍들은 크고 성곽은 하늘에 닿았으며'(신1:28). 실제 역사는 고고학의 발굴과 함께 여리고, 아라드, 세겜, 그리고 하솔등 고대 가나안 시대의 성읍들이 대단한 규모의 성이었음을 증명한다.

고고학자들은 여리고에서도 주전 1250년대 후반에 무너진 것으로 보이는 층에서 높이 7.5미터, 폭 6.5미터의 내벽과 외벽의 불탄 흔적과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주전 7천 년(신석기 시대)의 원형 제단을 발견했다고 보고한다(1952-58년, 캐스린 케년).

문제는 성경을 읽을때 역사적 '사실'과 하나님의 '진실' 사의의 간격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 정탐꾼들의 보고는 실제 가나안의 상황을 더 사실적으로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여호수아와 갈렙이 달랐던 것은 그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사실 자체의 보고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진실이 담긴 메시지를 전하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리고는 굳게 닫히고 출입하는 자가 없더라'(수6:1). 이것은 당시 여리고의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여리고와 그 왕과 용사들을 네 손에 넘겨주었으니'(수6:2)는 하나님의 약속이다.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진실'은 성경이 증거한다. '현실'은 당대에 설득력이 있고, '약속'은 마지막에 진가를 나타난다.

코로나 시대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곳곳에 굳게 닫힌 여리고의 성문들이 보인다. 경제의 문, 사업의 문, 학업의 문, 교회의 문, 미래와 희망의 문들이 다 닫혀 있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고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약속은 다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미 여리고를 주셨고, 여리고는 이미 우리에게 열려 있다고 한다.

따라서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훈련이 있다. 평소처럼 보이는 것만 보거나 들리는 것만 듣지 않은 훈련이다. 지금 눈에 여리고같은 코로나가 보이지만 보이지 않은 하나님의 약속을 더 붙잡고, 지금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들리지 않는 하나님의 음성을 더 듣는 훈련이다.

하나님의 약속은 백성들의 순종과 함께 이루어졌다. '너희 모든 군사는 그 성을 둘러 성 주위를 매일 한번씩 돌되 엿새동안 그리하라'(수6:3). 하나님의 약속은 믿음을 낳고 믿음은 순종을 낳고 순종을 기적을 낳았다. 믿음은 또한 믿음의 선포를 낳았다. '이에 백성은 외치고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매...백성이 크게 소리질러 외치니 성벽이 무너져 내린지라'(수6:20).

그렇다. 여리고의 축복은 하나님의 약속에서 오고, 여리고의 기적은 믿음의 선포를 통해 일어났다. 선포는 마음으로 믿고 입으로 시인하는 것이다. 우리앞에 무엇이 있든 스가랴가 선포하는 대로 '큰 산아, 네가 무엇이냐? 네가 스룹바벨 앞에서 평지가 되리라'(슥4:7) 선포하는가? 우리의 현실이 무엇이든 현실보다 약속을, 사실보다 진실을 더 믿는가?

아프리카에 온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나는 낯선 땅에 산다. 더위와 가난과 무지와 위험으로 하면 나는 아프리카의 희망을 볼 수 없다. 그것은 아프리카의 엄연한 현실이고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사실보다 진실을 더 믿고 아프리카의 현실보다 하나님의 약속을 더 믿는다.

나는 날마다 아프리카의 지도를 보며 아프리카 54개국에 목회, 교육, 기술, 문화의 선교사들이 들어가 그 땅을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로 바꾸는 것을 본다. 아프리카는 이미 나에게 주어졌고, 아프리카의 문은 나에게 열려 있다. 당신에게도 하나님이 이미 주신 것이 있다. 그리고 하나님이 열어주신 문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20세기 위대한 선교사중 한 명인 스탠리 죤스가 인도에서 선교하다 뇌졸증에 빠졌다. 급히 미국 병원으로 이송했는데 의사를 보자 마자 그가 말했다. '지금 스탠리,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 선포해주시겠습니까?'. 믿음이 없는 의사는 당황했지만 하도 간절히 요청하는 바람에 작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스탠리,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 얼마 후 스탠리는 걷기 시작했고 다시 인도로 돌아와 88세까지 선교로 헌신하다가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그렇다. 코로나가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무엇을 보느냐가 문제다. 굳게 닫힌 여리고의 현실을 보느냐? 하나님의 약속을 보느냐? 역사적 사실을 보느냐? 하나님의 진실을 보느냐? 여리고는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다. 그리고 그 문은 이미 열려 있다. '감사하며 그의 문에 들어가며 찬송함로 그의 궁정에 들어가서'(시100:4).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담대히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프리카(106)

아이 전투: 다시 일어나서

이스라엘의 두 번 째 전투는 아이 전투다. 여리고에서 승리한 여호수아는 여세를 몰아 이스라엘 중부 지역, 아이로 올라갔다. 나는 이스라엘에 살면서 왜 여호수아가 여리고를 이어 아이로 올라갔는지 궁금했다. 어느날 지도를 보는데 아이는 이스라엘 최남단 가데스 바네아와 최북단 헬몬산의 정확히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뜻은 '폐허'였지만 지리적으로 보면 아이는 이스라엘의 Eye(눈)였다. 집으로 말하면 여리고가 대문이라면 아이는 현관문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안방, 건넛방으로 들어가듯이 아이를 지나 남쪽으로 가면 에루살렘, 헤브론, 북쪽으로 가면 세겜, 사마리아였다. 이스라엘 전체를 정복하려 한다면 아이는 빼놓을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문제는 이 전투에서 이스라엘이 크게 패했다는 것이다. '아이 사람들이 그들을...쳐죽이고...스바림까지 쫓아가 쳤으므로...백성의 마음이 녹아 물같이 된지라'(수7:5). 왜 세계 최강의 여리고를 이긴 사람들이 아이성에서는 패했을까? 패할 수 없는 전투에서 패했다면 이유가 있다.

먼저 자만때문이었다. 여리고 정복 이후 이스라엘의 명성은 온 땅에 퍼졌다(수6:27). 승리에 취한 사람들은 병사 이삼천명만 아이로 보내고 나머지는 여리고의 종려나무아래서 편히 쉬고 있었다. '노벨상 받은 사람중에 또 다시 노벨상 받을만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 없다'는 말을 아는가? 승리후 조심할 것은 방심과 자만이다. '선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고'(고전10:12), '교만은 넘어짐의 앞잡이'(잠16:18)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죄였다. 유다 지파 세라의 후손 아간이 여리고에서 전리품을 훔쳐 자기 집에 숨겨 놓고 있었다. 모두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었다. 오직 아간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죄는 모든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의 모든 가족은 돌무더기 속에 장사되고 이스라엘 백성도 함께 고통을 당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가 깨닫는 것은 죄와 심판의 세계적인 연대성이다. 시작에서 부터 대구 신천지, 이태원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코로나의 확산은 한 사람으로 말미암았다. 그러나 그 고통은 모든 사람에게 향했다.

롬5장을 읽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성경의 진리가 코로나를 통해 이해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다. '한 사람의 범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왕노릇하였으나', '한 사람의 순종하지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된 것 같이'(롬5:17,19). 한 사람으로 시작된 코로나가 모든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뼈아픈 패배로 인해 이스라엘은 분명 자성과 회개의 운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렇다. 코로나가 한국사회와 교회에 의미있는 전환점이 되려면 뼈아픈 자성과 회개가 필요하다. 발빠른 전환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태원에서 본 것처럼 우리에게는 우리를 실패로 몰고갈 많은 복병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먼저 한국교회가 회개해야 한다. 목회를 떠난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나라면 코로나 이후의 목회는 회개로부터 시작하겠다. 목회할 때는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회개가 없는 목회였다. 근본적으로 나부터 세우지 못한 하나님께 불충한 목회였다. 하나님과 한국교회 앞에 눈물로 회개한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마5:4). 이 말씀을 <메시지 성경>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야 소중한 것을 줄 수 있다'고 번역했다. 모든 목회자는 신학교 이전으로 돌아가고, 모든 성도는 처음 사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소중한 것을 주기 위해 소중한 것을 잃어야 한다. '우리는 얻는 것으로 살고 잃는 것으로 남을 살리기 때문이다'(오스왈도 샌더스).

그러나 심판으로 마치는 하나님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님은 여호수아를 통해서 '일어나라'(수8:1)고 말씀하신다. '여호아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일어나라. 어찌 이렇게 엎드렸느냐?'(수7:10). 죄로 인해 채찍질할 수 밖에 없었지만 다시 손내밀고 어루만지는 하나님의 사랑때문에 우리를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성경은 놀랍게도 '일어나라'는 말은 7번이나 반복한다. 구약의 드보라, 엘리야, 그리고 신약의 죽은 나인성 과부의 아들, 성전 앉은뱅이, 감옥에 갇힌 베드로, 그리고 오늘 여호수아까지, 상황과 형편은 다르지만 그 백성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마음은 같다.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일어나라.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더 크고 많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 시작하되 새로운 작전으로 시작해야 한다. '너희는 성읍뒤로 가서 성읍을 향해 매복하라'(수8:4). 여리고 전투가 낮에 싸우는 전투였다면, 아이 전투는 밤에 싸우는 전투다. 남들이 잘 때 무릎꿇고 싸우는 전투, 현재 아이에서 여리고까지는 30킬로 이상의 깊은 골짜기가 있다. 현지 이름으로 '와디 막쿡'이라고 부르고 흔히 '아골골짜기'라. 부른다. 아간의 죽음으로 이 골짜기는 죽음의 골짜기가 되었다가 무릎꿇어 회개하여 부활의 골짜기가 되었다.

그렇다. 우리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나님은 지금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가장 큰 실패는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일어나지 않는 실패이다. 다시 일어나라. 무릎꿇고 다시 시작하면 내가 너를 영화롭게 할 때가 오리라. 지금 우리는 믿음으로 다시 일어날 때이다.

아프리카(107)

드보라 전투: 다볼산으로

이스라엘의 세 번째 전투는 드보라 전투다. 이 전투는 성경의 어떤 전투보다도 더 복합적이고 극적이어서 고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과 통찰력을 제공한다.

우선 드보라 전투는 규모면에서 막강한 적과 싸운 힘든 전투였다. 상대는 가나안왕 야빈, 그는 갈릴리 북쪽에 위치한 하솔을 본거지로 '모든 나라의 우두머리'(수11:10)인 가나안 왕국의 맹주였다. 실제 하솔은 여리고가 24,281 제곱 킬로임에 비하여 809,370 제곱 킬로로 여리고의 34배에 해당하는 현재까지 이스라엘에 존재하는 가장 큰 고대의 성이다.

거기다가 그들은 최신예 철병거 900대까지 거느린 막강한 군대로 백전노장의 군대장관 시스라가 지휘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이스라엘은 드보라가 지휘하고 있었는데 그는 한 남편의 아내로서 전쟁 경험조차 없는 연약한 여성이었다.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서 나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처음부터 이 전투는 안되는 전투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드보라의 대승으로 끝났으니 그 원인이 무엇일까?

먼저 드보라는 운명주의를 극복했다. 운명주의란 좋게 말해서 하늘의 뜻에 순응하자는 것이지만, 그 배후에는 자존감의 결여로 인한 패배주의와 나약한 자기포기가 있다. 하나님이 선택한 백성이 저주받은 가나안 백성에게 20년이나 지배를 당하면서도 항의 한번 못하는 민족적 운명주의, 남자들은 용기도 없으면서 여성은 안된다는 여성 운명주의, 힘이 없을 때는 무조건 숨죽이고 있어야 한다는 약자 운명주의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사전에 '운명 주의'는 없다. 고난의 시대, 하나님이 쓰신 13명의 사사는 하나같이 연약한 사람들이었다. 기드온은 겁쟁이, 에훗은 왼손잡이, 입다는 기생의 아들, 드보라는 여성이었다. 그렇다고 하나님이 쓰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코로나가 하나님의 신비한 경륜속에 있지만 우리가 그저 당하고 있어야 하는 숙명 같은 것은 아니다.

'깰지어다 깰지어다 드보라여, 너는 노래할지어다'(삿5:12). 운명주의에서 벗어난 드보라가 한 첫번째 행동은 바락을 동역자로 부른 것이었다. 드보라는 바락과 함께 일함으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했다. 드보라는 하나님으로 부터 리더쉽을 받고, 그 리더쉽을 바락에게 위임했다. '드보라가.... 바락을 불러다가...그에게 이르되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아가 이같이 명령하지 아니 하셨느냐?'(삿4:7), '드보라가 바락에게 이르되 일어나라...여호아께서 너에 앞서 나가지 아니하시느냐?'(삿4:14).

오래전 9.11사태때 들은 이야기다. 갑작스럽게 공격을 받아 건물속에 갇힌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건물밖으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뛰어내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서로 손을 잡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혹시 사람을 마지막까지 지탱하게 한 힘은 다른 사람과의 연대에서 온다는 무언의 믿음때문이 아니었을까?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4:12). 우리도 코로나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

바락과 손을 잡은 드보라가 보인 다음 행보는 탁월한 전략이었다. 드보라는 가나안 군대를 다볼산으로 유인했다. 다볼산은 이스르엘 평야에 위치한 높이 588미터의 산이다. 그 자체로는 높지 않으나 평야 한복판에 있어 높게 보인다. 실제 히브리어 '타보르'은 '높다'는 뜻이다.

가나안 군대를 산으로 불러낸 드보라의 의도는 무엇일까? 혹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산의 하나님'이란 믿음 때문이 아닐까? 이스르엘 평야에 우뚝 선 다볼산, 가나안의 사람들은 풍요와 비를 주는 바알을 믿었다. 그들의 소유는 땅이었고 그들의 꿈은 풍요와 성공이었다. 그들을 산으로 불러낸 것은 승리는 바알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여호아에게서 온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결국 다볼산 전투에서 가나안 군대는 크게 패하고 말았다. '여호아께서 바락앞에서 그의 모든 군대와 온 군대를 칼날로 혼란에 빠지게 하시매 시스라가 병거에서 내려 걸어서 도망한지라'(삿4:15). 성경은 그렇게 강한 철병거가 혼란에 빠지고 그렇게 대단한 장군이 '걸어서' 도망갔다고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에 있으면서 이스르엘 평야를 많이 방문했다. 오래전, 처음 이스라엘에 갈 때 고고학 발굴 장소도 이스르엘 평야였다. 어느 비가 몹씨 내리는 날 갈릴리를 가기 위해 이곳을 지나가는데 차들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알고보니 그 지역은 지형상 물이 빠지지 않는 지역이었다. 결국 다른 길로 빠져 나갔지만 그때 나는 성경의 시스라가 마차를 버리고 걸어서 도망간 이유를 알았다. 잇사갈지파로 태어나 조상때부터 그곳에 살아온 드보라가 지리적 특징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가나안의 패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이 서둘러 도망간 지중해변의 기손강이 갑자기 물이 불어 그들이 거기서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기손강은 그 무리를 표류시켰으니'(삿5:21), '바락이 군대를 추격하니...시스라의 온 군대가 다 칼에 엎드려졌고 한 사람도 남은 자가 없었더라'(삿4:16). 드보라는 정신적으로 가나안을 압도했을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승리했다. 성공(success)=정신(spirit)+전략(strategy)이라는 공식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드보라의 전투가 그후에 나타날 성경적 전투의 원형이 되었다는 것이다. 엘리야가 그후 갈멜산에서 850명 바알선지자와 싸워 그들을 기손강에서 몰살시켰다(왕상18장). 예수님이 갈릴리 사역을 마치고 에루살렘으로 올라가기 전 이 산(마17:1의 '높은 산'이 히브리어 '하르 타보르' 곧 다볼산)에 올라 영광가운데 에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선포하셨다(눅9:31).

오늘 고난속에서 코로나 전투에 참여한 우리 모두는 우리의 싸움이 결국 승리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믿는가?(여리고 전투). 가끔 실패하고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나 싸우면 된다는 사실을 믿는가?(아이 전투). 그래서 '험하고 높은 이 길을 싸우며 나아갑니다' 찬양하며 자기를 죽여 세상을 살린 주님의 싸움을 본받기 위해 주님 계시는 '높은 산'(다볼산)에 오르기를 힘쓰겠는가?(드보라 전투). 우리는 지금 이미 이긴 싸움을, 그리고 마지막에 완전히 이길 싸움을 싸우고 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기뻐하고 즐거워야 할 이유다. 모두에게 진실로 승리의 '화이팅'을 외친다. 화이팅!

아프리카(108)

별; 사람이 무엇이관대

아프리카에 살면서 놓치고 사는 것이 많다. 그중 하나가 별이다. 우연히 읽은 양광모 시인이 쓴 시 한 귀절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가을이 와도 밤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아, 그대 가슴에 별이 있는가'.

평소에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별을 보려고 오늘은 저녁을 기다렸다. 아프리카는 별을 보려고 굳이 높은 산 위로 올라갈 필요가 없다. 몇 걸음만 걸어 뜰로 나가면 하늘의 별이 쏟아진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 바지에 잠바를 걸치고 마당 바위에 앉으면 바람이 불어 웃깃까지 스며든다. 바르게 앉아 숨 한번 크게 쉬면 곧 하늘이 어두워진다. 그리고 나타나는 별들...

아, 아프리카의 별들은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가. 다른 데 없는 별들이 여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인공불빛과 먼지, 그리고 공해를 적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육안으로 최대 6천개의 별을 볼 수 있다는데 실제 별은 수 억만 개가 있다. 태양계도 천억 개의 별 중의 하나라고 한다. 지금 반짝하고 비친 저 별도 수백만 년 광년, 영겁의 시간을 뚫고 나에게 다가온 것이리라.

별이 이렇게 많은 데 별을 잊고 사는 우리, 땅을 보고 살수록 우리는 커지고 별을 보고 살수록 우리는 작아진다. 낮이나 밤이나 별은 똑같은 데 낮엔 우리가 너무 바빠 별 볼 시간이 없고, 밤엔 우리가 너무 피곤해 별 볼 일이 없다.

별은 어두워야 보이는 것처럼 별은 마음이 어두울 때 더 잘 비친다. 시인 정진규의 말대로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이 보인다. 별들의 바탕은 그래서 어둠이다'. 그렇다. 별은 잘 나가는 풍요의 시대에는 꺼지고 빼앗긴 조국과 가난한 시인에게는 더 잘 비친다.

여기서 별을 봐도 내가 작은 데 별에서 나를 보면 얼마나 작을까? 넖고 큰 세상에서 작은 별을 보면서 우리가 크다고 생각하지 말고 넖고 큰 별에서 우리를 보고 우리가 얼마나 작은가를 생각하자. 그 눈으로 별을 본 사람이 있다.

'여호아,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관대 주께서 저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관대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시8:1,4-5)

몇년 전 하바드 대학을 구경갔다가 이 귀절이 본관(에머슨 홀) 지붕 위에 새겨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람이 무엇이관대 주께서 저를 생각하시나이까? (What is mankind that you are mindful of them).

그렇다. 바쁠 때 일수록 더 일손을 멈추고 별을 바라보자. 힘들고 지칠 때 땅만 바라보던 눈을 들어 하늘의 별을 바라보자. 코로나처럼 인간의 일이 대단해 보일 때 마당에 홀로 서서 크고 두려운 별을 바라보자.

가난한 영국 여성으로 지난 세기 중국 선교의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그래디 월워드(1902-1970) 선교사가 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의 치열한 전쟁중에 그가 자식처럼 사랑한 중국 고아 100명을 데리고 황허강을 건너고 수 천 킬로를 걸어 태국까지 피신했다. 그의 생에 다가온 수많은 전쟁, 가난, 위험, 고난의 강을 건너 마침내 하나님앞에 섰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는 어떻게 강을 건널지 염려하지 않는다' (The eagle that soars in the upper air does not worry itself how it is to cross rivers).

그렇다. 강은 우리가 땅에 사는 한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늘에 사는 한 강때문에 염려할 필요는 없다. 옛 시인의 말처럼 저문 들길에 서서 하늘의 푸른 별을 바라 보자. 그 많은 우주 만물중 하나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별을 보고 생각하자.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 가자. 오늘 밤에도 하늘의 별은 빛난다.

아프리카(109)

반딧불; 내 작은 빛으로

아프리카의 어둠을 밝히는 또 하나의 빛이 있다. 반딧불이다. 어느날 저녁, 창가에서 무언가가 반짝거려서 가까이 다가갔는데 아내가 보고 소리쳤다. '어머, 반딧불이네'. 반딧불이란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갔는데 어둠이 짙은 뜰에는 반딧불로 반짝이고 있었다.

아! 반딧불을 아프리카에서 보다니...얼마만에 반딧불을 보는가? 지리산 골짜기에서 자라난 나는 어릴 때 반딧불을 무척 좋아했다. 깊어가는 여름밤, 형제들과 함께 반디불이를 잡아 그릇에 넣고 신기하게 그것들을 바라보곤 했다. 옛 사람들은 그것으로 책을 읽어 '형설의 공'이라 불렀다.

때가 되어 전주에서 목회할 때 무주군 설천에서 열리는 반딧불 축제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었다. 나는 그렇게도 작은 반디불들이 함께 모여 그렇게도 큰 빛을 낼 수 있는지 깜짝 놀랐다. 그것은 차라리 황홀한 빛의 축제였다.

그때만 해도 반디불이 빛을 내는 것은 남녀간의 짝짓기때문이라는 것은 잘 몰랐다. 물속에서 다슬기, 우렁, 달팽이등을 먹고 자란 애반딧불은 자란 후 짝을 찾기 위해 자기 몸의 에너지를 총동원하여 빛을 발한다. 암컷은 풀잎에 붙어 약하게 빛을 내고 수컷은 날아다니며 강하게 빛은 낸다.

이 작은 빛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작은 것이 빛을 내면 온 세상이 밝아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큰 것을 좋아하지만 세상을 비추는 것은 작은 반딧불이다. 시인 조동화의 '나 하나 꽃 피어'이다.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내가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렇다. 세상을 살리는 것은 작지만 향기 나는 한 송이 꽃이요 작지만, 빛을 비추는 반딧불들이다. 더구나 그 작은 것이 힘을 합치면 세상은 더 아름답게 변한다. 사자와 풀벌레의 이야기가 있다. 한 숲에 사자와 풀벌레가 누구의 목소리가 큰지 내기를 하기로 했다. 먼저 사자가 우렁찬 목소리로 표효했다. 골짜기가 들썩거렸다.

다음 풀벌레 차례였다. 풀벌레는 처음부터 사자의 적수가 아니었다. 풀벌레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소리를 내자 사자는 비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풀벌레가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다른 풀벌레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이 산 저 산에서 수 많은 풀벌레들이 같이 소리를 내자 그 소리는 온 산을 뒤엎었다. 결국 풀벌레가 사자를 이겼다.

우리는 작은 것을 무시하고 큰 것만 좋아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세상을 비춘 것은 작은 사람들의작은 빛이었다. 기도도 그렇다. 우리는 하늘 보좌를 움직이는 큰 기도를 드리고 싶어 하지만 하나님은 매일 우리 삶에 일어나는 일상의 기도를 듣고 싶어한다. C.S.루이스는 그의 책에서 기도를 방해하는 마귀의 많은 작전들을 소개한다.

'기도하게 하되 매일 만나는 사람에게는 악의를 품게 하면서 세계평화와 인류복지를 위해 기도하게 하거나, 어머니의 영혼을 위해서는 기도하되 어머니의 류마티스를 위해서는 기도하지 않게 하거나, 하나님은 높은 분이기 때문에 나같은 하찮은 자의 소소한 기도는 듣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넣어주는 것이다'(스크루테이프의 편지).

그렇다. 아버지는 자녀의 큰 이야기만 듣지 않는다. 사실 아버지에게 자녀의 이야기는 모두 큰 이야기다. 그는 우리의 작은 문제도 크게 듣고 우리의 작은 신음소리에도 귀기울이신다. 기도는 큰 문제를 가지고 하나님과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문제로 하나님과 대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나 기도할 수 있고'(막9:24),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이나 필요한 것을' 주신다(눅11:8).

신앙의 기본도 우리가 큰 사람되는 것이 아니라 크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고 우리가 큰 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님이 하신큰 일을 기뻐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를 위해 큰 일을 행하셨고(시125:2-3), 우리를 위한 큰 구원을 이루셨다(히2:3). 우리가 할 일은 우리를 위하여 또 다른 큰 일은 벌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큰 일을 우리가 진실로 깨닫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을 알리는 것이다.

목회자, 선교사, 하나님의 일꾼들은 자신을 큰 사람으로 여기거나 하나님을 위하여 큰 일하는 사람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사역자들은 항상 렘45:5의 질문, '네가 너를 위해 큰 일을 찾느냐'를 가슴에 새기고, 마음을 높고 허탄한 데 두지 않으며(약4:16), 항상 작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한다. 우리가 작아질수록 하나님은 크시고 우리가 작은 일에 충성할수록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그의 크신 일을 나타나시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작은 반딧불은 매일 나에게 작은 것의 소중함과 하나님앞에 선 자로서 겸손함을 가르친다. 밤마다 말없이 어둠을 밝히는 작은 불빛을 보며 옛날 학생때 배운 노래가 생각났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을 일이키어 곧 주위의 사람들 그 불에 몸 녹이듯이 주님의 사랑 이같이 단 한번 경험하면 그의 사랑 모두에게 전하고 싶으리'

또 하나 있다. '내 작은 등불을 비추게 할거야. 내 작은 등불을 비추게 할거야. 비추세. 비추세. 비추세'. 그렇다. 내 비록 작은 빛일지라도 하늘의 빛을 받아 내가 선 곳에서 비춰야 하지 않을까? 주여, 내 작은 빛으로 이 어두움을 비추게 하소서!!

아프리카(110)

사랑: 너희 빛을 사람에게

아프리카의 코로나가 깊어지면서 사람들의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점차 좁혀오는 코로나의 위협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5.20(수) 현재 우간다의 총 확진자 수는 264명, 아직 사망자는 없지만, 그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감염의 통로는 주로 국경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우간다는 케냐, 탄자니아, 콩고, 남수단등 다섯 나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남아공등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의 코로나 상태가 악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모든 사람은 마스크를 써야 하고 들어오고 나갈 때 손씻어야 하며 사람만나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등 한국이 한달 전에 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금 실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내가 사는 곳에서 30분 떨어진 부케데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지역환자가 발생해 우리 지역도 이미 감염권 안에 들어왔다. 아프리카의 의료수준을 생각할 때 지역감염이 확산 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선교사가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그리고 우간다와 아프리카를 위하여 기도하는 일이다. 정말이지 요즘 나는 '기도밖에 할 수 없어 기도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시간 나면 기도할 것이 아니라 시간 내서 기도해야 할 긴급한 상황이다.

그렇게 기도하는 어느 날 코로나로 고통하는 이곳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동안 한국 상황만 염려하고 기도했지만 더 큰 문제는 아프리카였다. 특히 평소에도 가난한데 코로나때문에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같으면 긴급재난지원금이나 노동자 실업지원금, 생계 보조금 같은 것도 있는데 여기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선교사님 한 분도 같은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지역사회 지도자에게 물었다고 한다. 우리가 지역사회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돌아온 답변은 식량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특히 고아나 과부, 그리고 에이즈 환자 가정을 중심으로 매우 어려운 가정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곧 모금을 시작했다. 먼저 가까이 사는 선교사 네 가정이 40만 실링씩을 냈다. 주일 헌금중 일부를 구제비로 전환하여 250만 실링을 만들었다. 곧 소문이 음발레 등으로 퍼지면서 모금은 400만 실링이 되었다. 이 기금이면 약 400여 가정에 포셔(옥수수 가루로 주식중 하나) 5킬로씩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코로나 시대의 아프리카 형제들에게 우리의 작은 사랑을 나눌 수 있다니...우간다는 올해 GNP가 730여 달러로 여전히 세계 10대 빈국에 속한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내전과 부족 간 갈등으로 3만 명이 죽고 3만의 어린이가 납치당했으며 200만 이상의 난민이 생겼다고 한다. 이것이 곧 이 나라에 고아와 과부가 많은 이유다.

에이즈는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이 고통당하고 있다. 한때 60%의 국민이 에이즈 환자였지만 지금은 6% 수준이라고 한다. 그 배후에는 현 대통령 무세비니의 반동성애 정책이 주효했다. 그는 미국의 4억 달러 원조까지 포기하면서 반동성애법에 서명했다고 한다.

우리 지역은 테소라는 부족이 산다. 우간다에 있는 55개 부족중의 하나다. 사람들이 착하고 부지런하지만, 전체 부족 중 가난한 편에 속한다. 딱히 전통적인 농업 말고 할 일이 없다. 산업도 공장도 다른 먹거리도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맨발로 다니고 심지어 어른들 중에도 맨발인 사람이 있다.

하나님을 나를 왜 이 나라에 보내셨을까? 나는 이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래도 나는 이 나라에 꿈을 갖고 있다. 나일강의 수원지 빅토리아 호수가 있는 나라, 상습적 가난으로 고생하는 아프리카 다른 나라와 달리 풍부한 물과 호수와 무엇보다 믿음이 있는 나라(기독교 인구가 80%이상)...

이 나라가 발전된 농업기술로 그 비옥한 땅을 개발한다면(우간다의 별명이 '아프리카의 진주'), 천혜의 아름다움을 자원화하고(타잔 영화를 여기서 찍었다),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을 이곳에 불러 모아 말씀으로 훈련하여 빅토리아 호수처럼 54개 아프리카 나라, 20여개 중동국가에 보낼 수 있다면....

우리가 모금한 헌금은 이 지역 가난한 이웃 400여 가정에게 식량(포셔)로 전달되었다. 경찰과 지역 대표가 일일이 다니며 이 일을 했다. 누가 주는 것이냐고 물어서 한국 교회 교인들이 했다고 말했다. 나는 만일 어떤 분이 후원해 준다면 아이들의 어린 발이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예쁘고 작은 신발을 사주고 싶다.

주여

우리에게 주신 주님의 크신 빛을

내 작은 등불로

이곳을 비치게 하소서.

주님 친히

'너희 빛을 사람들에게 비치게 하라'(마5:18)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비록

하늘의 별은 아니지만

땅의 반딧불만큼은 세상을 비출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하여

우리가 이 땅에 사는 이유가

매일 하나님의 큰 사랑의 작은 실천에 있슴을 알게 하소서.

아프리카(111)

호렙산: 작은 일상에서 기적 보기

코로나는 인간의 삶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고립시켰다. 자택 격리, 마스크, 사회적 거리 두기, 2 미터 간격, 온 라인 예배, 출국 금지, 휴교, 비대면 수업, 입원 그리고 죽음... 우리는 왜 고립되어 사는가? 그리고 고립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놀랍게도 하나님이 사람을 훈련시키는 방법 중의 하나도 고립이다. 성경의 인물로 고립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요셉, 아브라함, 에레미아, 세례요한, 바울, 요한 그리고 예수님...그 중에서도 극적인 고립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 모세, 다윗, 그리고 엘리야다. 그들은 어떻게 고립되었으며 고립을 통하여 그들은 어떻게 하나님의 쓰임을 받았는가?

모세의 고립은 그가 자초한 면이 있다. 하나님의 계획보다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다가 호렙산에 40년이나 고립된 모세, 한때 왕궁에서 잘 나가던 이집트의 왕자는 하루아침에 무명 목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모세는 호렙산에서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오죽하면 그 아들의 이름을 '게르솜'(나그네)라고 지었을까?

모세가 겪은 고통중 가장 큰 고통은 무엇일까? 가난, 불편, 불안...아마도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고통이 아니었을까? 한때 잘 나가던 왕자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땅에 뚝 떨어졌다. 당신도 한때 잘 나갔고 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어느날 모세처럼 아무도 모르는 땅에 40년을 잊혀진 존재로 기꺼이 살 수 있겠는가?

선교사로 산다는 것은 외국에 산다는 것이 아니라 평생 무명으로 산다는 것이다. 한 선교사가 선교지에 도착한지 얼마 안돼 이렇게 말했다. '정말 나 혼자 이렇게 뚝 떨어질 줄은 몰랐어요'. 그 말에 공감했지만, 문제는 우리가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챨스 스윈돌이 말한 대로 왕궁에서 자신을 somebody라고 생각했던 모세는 호렙산에서 nobody가 되었다. 그가 호렙산에서 nobody가 될때 광야에서 anybody가 되었다.

그렇다. 모세는 호렙산에서 쓸모없는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수업료가 비싼 광야 학교였다. 그 학교에서 그는 스스로 무명이 되어도 섭섭하지 않고, 불편하게 살아도 원망하지 않으며, 가난하게 살아도 비굴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작은 일상에서 매일 하나님의 기적을 보는 법이었다.

그가 어느 날 양을 이끌고 호렙산을 넘는데 멀리서 큰 불빛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떨기나무였다. 떨기나무는 '스네'라고 불리는 가시나무, 시내산 주변에서 자라는 작고 가시가 많은 나무였다. 훗날 랍비들이 물었다. '왜 하나님은 떨기나무에 나타났는가?' '거룩하신 하나님이 스네, 이 가시나무에 나타난 것은 나무중에 가장 크기 때문이 아니라 나무 중에 가장 작기 때문이다'.

모세는 생각치 못한 곳에서, 또 기대하지 않은 시간에 하나님의 불꽃을 보았다. 그렇다. 거룩은 하나님이 임재하는 모든 시간과 공간이다. 성경은 하나님이 이 나무에 거하셨다고 말한다. '땅의 보물과 거기 충만한 것과 가시 떨기나무 가운데 거하시던 저의 은혜로 인해'(신33:16). 무엇이 '은혜'인가?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가시나무에 하늘의 영광이 임한 것이 은혜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브레이크가 어릴 때 길을 지나가다가 나무를 보았다. 그 나무에는 수많은 천사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같이 가던 아버지에게 소리쳤다. '아빠, 나무에 천사들이 가득찼어요'. 아빠는 나무랬지만 이 아이는 커서 훌륭한 시인이 되었다. 남들이 못 본 것을 아이가 본 것은 잘했지만 누구나 천사를 보려고 하면 '천사로 가득찬 나무'(A tree full of angels)도 볼 수 있다.

목회를 뒤로 하고 아프리카로 온 후 나는 자주 작은 것에서 하나님을 보려고 노력한다. 목회는 앞만 보고 뛰는 달리기 같아서 주변을 기웃거리거나 자세히 돌아볼 틈이 없다. 목회는 강단에서 선포하는 메시지에 집중하지만 하나님은 지극히 작은 것을 통해서도 말씀하시고 강단밖에서도 말씀하신다고 믿는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꽃은 꽃대로, 바위는 바위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풀잎은 풀잎대로 하나님을 말한다. 시편의 말씀대로 '낮은 낮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말하고 언어도 없고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 소리는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은 땅끝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시19:2-4).

코로나 시대의 격리가 지루하고 느리지만 느리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차라리 우리가 느리게 살아보면 어떨까? 베란다의 꽂도 살펴 보고 아내와 같이 음식도 만들어 보고 주말에는 배낭메고 산에도 올라가 보고... 느린 것이 거룩은 아니지만 거룩한 것을 보려면 조금 느리게 살아야 한다.

미국 시인 마야 안젤루가 했다는 말을 기억하자. '인생은 숨을 쉰 횟수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벅찬 순간을 경험한 횟수로 평가된다'. 그렇다. 다만 숨을 쉰다고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작은 일상속에서 하나님의 기적을 보는 숨막히는 경험이 필요하지 않은가? 우리가 조금만 마음의 눈을 열면 천사로 가득찬 나무, 하나님의 불꽃이 가득한 자연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 대학의 암전문의가 우울증에 빠졌다. 상담가가 조언했다. '매일 일과를 마치고 오늘 놀라운 일이 무엇인지, 오늘 감동받은 일이 무엇인지를 일기를 써보세요'. 얼마후 의사는 회복되었다. 그리고 삶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렇다. 매일 우리에게 놀라운 일이 없고 감동적인 일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큰 것만 보고 바쁘게 달리기 때문에 놓치고 있는 것 뿐이다. 코로나의 고립은 작은 일상속에서 하나님의 기적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아프리카(112)

엔게디: 어두우면 보이는 것

성경에서 고립된 또 하나의 인물이 다윗이다. 모세의 고립이 그가 자초한 결과라면 다윗의 고립은 순전히 사울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가운데 일어났다. 다윗은 사울로부터 6번의 살해 위협을 당하고 15번이나 도피생활을 하며 오랫동안 고립가운데 살았다.

그의 파란만장한 도피생활은 삼상19장에 사무엘에게 피한 것으로 부터 삼상31장 사울이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놉, 가드, 아둘람굴, 모압, 마사다, 그일라, 십, 마온, 엔게디, 하길라, 그리고 마지막 불레셋지역 시글락까지...그의 도피생활의 주무대는 유다 광야였다. 남북으로 약 100킬로, 동서로 약 25킬로의 유다 광야는 그 뜨거운 화염과 함께 다윗의 목숨을 끈질기게 추격했다.

이 더위를 피할 곳이 동굴이었다. 유다 광야는 주로 바위, 돌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굴이 많다. 아둘람 동굴, 엔게디 동굴, 헤르투른 동굴, 소렉동굴...동굴들의 특징은 들어가기는 힘들지만 일단 들어가면 지낼만 하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뜨거운 햇빛을 차단해 시원하고 겨울에는 찬 바람을 막아주어 따뜻하다. 동굴은 겉으로 보기보다 크고 넓어 웬만한 동굴은 수백명도 같이 지낼 수 있다.

다윗이 사울을 피하여 숨은 곳은 엔게디 동굴이었다. 엔게디는 사해바다옆에 위치하고, 뜻은 '수염소의 샘'이라는 뜻이다. 다윗은 왜 이곳에 숨었을까? 사방이 황무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물이 있기 때문이다. 골짜기안에는 크고 작은 샘이 있고 폭포도 두개나 있다. 더구나 이곳에서 골짜기를 타고 유다광야로 올라가면 베들레헴과 에루살렘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엔게디는 이스라엘의 지리적, 전략적 요충지였다.

문제는 이 동굴에서 다윗과 사울이 만났다는 것이다. 먼저 다윗이 들어오고 다음에 사울이 들어왔다. 사울이 늦게 들어왔기 때문에 다윗을 보지는 못했지만, 다윗은 그를 보았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이 한 동굴에서 이루어졌다. 그것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고 이스라엘 역사를 결정한 만남이었다.

사람이 어두운 데 들어가면 자연적으로 눈이 감긴다. 그러다가 시간이 가면서 눈을 뜨게 된다. 사울은 어둠속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성경은 그가 동굴에 뒤를 보러 왔다가 그가 잠든 사이, 다윗이 그의 옷자락을 베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가 깨어난 다음 다윗을 발견하고 크게 소리질러 회개했다고 한다.

비록 그의 실수가 또 한 번 반복되지만, 그가 일생 처음으로 회개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그는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어두울 때 눈이 밝아지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두울 때 별을 본다. 식물학자에 의하면 어두울 때 옥수수가 익고 나팔꽃도 어두울 때 핀다고 한다. 아이들도 밤에 잘 때 키가 크다.

그러나 어두울 때 보이는 것은 자연적 현상만이 아니다. 많은 죄수가 감옥에서 회개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어두울 때 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신천지, 이태원의 어두움을 못 볼 뻔했다. 인간의 허세, 거짓, 속임수도 못 볼 뻔했다. 미국 등 그동안 선진국이라 불렸던 나라들의 한계와 민낯을 본 것도 코로나 시대의 소득이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우리는 평생 미국과 유럽을 한없이 동경하고 살았을 것이다.

코로나의 어둠은 인간 존재에 대한 본질적 인식에도 도움을 주었다. 모든 사람은 약하고 쉽게 두려워하며 갑자기 병들고 어느날 쓸쓸히 죽어가는 존재이며 죽음앞에는 인종, 빈부, 종교가 따로 없다. 최근 우간다에도 어머니가 한국에서 돌아가셨는데 비행기가 없어 임종을 못본 선교사가 있다. 코로나가 보여준 인간의 아픈 현실이다.

다윗은 동굴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성경은 그가 사울의 옷자락만 베어도 마음이 찔렸다고 말한다. 그렇게 대단했던 사울이 동굴에 들어와 뒤를 보는 모습은 무척 처량했고 그가 코를 골고 자는 모습도 측은한 것이었다. 사울의 그런 모습을 동굴이 아니면 어디서 보겠는가? 동굴에서의 사울은 인간 다윗의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그래서 동굴은 우리에게 품는 마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르친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세상을 더 비판적으로 볼 뻔했다. 인간은 사울이든, 이세벨이든 한낮 연약한 존재, 급하면 화장실가고, 피곤하면 누어자는 약한 존재다. 그래서 동굴은 윤동주의 시처럼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게 한다.

코로나 시대의 어둠은 하나님과 믿음에 대해서도 다른 깨달음을 갖게 한다. 이제까지 하나님은 빛의 하나님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또한 어둠의 하나님이기도 하다. 그는 흑암 가운데 아브라함에게 말씀하고(창15:12), 시내산의 하나님도 흑암 가운데 계신다(출20:21). 하나님은 구름 속에서 말씀하시며(마17:1), 그의 날개 그늘 아래 우리를 품어주신다 (시57:1)

오래전 강원도 구봉탄 관에서 사고가 났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 양창 선씨였다. 그가 구출된 후 그의 손에는 손전등과 전화통을 들고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의 동굴안에 있다. 그래도 절망하지 말것은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인 손전등과 기도인 전화통이 있기 때문이다. 다윗이 동굴에서 쓴 시57편을 자주 묵상하자. '하나님이여 주는 하늘위에 높히 들리시며 주의 영광이 온 세계위에 높아지기를 원하나이다'(시57:11). 코로나의 고립은 어둠속에서 나와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아프리카(113)

그릿 시냇가: 멈춰서서 하나님 바라보기

성경에서 고립된 또 한 사람이 있다. 엘리야다. 엘리야의 프로필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왕상17:1에 '길르앗에 우거하는 디셉 사람 엘리야'가 전부다. '우거한다'고 했으니 나그네요 더구나 디셉이 어딘지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은 출신이나 가문, 학력이나 인물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강하게 하는 힘은 '나에게' (to me)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내 안에' (in me)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엘리야를 그릿시냇가에 부르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릿'이란 '단절하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엘리야를 사용하기 전에 그릿시냇가에 단절시켰다.

그릿시내가 광야는 아니지만 광야의 한 부분이거나 광야와 연결된 시내임이 분명하다. 미국의 신학자 케네스 리치(Kenneth Leech)는 광야의 특징을 세 가지로 말했다. absence(결핍), loneliness(외로움), 그리고 dryness(메마름). 결핍이 주로 물질적 문제라면 외로움이 정신적 문제, 그리고 메마름이 영적인 문제이다.

먼저 하나님이 엘리야를 고립시킨 것은 하나님이 생명의 공급자임을 알게 하려 함이었다. '까마귀들이 아침에도 떡과 고기를, 저녁에도 떡과 고기를 가져왔고'(왕상17:6). 당시는 이스라엘이 가뭄 때문에 수년동안 비와 이슬도 내리지 않을 때였다. 바알은 거의 국교가 되어 있었지만, 그들이 약속한 비는 내리지 않았다. 하나님은 엘리야를 통해 비를 내리기 전에 그가 먼저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경험하기를 원하셨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전국이 휴교령이 내리고 통금이 실시되자 우리는 먹고 살 일이 막막해졌다. 처음에는 있는 것을 먹다가 어느 날 음식이 떨어졌는데 그날 저녁 현지인 모세가 캄팔라에서 식품을 사왔다고 밤늦게 찾아왔다. 또 음식이 필요할 때가 되었을 때 한 선교사가 찾아와 음식을 주고 갔다. 그 다음 부터는 학교 운전수가 시장에서 식품을 공급했다. 하나님의 공급은 이 국제적인 남녀 까마귀들을 통해 쉬지 않고 이루어졌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평소 안 하던 일을 시작했다. 집주변에 채소를 심는 일이다. 오이, 배추, 무우, 가지, 호박...한국 사람들만큼 지악스런 민족은 없는 것 같다. 우간다는 적도가 지나는 곳, 적도든 알라스카든 한국인은 어디든 살아간다. 첫 호박을 따는 날 얼마나 감격했는지. 농부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았다. 한국에서부터 노래 부르던 아내의 텃밭의 꿈이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지다니...코로나의 은혜다.

사람들은 중국 선교사 허드슨 테일러(Hudson Taylor)를 '믿음의 선교사'라 부른다. 이유는 그는 아무에게도 선교후원을 요청하지 않고 기도만 했으나 하나님의 넘치는 공급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 이렇게 믿고 살았다. 'God's work done in God's way will never lack God's supplies'(하나님의 일을 하나님의 방법대로 하면 하나님의 공급에 절대 부족함이 없다).

외로움은 엘리야의 다음 훈련 목록이었을 것이다. 수년동안 아무도 없는 시냇가에 혼자 있었으니 엘리야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래서 인류최대의 질병은 암이나 에이즈가 아니라 외로움인지 모른다. 하나님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아예 외로울 각오를 해야 한다. 지도자일수록 외로움의 무게는 더 한다. 영적으로 살수록 외로움은 더 깊어진다.

외로움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외로울 때 외로워야 덜 외롭다. 예수님도 자주 외로우셨고 그때마다 혼자 계셨다. 사막교부들이 묻고 대답했다. '당신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홀로 한 분이신 하나님앞에 홀로 있습니다'. 그렇다. 하나님도 외로워 홀로 계신다. 홀로 한 분이신 하나님 앞에 홀로 다가가 이렇게 말하자. '하나님, 나 힘들어요'. 이것이 기도의 시작이다.

엘리야는 그릿 시냇가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낮에도 밤에도' 하나님과 동행했을 것이다. 그는 우선 하나님께 말을 많이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사랑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날 때마다 '하나님, 어디 계셨어요?' 물었을 것 같다. 기도는 그리움이기 때문이다. 하나님도 말씀하셨을 것 같다. '어젯밤 잘 잤니?'. 외로움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로운 하나님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영적 메마름은 모든 신앙인의 문제다. 엘리야 시대 수년동안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메말랐다. 그러나 그릿 시냇가는 언제나 물이 흘렀다. 이것은 영적 충만을 사모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그렇지 않아도 메마른 세계가 코로나 고립으로 더 삭막해졌다. 우리는 어떻게 메마른 시대에 마르지 않은 생수를 마실 수 있을까?

우선 우리는 언제든지 영적으로 메마를 수 있슴을 알아야 한다. 테레사 수녀도 한동안 하나님의 부재를 느꼈다고 한다. 그의 책 '나의 빛이 되어라'(Come be my light)에서 그는 세 가지로 극복했다고 한다. 첫째 실망하지 않고 기다렸다. 하나님의 침묵이 하나님의 부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하나님이 계속 말씀하지 않는 것은 이미 하신 말씀을 준행하지 않았슴을 알았다. 세째 그렇지 아니할지라도 하나님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우리도 그렇게 살면 된다.

지금 우리는 어디 있는가? 아마 코로나 시대의 거의 끝자락일 것이라고 믿는다. 코로나 이후 교회는 어떻게 될까? 예전보다 더 생활 기독교로 갈 것이다. 교리와 교단의 장벽을 넘어 일상의 기독교로 갈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생활 속에서 하나님과 만나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반면에 교회와 복음에 대한 반기독교적, 무신론적 연대와 공격은 더 강화될 것이다. 교회는 자주 반교회 세력과 생사를 가르는 갈멜산 전투를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이를 위해 교회는 하늘의 능력을 힘입기 위해 자주 그릿시냇가로 나가야 한다.

또한 교회는 복음의 실재성을 입증하기 위해 더 실천적이고 선교적인 삶을 요청받을 것이다. 이를 위해 단순한 복음의 진술과 선포를 넘어 복음의 능력이 나타나게 해야 한다. 십자가의 복음과 능력의 복음이 세상을 살리는 복음으로 나타나야 한다. 코로나의 고립이 힘들지만 감사함으로 깨어 기도하자. 고립을 잘 견디면 우리도 모세, 다윗, 엘리야처럼 하나님의 쓰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114)

씨: 한 알의 밀알 되어

이번 주는 우간다 국경일중의 하나인 순교자 주간이다. 모처럼 한주간 우간다, 아프리카 위해 집중적으로 기도하고 묵상하는 주간으로 삼았다. 매주 우리 집에 와서 일을 도와주는 헬렌이 있다. 8남매의 어머니로 부지런하고 성실한 분이다. 그런데 그는 과일을 먹고 버린 씨만 보면 가져다가 심는다. 오렌지, 망고, 아보가도등... 우리 집에도 몇 개 심었는데 어느날 뾰족히 싹이 났다. 무엇인가 보았더니 망고였다. 버리면 없어지는 작은 씨가 땅에 떨어져 새 생명이 움트다니...

그렇다. 씨가 있어야 열매도 있다. 사과 속에 있는 씨는 셀 수 있지만 씨 속에 있는 사과는 셀 수 없다. 씨 속에는 하나님이 창조한 자동 생명장치가 있어서 땅에 심고 적당한 환경만 조성해주면 열매는 맺게 되어 있다. 그래서 주님은 막4:28에서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되' 라고 하셨다. '스스로''(아우토마테, automatically)는 하나님이 창조한 생명의 자생적 원리를 말한 것이다.

오래 전 이집트의 미라에서 보리씨 몇 개가 발견되었다. 학자들이 정성을 다해 수분과 온도를 맞춰주었더니 싹이 나왔다. 5천년 전의 보리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성경에서 말한 밀알의 교훈도 이런 것일까?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 씨가 땅에 떨어지면 껍질이 벗겨지고 그 벗겨진 틈 속으로 물이 들어가 생명의 싹이 튼다. 예수님은 어떤 의미로 이 말씀을 하셨을까?

요한복음의 문맥을 보면 분명하다. 요12장에서 예수님은 나귀타고 에루살렘에 입성하신다. 이 사건은 예수님의 사역을 크게 둘로 나누는 분기점이다. 그 이전의 주님은 갈릴리 사역이고 그 이후의 사역은 십자가 사역이다. 밀알의 교훈은 에루살렘에 입성하자 마자 자신의 죽음으로 이룰 부활의 새 생명을 선포하면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이다. 또한, 그 말씀은 우리에게 예언적인 명령이기도 하다. 그를 따르는 제자는 마땅히 그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간다의 국경일 중 '순교자의 날'이 있는 것은 참 특이하다. 물론 서구 기독교 나라에는 특정 순교자를 기리는 축일이 있다. 그러나 국가가 기독교 순교자를 기리는 날을 국가 경축일로 지정한 것은 전 세계에서 우간다가 유일할 것이다. 매년 6월 첫 주간에 있는 순교자의 날의 역사는 18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무렵 영국 성공회와 카톡릭교회가 아프리카에 선교사들을 보냈다. 그 당시는 현재 우간다의 전신 부간다 왕이 다스리던 시대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믿고 개종하자 Mwanga 2세는 기독교를 모질게 핍박하는 가운데 성공회 23명, 카톡릭 22명을 잡아 참수한 후 화형시켰다. 그래서 이 날 행사는 성공회와 카톨릭뿐 아니라 모든 기독교 교단들이 함께 참여하여 순교 정신을 되새긴다.

놀라운 것은 신자들은 순교자의 날이 되기 약 한두 달 전부터 수도인 캄팔라를 향하여 순례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찬송부르며 걷다가 때로는 도로 위에 무릎을 거나 엎드려 기도하면서 앞서간 순교자들을 따라 간다. 우간다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남수단, 케냐, 탄자니아 기독교인들도 함께 참여한다.

누가 알았을까? 이름도 빛도 없던순교자들이 매년 나라를 기독교 정신으로 새롭게 하고, 동아프리카의 다양한 그리스도인들을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하나되게 할 줄을... 무엇이 10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나라와 사람들에게 감동과 연합의 마음을 주었을까? 어떤 영특한 왕이, 어떤 힘있는 장군이, 어떤 대단한 공신이 다양한 국가, 종족, 교단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까? 오직 그리스도를 위해 죽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주님 말씀이 확실히 맞다.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존하리라' (요12:25). 그렇다. 독재자는 당대를 살고 순교자는 영원을 산다. 그로 인해 많은 열매를 맺어 우간다는 성공회, 카톡릭, 각 40%에, 다른 교단까지 합쳐 전국민의 80% 이상이 그리스도인인 기독교 국가가 되었다.

내가 사는 모루이카나 구내에도 한국인 순교자 무덤이 하나 있다. 이름은 주윤정, 1977년생으로 1998년에 천국 갔으니 그녀의 나이 21세, 오래된 선교사의 말에 의하면 그는 대학을 휴학하고 1998년에 단기선교로 우간다에 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말라리아에 걸렸는데 처음에는 말라리아인줄 모르고 지내다가 병원으로 옮겼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한다. 다급하게 한국에 연락해 형부가 왔는데 형부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숨을 거뒀다. 누가 21세에 선교사로 나가려고 생각할까? 낮선 나라로 딸을 보내고 딸의 죽음조차 보지 못했던 부모는 얼마나 평생 마음 고생했을까? 그나마 딸을 이곳에 묻어 준 것은 딸이 죽어서라도 계속 선교하라는 사랑의 격려, 믿음의 고백이 아니었을까?

한국교회는 어떤가? 한국교회도 순교의 피위에 세워진 교회다. 많은 순교자가 있지만 나는 특히 미국의 여성 선교사 루비 켄트릭를 그리워한다. 젎은 시절, 조선에 온 루비는 선교하다가 풍토병으로 순교했다. 죽기 얼마전 부모에게 쓴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곳 조선 땅에 오기전 집 뜰에 심었던 꽃들이 활짝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루 종일 집 생각만 했습니다'.

편지는 당시 조선에서 있었던 핍박 이야기로 옮겨간다. '지금 이곳에서 탄압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저께는 주님을 영접한지 일주일도 안되는 서너 명이 끌려가 순교했고 토마스 선교사와 제임스 선교사도 순교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선교에 대한 결단으로 편지를 마친다. '오늘밤은 유난히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외국인을 죽이고 기독교를 증오한다는 소문때문에 부둣가에서 저를 끝까지 말리셨던 어머니의 얼굴이 제 눈앞에 어른 거립니다'.

'어머니, 아버지, 어쩌면 이 편지가 마지막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오기전 뜰에 심었던 한 알의 씨앗으로 인해 이제 내년이면 온 동네가 꽃으로 가득하겠죠? 저는 이곳에 작은 씨앗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씨앗이 되어 이 땅에 묻힌 후 하나님의 시간이 되면 조선땅에는 많은 꽂들이 피고 다른 나라에도 씨앗이 될 것입니다...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젊은 루비의 순교의 씨로 조선 땅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이다. 그리고 죄인 중의 괴수인 나는 과분한 은혜로 아프리카의 작은 씨앗이 되었다. 우간다의 순교, 모루이카라의 순교, 그리고 100년전 조선에 떨어진 젊은 루비의 순교의 씨로 많은 열매를 거두신 주님이 오늘도 우리에게 이렇게 물으시는 것 같다. '누가 또 다른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나와 함께 세상의 생명을 살릴까?'

아프리카(115)

바위: 주님은 나의 산성이요

내가 사는 모루이카라는 지역은 바위가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 이름의 뜻도 '바위의 마을'이란 뜻이다. 이 바위 중에 우간다의 역사에 중요한 유적이 하나 있다. 'Nyero rock paintings'라고 부르는 동굴 벽화다. 이 그림은 1997년 유네스코 자연 유산에 등재된 것으로 현재의 종족 이전의 Batwa족이 선사시대(석기시대)에 그린 그림으로 생각된다. 그림의 내용은 자연 곧 태양, 물, 동물, 사람 등이다.

학자들은 이를 아프리카의 전통종교인 animism과 관련된 종교 행위로 본다. 고대인들은 자연 현상 곧 천둥, 폭우, 가뭄, 전쟁, 질병 등을 매우 두려워했다. 이것들은 악한 신들이 준다고 믿었던 그들은 그 신들이 사는 동굴이나 높은 산에 가서 무당이나 주술사, 마녀 등을 통해 분노한 신을 달래기 위해 희생 제사와 함께 기도의 하나로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 자연재해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이것은 고대인의 주요 관심사였다. 그들의 소원의 근원에는 안전과 생존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는 여전히 가난하고 여전히 불안하다. 왜 그럴까? 이것은 선교를 위해서도 중요한 주제이다. 그것은 가난을 퇴치하는 것이 선교의 목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복음은 천국 가는 문제뿐 아니라 인간 삶의 모든 문제에 관심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왜 가난한가 하는 주제는 하나의 답변으로 정답이 될 수 없다. 거기에는 많은 요인이 있고 다양한 해석이 있다. 최근 내가 읽은 'Vision for a brighter Africa'을 쓴 나이로비 대학의 키노티 교수(George Kinoti)의 해설이 좋은 서론적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가난의 다양한 원인을 말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나쁜 통치(bad governance)이다. 오랜 식민지배로 민주적 지배의 경험이 없는 지도자들이 제2의 식민지배처럼 통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악한 통치는 부패(corruption)를 동반한다. 부패는 재화의 부정직한 획득이다. 아프리카 사회 전체에 특히 공직자, 정치인들에게 이 부패가 만연되어 있다. 섬기는 stewardship의 훈련이 없는 사람들에게 부패는 오랜 가난에 대한 '허가된 범죄'인 셈이다. 잘못된 통치의 배경에는 종족주의(tribalism)가 있다. 이는 같은 종족에 대한 무조건적 호의와 다른 종족에 대한 무조건적 배타를 전제로 한다. 아프리카에는 약 3천여 종족이 있는데 이 종족주의는 모든 내전(르완다, 남수단 등)과 반목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울어진 경제구조도 아프리카 가난의 한 원인이다. 세계 경제는 남반구의 자원을 북반구가 싸게 가져와 부를 누리는 구조다. 이 구조와 독점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아프리카 경제는 회복되기 어렵다. 그 차선책으로 지역내 경제 블록화(예를 들면 동아프리가 6개국의 경제공동체)를 운용하지만 한계는 있다. 아프리카 문화도 가난의 한 원인이다. 아프리카인들은 오랜 자연의 지배아래 삶에 대한 진취적 도전보다 운명주의적 세계관을 키워왔다.

그들은 자연의 정복을 배우기 전에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배웠다. 그 결과 자연재해나 질병, 가뭄 등이 오면 싸워 이겨내기 보다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게 되었다. 교육의 결핍 역시 가난의 원인이다. 그들의 교육은 교육 대상이나 수준에 있어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교육의 부재는 의식, 가치의 부재로 이어져 가난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인구의 폭발적 증가도 중요한 원인이다. 2020.6.2 현재 아프리카 인구는 1,338,153,309명이다. 1950년대 2억 5천, 2000년 8억 1천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2050년에는 약 25억이 될 것(세계인구의 약 27%)으로 전망된다. 인구증가의 문제는 그것이 경제 수준과 함께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재화와 식량은 그대로 있는데 인구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리적 환경도 가난의 본질적인 원인이다. 사하라 밑으로 남하하고 있는 사막화는 계속 되고 있고 365일 더운 날씨는 가뭄, 물부족, 말라리아 등을 일으켜 인간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아프리카 사람은 게으르고, 시간 개념이 없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데 이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 원인 중의 하나가 기후와 환경이다. 아프리카는 1년 내내 같은 날씨가 반복된다. 우기, 건기가 있지만 큰 차이가 없다. 매일 같은 날이 반복되니 새옷을 입을 필요도 새로운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다. 계절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파종과 추수 때도 없다. 겨울이 없으니 추위에 대비할 필요도 없다. 그 시간이 그 시간이기 때문에 조금 늦어도 되고 일을 해도 서두를 필요도 없다. 과일은 저절로 익고 곡식은 심으면 나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할까? 아프리카 가난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고 포기해야 할까? 쉽게 끝날 일은 아니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세 가지가 필요하다. 성경의 반석, 성령의 능력, 생활의 훈련이 필요하다. 성경은 변화의 시작이요 근원이다. 학교마다 성경 교육을 강화하고 모든 사람은 성경을 행동과 가치의 근거가 되게 해야 한다. 단지 성경을 알게 해서는 안된다. 매일의 삶이 되고 습관이 되도록 훈련해야 한다. 자연숭배, 운명주의, 안일주의, 모든 것이 성경적 세계관과 가치로 재설정되도록 해야 한다.

교회는 더욱 성령의 능력이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서구 선교는 그리스도의 속죄에 근거한 구원의 복음에 치중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교회는 나오면서도 문제만 생기면 마술사, 샤먼을 찾아갔다. animism, totemism, tribalism, 무기력증, 부패를 극복할 성령의 임재가 필요하다. 교회 예배는 노래와 춤으로 한을 푸는 기분전환 이상이어야 한다. 강력한 말씀선포와 뜨거운 기도로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모든 문제를 성경의 가치에 비추어 교육하고 훈련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모든 목회자는 정기적으로 재교육받게 해야 한다. 신학생은 몇 가지 이상의 기술교육을 가르쳐 졸업하게 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기독교적 가치를 뿌리내리는 기독교 학교가 더 많이 필요하다. 교회를 통한 지역사회교육, 여성교육, 기술교육, 가정교육, 그리고 정의와 평화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교회가 이 일에 책임과 사명이 있다. 우리도 100년 전에는 다 그렇게 살았다. 한국교회는 다른 나라보다 아프리카에 더 적절한 선교파트너다. 가난과 교회 성장과 국가번영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서구교회처럼 식민지배의 원죄도 없다. 무엇보다 헌신과 기도의 DNA가 있다. 누가 지금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해 갈꼬'(사6:8) 하는 성령의 음성을 들을까? 누가 지금도 괭이 들고 나가는 가난한 농부들을 위해 농업기술을 가르칠까? 누가 지금도 맨발 벗고 다니는 어린이를 위해 학교를 세울까? 누가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는 교회를 위해 신학생, 목회자는 가르치고 후원할까? 모루이카라의 바위를 볼 때마다 바위가 능력이 아니라 주님이 나의 반석, 주님이 우리의 요새 (시18:2)임을 고백한다. '주여, 아프리카를 말씀과 성령과 훈련으로 강하게 하옵소서'.

아프리카(116)

우분투: 우리가 있어 내가 있고

아프리카의 문화 중에 성경의 문화와 너무 닮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결혼풍습중에 '신부값'(성경, '빙물', bride price)이 있다. 아프리카의 신랑들은 결혼전 신부 아버지에게 '신부값'을 줘야 한다. 옛날에는 소로 주었으나 요즘은 소나 현금중 선택해서 준다. 우간다의 경우는 보통 200만 실링에서 2천만 실링(540불-5,400불) 수준이다. 신부가 젊을수록, 교육을 많이 받았을수록 더 많은 신부값을 내야 한다. 성경 족장시대에도 이런 관습이 있었다(한국 남자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평생 감사해야 하리라).

일부다처제 관습, 할례 관습, 가족간의 깊은 유대관계, 부모에 대한 순종, 형제우애, 노인에 대한 존경, 권위에 대한 복종, 음악과 춤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애정, 낙관적 삶의 태도, 평화주의...이런 것들이 아프리카의 문화와 성경(특히 구약)의 문화가 공통적으로 만나는 지점이다. 문화 인류학자들은 이를 '원형적 문화'라 불러 인종과 상관없이 모든 인류가 공유하는 보편적 문화(가치)라고 말한다.

그중에서 성경적이면서도 인류 보편적인 문화와 닿는 중요한 아프리카 문화의 키워드를 한마디로 말하면 '우분투(Ubuntu)가 될 것이다. 우분트는 남아프리카 Zulu어로서 1990년대 넬슨 만델라 민주화 이후 세계적인 용어가 되었다. 이 말의 뜻은 '다른 사람을 향한 인간애'(humanity towards others)를 의미한다.

우분트의 의미를 잘 보여준 이야기가 있다. 한 영국 선교사가 아프리카 아이들은 모아 놓고 말했다. '애들아. 저기 보이는 나무 밑에 내가 사탕 바구니를 갖다 놓았다. 가장 빨리 달려간 아이가 사탕을 가질 수 있어. 자, 그럼 출발!'.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뛰지를 않았다. 선교사가 재촉하자 아이들은 모두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사탕바구니 앞에서 다 함께 사탕을 나누었다. 선교사가 놀라서 물었다. '왜 달리지 않았니?'. 그때 한 아이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슬프면 내가 행복할 수 없지 않아요?' (How can I be happy when all others are sad?)

이 이야기가 보여준 우분트는 다른 사람이 불행하면 나도 행복할 수 없다는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다. 그래서 우분트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We are because you are, and therfore you are because we are'(당신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있고, 우리가 있기 때문에 당신이 있다). 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I am because we are'(우리가 있기 때문에 내가 있다).

이 우분트 정신은 아프리카 사람의 생활 곳곳에 나타난다. 우선 이들의 언어에서 '우리'라는 단어가눈에 띄게 많이 나타난다. 보통 '나, 내가'라고 쓰는 경우에도 이들은 '우리, 우리가' 하고 쓴다. 강의할 때 가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한다. '네 생각은 어떻니?' 하면 거의 대부분의 학생은 '우리는' 하고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 생각을 말하지 말고 네 생각을 말해라' 하면 당황하면서 더듬거린다. 개인적 '나의' 생각보다 공동체적 '우리의' 생각에 더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다.

우분트는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관심과 환대에서도 나타난다. 아마 내가 외국인어서 더 그랬겠지만 사람들은 내가 지나가면 모두 나를 쳐다보며 '요가'하고 인사한다. 대부분이 먼저 나에게 손을 흔들거나 내가 손을 흔들었을 때 같이 손흔들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아프리카 사람은 솔직히 그 얼굴색과 모습이 우리와 달라(혹은 무의식적인 우월감때문에) 우리가 멀리하고 무관심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에게 무관심하거나 일부러 멀리(혹은 왕따)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이들의 손님(특히 연장자, 윗사람, 권위자)에 대한 태도는 나를 크게 놀라게 한다. 내가 어느 교회 설교하러 가면 교인들이 문앞에서 기다리며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며 반겨주며 인사할 때는 반드시 오른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한다. 꼭 내가 영국 여왕이 된 기분이다. 젊은이는 노인에게 왼손을 오른 팔에 대고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버스에서도 노인이 먼저 앉게 한다.

우분트는 가족과의 관계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부모에 대한 존경은 효도 차원을 넘어서고, 가족, 형제에 대한 사랑은 끔직하고 극진하다. 오랜 대가족제도와 종족중심의 삶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겠으나 동생(형)이 죽으면 당연히 그 자식들(조카)은 내가 키운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가족이 죽으면 집안안에 장사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유는 가족은 살아도 가족이요 죽어도 같이 살면서 가족을 지켜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족간의 우분트가 발전하면 확대된 가족관계가 나타난다. 이들이 마을안에서의 삶은 매우 공동체적이다. 우선 집집마다 담이 없고 한가정의 문제는 다른 가정의 문제로 인식한다. 공동체적 이웃관계를 보여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마을 사람 전체의 책임이다'.

우분트는 사람관계를 뛰어넘어 자연과의 관계에 이른다. 이들은 교회에서 예배드릴 때만 종교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나무를 벨 때, 산에 오를 때, 불을 피울 때, 곡식을 추수할 때도 하나님앞에 엎드린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서구교회가 나와 자연, 하나님과 세상, 교회안과 밖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한 것과는 다른 태도다. 이들의 사고에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연, 심지어 신과 관계도 우분트 관계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우분트가 항상 좋은 결과로나타난 것은 아니다. 가족관계의 지난친 우분트는 종족주의(tribalism)을 낳고, 자연과의 지나친 우분트가 자연숭배(animism)을 낳거나 자연에 대한 개발의 거부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권위자(부모, 연장자, 상급자)에 대한 지나친 복종이 식민지배와 독재를 가능하게 하고, 내 생각을 무시하고 우리의 생각만 따를 때 개인적 창의성이 약화되어 잘못된 집단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분트는 잘 활용하면 아프리카의 발전에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교회를 공동체로 만드는데는 우분트 정신이 결정적이다. 그리고 좋은 지도자를 만날 때 사회통합의 시너지로, 불의한 시대에는 정의를 위한 연대로 나타난다.나는 이번 미국 죠지 프로이드 죽음으로 인한 인종 차별 시위를 아프리카 우분투의 미국 버전( '우리는 불의에 분노하며 정의를 위해 투쟁한다'의 '우.분.투')이라고 믿는다. 마틴 루터 킹의 예에서 보듯이 미국 흑인들의 ubuntism은 때로 역사를 바꾼다.

그렇다. 세계가 급격히 개인주의화되고 이웃에 대한 관심과 책임이 사라진 지금 아프리카의 우분트는 세상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인류애적인 가치다. 또한 우분투는 이 코로나 시대에 자칫 나와 내 가족의 안전만을 생각하기 쉬운 소극적 이기주의, 교회탄압을 외치거나 교회모임을 강행하여 생명을 살려야 할 교회가 결과적으로 생명을 죽이는 일로 비난받는 일부 교회의 무분별한 이기주의와 청교도적 소명으로 부터 부여받은 영광스러운 세계 섬김의 장자적 사명을 거절하고 오직 우리만 살겠다고 주장하는 트럼프같은 배타적(구조적) 이기주의자들이 모두 새겨 들어야 할 성경적 명령이다. 그렇다. 우분투! 우리가 있어 내가 있다 (I am because we are). 요즘같이 힘든 시대에 아프리카로 부터 듣는 성경적 세계정신이다.

사진: 순교자의 날 순례 행진하는 기독교인들, 모루이카라의 바위

아프리카(117)

아프리카 격언(1) 배움의 중요성

한 나라의 격언은 그 나라 사람의 오랜 삶에서 나온 지혜의 보고다. 아프리카에 살면서 우연히 격언 몇 개를 들으면서 생각보다 그 의미와 깊이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 시간나는대로 책을 읽고 주변에서 들은 것들을 메모하면서 성경과 관련하여 묵상했다. 배움의 중요성, 삶의 지혜 그리고 자연과 함께의 세 주제로 나눠 함께 묵상하고자 한다.

아프리카의 격언 중 배움의 중요성에 대한 격언은 생각보다 많다. 먼저 배움에 대한 일반적인 격언이다. '진정한 가르침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의식의 깨우침이다'. '만일 교육이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무지한 채로 살면 된다'. '배우지 않는 것은 나쁘다. 그러나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것은 더 나쁘다'. '알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그것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사람은 배운 대로 살고 배운 대로 죽는다'(What you learn is what you die with). 내용으로만 보면 배우기를 좋아하는 세계 어느 나라의 생각이나 별 차이가 없다.

격언은 지혜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를 자주 구분한다. '지혜로운 자는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하나 어리석은 자는 모든 것을 다 안다'. '바보와 물은 굽이치는 대로 흘러간다'. '어리석은 자는 말하고 지혜로운 자는 듣는다'. '바보는 무엇인가를 말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할 말을 가지고 있다"(A fool has to say something, a wise man has something to say). 지혜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의 구분의 잠언의 주 내용이다. '지혜로운 자에게는 명철이 생명의 샘이 되거니와 미련한 자에게는 미련한 것이 징계가 되느니라'(잠16:22).

배움에 대한 격언중에 랍비들의 말과 비슷한 것이 있어서 놀랐다. '묻기를 두려워하는 자는 배우기를 부끄러워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랍비 힐렐의 말과 비슷하다. '가르려는 자는 인내하지 않으면 안되고 배우려는 자는 부끄러워해서는 안된다'. 나는 평생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 왔다. 유대문헌에도 이런 말이 있다. '누가 지혜로운 사람인가? 그는 바로 모든 사람에게 배우는 사람이다'(미쉬나).

그러나 배움의 기회는 언제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루지 말고 지금 시작해야 한다. '나무를 심는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었다. 두번째로 좋은 때가 지금이다'. '만일 네가 내일 산을 옮기려고 한다면 오늘 돌을 들어 올리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내일은 오늘 그것을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아주 섬뜩한 경고도 있다. '만일 네가 오늘 나무 돌보기를 게을리 한다면 그 나무가 자라 네 목을 조일 밧줄이 될 것이다'.

배움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네가 넘어졌을 때는 돌아보지 말고 미끄러졌을 때 돌아보라'(Do not look when you fell, but when you slipped). 여기서 넘어진 것과 미끄러진 것을 구분하는 것이 재미있다. 생각하기에 '넘어진 것'은 외부의 공격에 의해 쓰러지는 것이고 '미끄러진 것'은 자신의 부주의로 인한 실수를 의미하는 것 같다. 실수는 괜찮으니 일어나라는 말이다. 성경의 말씀, '대저 의인은 일곱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악인은 재앙으로 말미암아업드려지느니라'(잠24:16)을 떠올리게 한다.

'평온한 바다는 숙련된 뱃사람을 만들지 못한다' (Smooth seas do not make skillful sailors). 이 유명한 격언이 아프리카 격언인 것을 나는 몰랐다. 나는 이 격 언이 바다가 많은 영국의 격언인 줄 알았다. 경험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에 빠져 슬픔의 물을 마셔본 자는 어떻게 수영하는지 알게 된다'. 그림처럼 그려지는 격언이다. '어린이는 기어다니면서 일어나는 법을 배운다'. '길을 잃는 것은 곧 길을 배우는 것이다'(To get lost is to kearn the way). 모두 경험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차이를 만드는 교육을 말하면서 우리를 미소짓게 하는 것도 있다. '만일 네가 너무 작아 남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해도 모기와 함께 잠을 자서는 안된다'. 말라리아에 걸려본 내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이다. 이 말을 명심하고 앞으로도 절대 모기와 함께 자지 않을 것이다. 자신감을 주는 격언도 있다. '너는 행동할 때 실패하기가 불가능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그렇다고 자만해서는 안된다. '네가 만일 자만심으로 가득차 있다면 지혜를 얻을 여지는 없을 것이다'.

어린이(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가르친 격언도 있다. '만일 인생의 마지막을 보기 원한다면 시작을 보면 된다'. 어린이 교육의 공동체 적 책임에 대해서도 말한다. '아이 하나를 가르치는 것은 마을 전체의 책임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만일 마을이 아이를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으면 전쟁의 날에 그 아이가 마을 전체를 불태울 수도 있다'. 뼈아픈 경험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뿌리를 가르쳐야 한다. '네가 만일 네 쇠사슬을 끊어버리면 너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네 뿌리를 끊어버리면 너는 죽게 될 것이다'. 영화 '뿌리'를 생각나게 하는 말이다. 사랑을 가르쳐야 한다. '어린이를 가르칠 때 사랑을 가르치라. 그것은 그에게 어떤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단순한 지식 전수가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는 말이다. '늙어서 네가 앉아 있는 곳이 젊어서 네가 서 있던 곳이다'. 심은대로 난다는 말이다. 자녀교육에 대한 이러한 강조는 잠언의 말씀을 기억나게 한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잠22:6).

노인을 경험과 지혜의 표상으로 존경하는 것은 성경과 비슷하다. '젊은이는 더 빨리 갈 수 있다. 그러나 노인은 가는 길을 안다'(The youth can walk faster but the elder knows the way). 비슷한 말을 올리버 웬델이 했다. '젊은이는 규칙을 안다. 그러나 노인은 예외를 안다'. 노인은 삶의 경륜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성경과 같다.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요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 (잠16:31). '젊은 자의 영화는 그의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움은 백발이니라'(잠20:29).

그러나 노인에 대한 가장 감동적인 찬사가 있다. '노인 하나가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When a old man dies, a library burns to the ground with him). 노인의 지혜를 이토록 아름답게 묘사한 격언은 세상에 없다. 노인의 지혜를 놀랍게도 도서관으로 비교한 것이다. 우리가 볼 때 무지하게 생각되는 아프리카인들이 얼마나 지혜를 소중히 여기는가를 볼 수 있다. 노인을 포함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라는 격언은 또 있다. '너의 타월의 모든 부분을 존중하라. 그 이유는 오늘 너의 뒤를 닦은 그 부분으로 내일 네 얼굴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보잘 것 없는 사람도, 지금 시원찮은 일도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 함부로 다루지 말라는 뜻이다.

은혜를 준 사람에게 배신으로 갚지 말라는 격언도 있다. '너에게 그늘을 준 나무를 찍으라고 명령하지 말라'. 명령하지 말라고 했으니 밑에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지금 잘 사는 것은 옛날 누군가 너를 그늘로 덮어 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격언은 또 있다. '너에게 우유를 주는 소에게 목마름의 고통을 주지 말라'. 솔로몬이 한 말이 기억난다. '나도 내 아버지의 아들었으며 내 어머니 보기에 유약한 외아들이었느라'(잠4:3).

아프리카 격언중에 배움에 관한 말이 많은 것에 나는 큰 도전과 격려를 받는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사람이 그런 것처럼 아프리카 사람들은 본래 지식적이 아닐 뿐더러 배우기를 싫어한다는 오해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배우기를 원했지만 그럴만한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우리가 지식 위주로 배우는 것과 달리 지혜를 추구하는 지식을 사모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믿었다. '지혜없는 지식은 마치 모래속에 있는 물과 같다'. 아프리카 사람은 배우기를 원하고 또 누구보다 잘 배울 수 있다. 이번 격언 묵상을 통해 내가 받은 희망의 메시지다.

사진: 코로나때문에 더 어려운 이웃들(과부, 노인, 환자) 500가정에게 가정당 포셔(옥수수 가루) 5킬로씩 나눴습니다. 선교사 몇 가정이 협력했습니다.

아프리카(118)

아프리카 격언(2) 삶의 지혜

아프리카 격언의 두 번째는 삶의 지혜이다. 지혜는 성경의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이다. '지혜가 제일이니 지혜를 얻으라...'(잠4:7). '지혜가 길거리에서 부르며 광장에서 소리를 높히며'(잠1:20). 헬라인에게 지혜가 덕에 이르는 수양의 과정이고, 이방인에게 지혜가 성공에 이르는 처세술이라면, 히브리인에게 지혜는 하나님의 온전에 이르는 믿음의 과정이다. 아프리카인에게 지혜는 무엇인가?

아프리카 격언은 먼저 지혜를 얻는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네 안의 적이 없다면 네 밖의 적이 너를 해치지 못하리라'(When there is no enemy within you, the enemies outside cannot hurt you). 이 격언은 잠언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과 같다. '무릇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라'(잠4:23). 마음의 중요성을 말한 격언은 또 있다. '너는 너를 좇아오는 것으로 부터 멀리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네 안에서 너를 좇아오는 것을 피하지 못하리라'.

마음이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신적 중심'(divine center)이 있어서 그것이 사람을지배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영혼은 여호아의 등불이라. 사람의 깊은 속을 살피시느라'(잠20:27). 그래서 마음을 어떻게 갖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런 격언이 나온다. '눈은 마음이 본 것을 결코 잊어버릴 수 없다'(The eye never fogets what the heart has seen). 일도 그렇다. '일은 내가 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좋은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일이 아니라 마음의 걱정이다'.

삶의 지혜의 중심에는 사랑과 가정이 있다. 아마도 이 격언은 내가 본 결혼에 관한 격언중 최고일 것이다. '행복한 남자는 그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한 남자다. 그러나 더 행복한 남자는 그가 결혼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다'(A happy man marries the girl he loves, but a happier man loves the girl he marries). 오늘날의 가정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주는 명쾌한 말이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만났지만, 또한 사랑하기 위하여 살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여성은 소중하다. 그래서 '한 남자를 교육하는 것은 한 개인을 교육하는 것이지만, 한 여자를 교육하는 것은 한 세대를 교육하는 것이다'(When you educate a man, you educate an individual, when you educate a woman, you educate a generation). 아! 여성을 이렇게 존중하는 나라는 복을 받을지어다. 이 땅의 모든 여성들 특히 여성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은 이 위대한 말을 외우시기를! 여성을 교육시키면 자녀를 다음 세대의 주인공으로 교육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 자신도 좋은 여성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떤 여성이 좋은 여성인가? '여자의 공손한 헌신은 여자의 가장 큰 아름다움이다'. 이런 여자는 곧 잠언이 말하는 '유덕한 여자'(잠11:16)이요, '현숙한 여인'(잠31:10-31)일 것이다.

그러면 결혼은 무엇인가? '결혼은 호도와 같아서 그것을 깨뜨리고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보아야 한다'. 깨뜨리는 과정에서 아픔이 있지만 그 속에 있는 호도를 맛보는 기쁨때문에 결혼은 소중하다. 가정은 또한 나무와 같다. '가정은 나무와 같아서 가지가 바람에 휠 수 있으나 부러지지는 않는다'. 어떤 가정도 바람이 없는 가정은 없다. 그러나 사랑이 있는 한 바람이 나무를 부러뜨리지는 못한다. 다만 잠시 휠 뿐이다.

그러나 넖은 의미의 가정도 있다. '가정은 우리가 사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곳이다'(Home is not where we live, home is where we belong). 가정을 이렇게 넖게 정의한다면 마을도, 이웃도, 직장도, 교회도, 국가도 가정이 될 수 있다. 가정에 대한 아프리카아의 넖은 생각에서 세계가 한 가족이 될 희망이 보인다.

말의 중요성에 대한 격언도 빠뜨릴 수 없는 지혜 중의 하나다. '만일 네가 바보와 논쟁한다면 반드시 바보가 이길 것이다'. '다툼이 끝나도 한번 내뱉은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Quarrel's end, but words once spoken never die). 성경도 논쟁과 다툼을 피하라고 수없이 교훈한다. '미련한 자의 입술은 다툼을 일으키고 그의 입은 매를 자청하느니라'(잠18:6). 남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귀절이 있다. '다투는 여인과 함께 큰 집에 사는 것보다 움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나으니라'(잠25:24). 그래서 요즘 산에 사는 남자들이 많다.

남의 말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너에게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너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다'(He who speaks to you about others, speaks to others about you). 성경도 이를 조심시킨다. '두루 다니며 한담하는 자는 남의 비밀을 누설하나니 입술을 벌린 자를 사귀지 말지니라'(잠20:19). '남의 말하기를 좋아하는 자의 말은 별식과 같아서 뱃속 깊은 곳에 내려가느니라'(잠18:8).

게으름과 부지런함에 대한 권면도 삶의 지혜에 속한다. '일찍 일어나면 가는 길을 앞당긴다'. 걷는 것이 일상인 이들이 일찍 일어나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을 때 오래 자면 늙어서 일찍 일하러 나가야 한다'. 근면을 강조하는 이 격언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것 같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 혹은 '오늘 놀면 내일 일하고 오늘 일하면 내일 논다'(Play today work tommorrow, work today play tommorrow). 성경도 수없이 게으름을 경고하고 부지런함을 권면한다. '손을 게으르게 놀리는 자는 가난하게 되고 손이 부지런한 자는 부하게 되느니라'(잠10:4).

돈에 대한 격언도 지혜를 위해 필요하다. 남아프리카 격언이다. '돈은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이 사실인 것 처럼 만들 수 있다' (Money can't talk, yet it can make lies look true).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황금만능주의를 경계한 것이다. 돈을 원숭이와 관련시킨 격언도 있다. '네가 만일 원숭이와 돈때문에 결혼한다면 돈은 사라지고 원숭이만 남으리라'. 돈때문에 결혼하면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어 치우듯이 결국 돈은 사라지고 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 한 사람보다 '우리'를 강조하는 것이 아프리카 삶의 특징이다. 공동체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세계적인 아프리카 격언이 있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 개인주의적인 세계가 자주 곱씹어야 할 말이다. 함께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또 하나의 격언이 있다. '강을 건널 때 모두 함께 건너라. 그러면 악어에게 먹히지 않으리라'. 아프리카적 경험이 묻어난 격언이다. 남을 괴롭히면 자신도 괴로워진다는 격언도 있다. '다른 사람을 진흙속에 빠뜨리는 사람은 자기도 진흙속에 있어야 한다'.

죽음에 관한 격언은 우리를 잠시 생각하게 한다. '죽은 사람은 관의 값을 알지 못한다'. 관에 관한 또 다른 격언이 있다. '아무리 관이 아릅답고 정교하게 잘 짜여져 보여도 그 관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 아프리카의 죽음의 예식은 길고 화려하다. 사람이 죽으면 관에 누이고 얼굴을 내놓은 채 조문을 받는다. 그러나 누구도 스스로 화려한 관에 들어가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혜는 경험에서 나와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도록 만든다. 아프리카는 그 뛰어난 자연적 환경으로 부터 보고 배워 삶의 많은 지혜를 얻었다. 물론 성경이 말한대로 '여호아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잠1:7)이요, 성경적 지혜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고 그를 기쁘게 하는 모든 삶의 실천'(마빈 윌슨)이다. 이런 점에서 아프리카의 지혜는 이 성경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교는 바로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있다. 그래도 하나님이 주신 은혜로 행복하게 사는 지혜를 얻었으니 부디 자신들의 믿음처럼 하나님안에서 행복을 누리기를 축복한다. '행복하게 되는 것은 왕이 되는 것보다 더 좋다'(Being happy is better than being king).

아프리카(119)

아프리카 격언(3) 자연과 함께

아프리카의 격언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감동이 대부분이다. 오랜 세월 자연과 함께 살아온 이들은 자연속에서 자연이 말하는 음성을 들으며 자연과의 교섭을 통하여 무엇이 지혜롭게 사는 삶인가를 깨달았을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지혜의 경험은 주로 동물이 많고 하늘과 땅, 우주, 세상의 모든 만물이 포함된다.

동물중에 가장 많은 것은 사자다. 사자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왜 중요한 존재인지는 사파리에 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 위엄에 찬 풍모와 기민성, 용맹성은 사람들에게 사자가 동물의 왕임을 알리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첫번째다. '사자와 양이 함께 누울 수 있지만 양은 잠들지 못한다'. 초원에 같이 눕는다고 같은 종류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격언도 있다. '사자가 으렁거리지 않는다고 해서 잔다고 생각하지 말라'. 사자는 역시 사자라는 것이다. 항상 주의하고 살아야 강한 자에게 당하지 않는다는 생존의 원리를 사자를 통해 배운 것이다.

사자에 대한 격언중 단연코 최고는 리더쉽에 관한 것이다. '사자가 이끄는 양의 군대가 양이 이끄는 사자의 군대를 이긴다'(An army of sheep led by a lion can defeat an army of lion led by a sheep). 지도자가 누구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사자면 양들을 사자군대로 훈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자를 죽이는 것은 곧 전쟁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잠자는 사자의 콧 수염을 건들지 말라는 것이다. 사자를 건들면 싸울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사자의 본성을 말한 격언도 있다. '정글의 경제가 어떻든 사자는 풀을 먹지 않는다'(No matter the economy of the jungle, the lion will never eat grass).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사자는 아무 것이나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경도 사자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젊은 사자는 궁핍하여 주릴지라도 여호아를 찾는 자는 모든 좋은 것에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34:10). 성경의 사자는 모든 강한 자의 표상이다. '곧 짐승중에 가장 강하여 아무 짐승 앞에서도 물러가지 아니하는 사자와'(잠30:30). 아프리카인들도 이 사자를 보면서 이 세상에는 자신들보다 강한 자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강한 자 때문에 조심하고 더 겸손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자를 제압하는 것이 있다. 재미있게도 작은 거미줄이다. '거미줄이 서로 연합하면 사자도 묶을 수 있다'(When the spiders webs unite, they can tie a lion). 아무리 강한 것도 작은 것들이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다. 연합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개미는 어디서나 지혜의 단골 손님이다. '개미가 발로 일하면 코끼리가 누어 자는 것보다 많은 일을 한다'. 비록 작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slow and steady) 일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이다. 코끼리 이야기는 또 있다. '두 마리 코끼리가 싸울 때 밟혀 상하는 것은 풀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것이다.

부엉이 이야기는 놀라운 통찰이다. '부엉이는 모든 새중에서 가장 지혜롭다. 그 이유는 보기는 많이 하고 말은 적게 하기 때문이다'(The owl is the wisest of all birds because the more it sees, the less he talks). 밤에 눈을 꿈벅거리며 말없이 앉아 있는 부엉이를 보면서 침묵의 지혜를 배운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무서울 수도 있고 왜 앉아 있기만 하냐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을 많이 보고 말은 적게 하는 침묵의 표상으로 삼은 것은 신기하고 대단하다.

염소는 변화되지 않은 본성을 표현하는 격언에 사용된다. '염소는 아무리 씻겨도 여전히 염소 냄새가 난다'. 나도 아프리카에서 염소 고기를 먹어봐서 그 냄새를 안다. 한번은 설교하러 어떤 교회를 갔는데 식사후 염소 한 마리를 끌고 왔다. 최고의 손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결국 학생들의 종강파티 선물로 주었지만 염소는 여러번 물로 씻어도 염소 특유의 냄새는 남아 있다. 염소를 통해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여전히 죄인이라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격언의 소재는 생활 주변에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늘이다. '바늘이 깊은 우물속에 빠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우물을 바라본다. 그러나 바늘을 찾으러 우물밑으로 내려간 사람은 거의 없다'. 아는 것과 듣는 것은 다르며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또 다르다는 것이다. 머리(지식)와 손(행동)의 거리가 그렇게 멀다는 것이다. 평벙한 부억의 솥을 보고도 이런 격언이 나온다. '가장 좋은 부억 솥도 음식을 생산해 내지는 못한다'(Even the best cooking pot will not produce the food). 솥은 음식을 요리할 뿐이지 솥자체가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기술보다 자연이 더 위대하다는 것이다.

뱀의 이야기도 있다. '네가 뱀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전갈이 너를 물 것이다'. 한 가지에 일에만 집중하면 다른 데서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있다. '가시밭을 뛰어다니지 말라. 그렇게 하면 네가 뱀을 좇아가든지 뱀이 너를 좇아올 것이다'. 굳이 자청하여 고난속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잘못은 되돌아 온다는 재와 파리 이야기도 있다. '재는 그것을 버린 사람에게 다시 날아온다'. '길에 오줌을 누는 사람은 그가 돌아오는 길에 파리를 만난다'.

대자연은 이들의 삶에 경외와 함께 지혜와 교훈의 메시지를 주었다. 천둥과 달의 이야기가 있다. '하늘의 달과 태양, 별이 아름다워도 하늘은 여전히 천둥과 벼락이 친다'. 참 아름답고도 깊은 격언이다. 하늘이 아름답지만 무섭기도 하다는 것이다. 별과 천둥, 태양과 벼락이 같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인들은 이 모습을 통해 신의 두 모습을 보았을까? 루돌프 오토(Rudolf Otto)의 말대로 '매혹'(fascination)과 '무서움'(awesome)은 종교의 두 기본 요소이다. 매혹때문에 신에게 다가가고 무서움때문에 신앞에 무릎꿇는다. 매혹은 찬양을 낳고 두려움은 경배를 낳는다.

달의 움직임도 초월자를 생각하게 한다. '달은 천천히 움직이지만 마을을 건넌다'(The moon moves slowly, but it crosses the town). 멀리 있는 달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지만 지구를 돌고 있다는 것이다. 하늘은 생각보다 크고 위대하다. 아마 아프리카인들은 하늘의 별과 달을 보면서 하나님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다. 실제로 아프리카 사람들은 복음이 전파되기 전에도 창조주 하나님의 존재를 믿었다. 서아프리카에서는 그를 Ammua라 부르고 동아프리카에서는 Mulungu라고 불렀다. 다만 그 분은 멀리 있고 실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영들, 귀신들, 자연신, 조상신이라고 믿었던 것이 문제였다.

물과 관련된 격언도 빠질 수 없다. '물이 주인이 되면 땅은 복종할 수 밖에 없다'(Where water is the boss, there the land must obey). 자연 재해는 인간을 놀라게 한다. 홍수가 범람하여 땅을 적시면 땅은 그를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르게도 해석할 수 있다. 지도자가 물(부드럽고 온유한)같은 리더쉽으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그를 잘 따른다는 것이다. 생명의 근원이신 예수님이 생수로 다스리면 목마른 세상은 그로 부터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자연을 통해 말한 격언이 있다. 먼저 물이다. '물의 수면은 아름답다. 그러나 거기에서 자는 것은 좋지 않다'(The surface of the water is beautuful, but it is no good to sleep on). 가끔 바다가 아름다워 눕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누우면 안된다. 보이는 것과 실체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격언이다. '드럼이 아름답다고 도끼로 치지 말라'. 열정도 지혜로운 방법과 동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도에 대한 격언이 있다. '병아리의 기도가 매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A chicken's prayer doesn't affect a hawk). 병아리는 병아리 수준의 기도를 하고 매는 매의 상황에 맞는 기도를 한다. 둘은 비교되지 않으며 하나님이 두 기도를 다 들으신다.

자연은 하나님의 품, 하나님은 자연안에 계시며 자연을 통해 말씀하신다. 아프리카인은 자연을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삶의 무궁한 지혜를 얻었다. 우리는 어떤가? 아프리카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선포된 구원의 복음을 더 들어야 하는 것 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창조를 통한 자연의 소리를 더 들어야 하지 않을까? 격언중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마음의 울림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수천년 역사와 함께 생성된 아프리카인들의 지혜의 샘, 우리도 소중히 여겨 마음에 새기는 것이 맞지 않을까?

아프리카(120)

마음의 기도: Communication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 누구나 나름대로 기도하지만 좋은 기도는 배워야 한다. 가장 좋은 기도는 예수님이 가르친 기도다. 마태복음에서 예수님이 가르친 세 기도가 있다. 6장에서 마음의 기도(6:5-8), 이 기도는 하나님의 임재를 구하며 그와 함께 교제(communication)하는 기도다. 7장의 기도는 간구하는 기도다. 마치 소리치듯 필요와 요청을 아뢴다. 마지막 12장에서 영적 전투(combat)의 기도다. 하나님 나라를 가로막는 영적 세력과 싸우는 능력의 기도다. 신약성경의 기도는 이 세 기도의 확대판이요 그것의 종합판이 주기도문이다.

먼저 마음의 기도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외식하는 자와 같이 하지 말라. 그들은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서 기도하기를 좋아하느니라'(6:5). 유대인은 기도의 민족이다. 오랜 세월 그들의 기도를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격식 필요하다. 아무 자세나 아무 옷을 입고 아무 데서나 기도하는 것이 아니다. 기도할 때 '탈리트'라는 옷을 입고 머리에 '키파'(여성은 수건)을 쓰고 기도한다. 율법의 수를 613개라고 믿는 그들은 하얗고 까만 613가닥의 줄로 만든 옷을 입고(엄밀히 말하

면 걸치고) 기도한다. 기도는 주로 기도책(시두르 데피르)에 나오는 기도문을 읽는데 대표적인 것이 '쉬모네 에스레' 기도다. 18이란 뜻을 가진 이 기도는 기도의 내용을 18개 항으로 정형화했다. 이 기도가 얼마나 긴지 우리 주기도문의 18배라고 생각하면 된다(예수님이 자기 민족의 긴 기도를 1/18로 줄여 주기도로 주신 것을 감사해야 한다). 이 기도를 아침 저녁으로 소리내서 읽으니 얼마나 길고 장황하겠는가?

그나마 기도는 반드시 서서 해야 한다. 이유가 있다. 보통 자녀들이 부모나 어른 앞에서는 일어서지 않는가? 하물며 하나님앞에서는 두말할 것이 없다. 오늘 말씀에도 유대인들이 '서서' 기도한다고 했고, 눅18:11에서 바리새인도 '서서 따로' 기도했다고 했다. 옛날 지성소에는 의자가 없었다. 하나님의 절대적인 임재 앞에 제사장은 감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높으신 하나님앞에 경외하는 마음으로 서서 하나님을 경배해야만 했다. 이를 '아미다' 기도라고 한다. 오늘날도 서서 예배하는 유대인의 관습은 회당예배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2시간 이상의 예배에 누구도 앉아 있는 사람이 없다. 이 전통은 카톨릭과 정교회등 기독교 예배에 전승되었으나 유독 개신교만은 앉아서 예배드린다. 형편에 따라 의자에 앉아 예배드릴 수 있으나 개신교 신자들은 예배드릴 때 당연히 앉아서 드린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내 앞에 하나님이 계신다는 생각으로 최소한 예배시간에 졸거나 주무시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면 기도복을 입고 서서 긴 기도문을 읽는 유대인의 기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좋은 의미로 시작한 형식이 형식주의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 형식이 필요없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형식은 내용을 낳고 내용은 형식을 창조하기 때문이다'(토마스 아퀴나스). 유대인을 비난할 사람은 적어도 유대인보다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이 성경 읽는 사람이다.

예수님의 교훈의 촛점은 유대인 기도의 형식이 아니라 마음이다. 형식은 어쨓든 좋다. 문제는 형식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주님이 강조한 것은 마음의 기도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시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6:6). 여기서 '골방'은 '마음의 중심'을 말할 것이다. 따라서 이 말은 기도하기 위하여 교회나 회당으로 가지 말고 집 이층에 있는 다락방으로 가라는 말이 아니다. 예수님 시대의 기난한 백성들이 다락방, 기도방을 따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었을까? 그러나 모든 사람은 마음의 골방은 있다. 그곳에서 마음으로 기도하라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는 우리의 기도 관행까지 바꾸어 놓았다. 그동안 우리는 개인 기도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교회에서 여럿이 모여 기도해야 더 기도가 잘된다고 생각했다. 개인 기도가 부족한 바쁜 일상속에 그래도 심야(철야)기도 한번 갔다 오면 한 주간은 살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집회가 제약되면서 오직 교회가 유일한 영성의 근원인 사람은 신앙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여기에는 개인의 책임이 크지만 교회의 책임도 크다.

특히 목회자의 영성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목회자는 사실은 자신의 영성에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많은 설교와 행사 그리고 심방등으로 교인들에게 영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에 교회 행사도 심방도 불가능하면서 교인들은 목회자들도 자기들과 똑같은 삶을 산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평소에 말씀과 기도로 자신의 영성을 관리하는 법을 아는 목회자는 코로나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에 일중심, 사람중심, 취미중심으로 살던 목회자는 그 많은 남는 시간에 T.V 채널만 돌리고 있거나 유투브를 뒤적거리는 것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무도 모르지만 하나님은 보고 계시며 지금의 불충실한 삶은 내일의 목회에 쓴 열매로 돌아올 수 있다.

목회자에게는 코로나 때문에 시간이 있는 지금이 당신의 영성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조금 지나면 다시 바빠질텐데 지금 달라지지 않으면 하나님도 당신의 교회를 달라지지 않게 하실지 모른다. 동역자 입장에서 16세기 신학자 존 오웬의 뼈아픈 지적을 함께 새겨 듣고 싶다. '목회자는 교인들을 모아 예배당을 채우고 성찬예배를 인도하고 회중의 입을 채워줄 수 있으나 그의 진면목은 은밀한 가운데 전능하신 하나님앞에 무릎을 꿇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C.S.루이스의 말을 교훈으로 삼고 싶다. '가장 낮아졌을 때 경배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하면 지극히 높아진 상태에서 하나님을 경배하기는 어렵다'.

코로나의 시험대는 신자들에게도 향한다. 그동안 신자의 신앙은 매우 교회 의존적이었다. 신앙이 좋다는 것은 교회 잘 나간다는 뜻이었고 교회 모임,행사에 많이 참석할수록 믿음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이것은 목회자, 신자에게 동일한 평가의 기준이었다. 솔직히 목회자 입장에서도 교회 잘 나온 신자가 더 사랑스럽고 일도 맡기고 싶을 것이다. 신자 자신도 주일성수에 수요, 금요 철야, 새벽까지 나가면 나는 괜찮은 믿음의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로 교회에 자주 나갈 수 없으면서 내 믿음을 지켜주는 것은 교회나 목회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나님과의 개인적이고 지속적인 관계가 없이는 언제라도 내 믿음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코로나 시대의 큰 수확!). 그렇다. 어떻게 할 것인가? 목회자든 신자든 우리는 생명의 근원이 그리스도에게 있슴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교회의 존재와 역할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갖는 개인적이고 지속적인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회에 교회도 신자들을 교회 의존형 신앙에서 그리스도 관계 중심형 신자로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의 기도는 아버지와 친밀한 기도다. 유대문헌에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른 기록이 없다. 하나님에 대한 신성 모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른 것은 유대인중에 예수님이 최초이고 이것이 유대교와 기독교의 차이이다. 아버지와 자녀는 말로만 대화하지 않는다. 프란치스코가 기도에 대해 한 말이 중요하다. '기도하라. 필요하면 말을 사용하라'. 기도는 말보다 크다. 말과 함께 생각을, 정해진 기도시간과 함께 일상의 시간에, 그리고 교회안에서 공적으로 뿐 아니라 교회밖에서 개인적으로 언제나 우리는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마음의 기도는 'Pray with all ways and always'(모든 방법으로 기도하고 항상 기도하는 것)이다.

리쳐드 포스터에 의하면 마음의 기도는 내가 할 수 없는 기도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으신 것처럼 우리의 기도도 우리의 모습 그대로 받으신다'. 하나님앞에 우리가 더 거룩하고 더 순수하고 더 아름다운 척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하나님의 도움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것은 겸손을 가장한 교만이요 거짓 영성이다. 루이스가 마음의 기도를 핵심있게 요약했다. '하나님앞에 우리가 있어야 할 것을 내놓지 말고 우리 안에 있는 것을 내놓으라'(Lay before Him what is in us, not what ought to be in us).

항상 기도하는 방법중에 가장 좋은 것이 묵상이다. 사방이 닫힌 상황에서 우리 부부를 살리는 것은 말씀 묵상이다. 집사람은 우간다와 다른 나라에 있는 여 선교사 몇 분과 카톡으로 매일 성경을 묵상하고 나눈다. 창세기부터 시작해서 지금 시편을 읽는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말씀을 나누며 교제하는 기쁨을 아는가? 나는 휴교로 흩어진 학생들과 역시 묵상을 나눈다. 다른 나라에 있어도 함께 기도하면 꼭 옆에 있는 것 같다. 아직 카톡 묵상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바로 친구를 찾으라. 목회자는 더 많은 묵상 친구가 필요하다.

매일 일상에서 하나님 만나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우리 부부는 매일 저녁 식탁에 앉는다. 찬송을 부르고 성경을 읽고 기도한다. 성경은 매일 한장씩 한글로 한번 영어로 세번 읽는다. 혹시 중학교 이상 자녀를 둔 가정은 가족과 함께 영어 성경을 읽으면 큰 도움이 된다. 성경의 어느 부분이 눈에 띄이면 오래 머문다. 마지막에 중보기도 후에 선교 현안을 놓고 집중적으로 기도한다. 그렇다. 코로나는 우리의 영성생활에 있어서도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교회를 사랑하되 그리스도를 더 사랑하자. 그와 매일 갖는 관계가 일주일에 한 번 예배드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자. 교회는 이전보다 신자를 더 생활 영성으로 훈련하고 신자는 매일 마음으로 하나님과 교제하는 법을 훈련하자. 우리의 생에 코로나같은 영적 암흑기가 다시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어떤 경우에도 성경의 하나님은 '기다리는 자들에게, 구하는 영혼들에게 언제나 선하시다' (애3:25). 아멘.

아프리카(121)

간구의 기도: Cry

마음의 기도가 하나님을 친구처럼 가깝게 교제하는 친밀한 기도라면 간구의 기도는 자녀가 아버지께 필요한 것을 달라고 요청하는 청원의 기도다. 기도에서는 이 기도가 가장 많고도 중요하다. '기도가 종교의 중심이라면 간구의 기도는 기도의 중심이다'(허버트 화머). 마음의 기도가 기도의 본질에 해당한다면 간구의 기도는 기도의 실제에 해당한다. 마6장에 이어 예수님은 7장에서 이 기도를 가르친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칮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리리라'(7:7).

간구의 기도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찾는 것이다. 기도의 출발은 결핍성이요 태도는 긴급성이다. 구하라. 왜? 지금 없기 때문이다. 있다면 구할 필요도 없다. 찾으라. 왜?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안 잃어버렸다면 찾을 일도 없을 것이다. 문을 두드리라. 왜? 문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문이 열려 있는 데 왜 두드리겠는가? 간구의 내용은 필요성이다. 지금 꼭 필요한 것을 구하는 것이다. 자녀가 아버지에게 사치품을 사달라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자녀가 부모에게 떼쓰는 것은 지금 꼭 필요한데 없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데 없다면 한번만 달라고 요청하지 않을 것이다. 주야로 그것을 얻을 때까지 조를 것이다. 간구의 기도는 필요성에서 시작하여 긴급성으로 진행, 지속성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몇 달동안 쿠미에서의 삶은 이 간구의 기도를 훈련하는 기간이었던 것 같다. 3월 초에 코로나로 인한 Lock down이 선포될 때만 해도 그 기간이 그렇게 오래 가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처음에 한 달은 좋았다. 말라리아 이후 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한달은 그냥 견딜만 했다. 그러나 3개월째 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6월이 되자 비는 눈에 띄게 줄9고 모기는 더 많아졌다. 이곳에서 불쑥 불쑥 전기가 나간 것은 놀랄 일도 아니지만 아예 본격적으로 전기가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어느날 동네 변압기가 고장나자 깜깜한 정전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누가 고치겠지 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역 전기 담당자 이름(리쳐드)을 알아내 고쳐달라고 했더니 네 번이나 온다고 했다가 결국 오지 않았다. 포기할 때 쯤 누가 캄팔라에서 새 변압기를 사서 해결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것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 4주째 전기가 끊기자 냉장고는 못 쓰게 되고 길고 무더운 밤은 계속되었다. 대신 밤에 아름다운 별을 볼 수 있지만 그것도 최소한 모기 몇 방은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속에서 '하나님, 제발 전기가 들어오게 해주세요'. 절로 기도가 나왔다.

전기가 나가면 불편한 것 중의 하나가 휴대폰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글을 많이 쓰는 나는 컴퓨터도 잘 안되는 데다 휴대폰까지 못 쓰면 꼼짝없이 손발이 묶인다. 어느날 형편을 안 신학생 하나가(국경 폐쇄로 집에 못간 학생) 자기가 충전하는 데를 안다며 내 휴대폰을 가져갔다. 그런데 웃는 얼굴로 휴대폰을 가져간 학생은 오후에 우는 얼굴로 돌아 왔다. 충전하다 휴대폰을 떨어뜨려 액정을 깨뜨린 것이다. 떨어뜨렸다는 곳에 가보았는 데 도무지 깨질 상황이 아니었다. 높은 데서 떨어져도 웬만하면 안 깨지는 휴대폰인데(세계가 자랑하는 삼성 갤럭시9) 하필 떨어지면서 앞면이 쇠에 부딛쳐 깨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을 행한 아프리카 학생은 내 앞에서 커다란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아, 이 학생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작년에는 찬양하라고 키타를 한대 사줬더니 용케도 키타를 부러뜨렸다. 나는 그렇게 완전히 부러진 키타를 내 생에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실패를 통해 배우겠지만 나는 그들의 실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나 할 일이 많다. 24시간 휴대폰들고 사는 사람에게 휴대폰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아는가? 사방이 막힌 코로나 상황, 그나마 선교지에서... 결국 휴대폰은 캄팔라로 보내졌고 3주만에 힘겨운 복구의 과정을 겪었다. 충성스런 삼성맨 김경수집사의 수고 덕분이다. 나는 선교현장에서 죽어가는 영혼을 위한 기도를 '휴대폰 고쳐주세요' 라는 기도만큼 절실하게 해 본적이 없다. 하나님께는 죄송하지만 그만큼 필요하고 절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훈련은 간구의 기도 훈련의 작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것은 집사람의 건강문제였다. 본래 집사람의 건강 수준으로는 아프리카까지 오기는 무리였다. 먹는 약만 해도 8가지가 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혈압과 관련된 뇌질환이었는데 그것은 더운 나라, 그나마 병원과 약품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평생을 목회하는 남편 만나 고생하는 가운데 이번에도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그 많은 약품 가방을 한 아름 들고 아프리카로 올 때 나는 속으로 울었다.

문제는 그 약마저 7월 중순이면 다 떨어지게 된 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사태를 생각하지 못하고 여름에 한국 나가면 구하지 했는데 코로나로 하늘 길도 뱃길도 막히면서 약을 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할 수 없이 우간다내 한인 의사, 약사들, 심지어 현지 의사들에게 수소문해서 약을 구하는 과정에서 나는 거의 매일 '주여, 약을...' 하며 기도를 입에 달고 다녔다. 그것은 차라리 기도가 아니라 외마디 소리였다. 긴 기도도 필요없었다. 급하면 말이 필요없는 지 모른다. 그저 '주여, 약을!' 하다가 나중에는 '약!' 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8개 중 6개는 구하고 하나는 못 구하고 나머지 하나는 조금 다른 약을 구했다. 그나마 감사하고 아침에 기도하는데 성령님이 감동했다. '종아, 너는 복음을 전한다고 하면서 무슨 약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 내가 준 신약과 구약은 천국 가는 데만 필요하고 아픈 데는 필요 없냐? 그것을 먹으면 나으리라'. '예, 알았습니다' 하는 순간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약을 DHL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약 문제를 해결해 주신 하나님, 아프리카의 특성상 약이 올 때까지 많은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희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러나 간구의 기도 훈련은 더 필요했다. 장기간의 정전으로 비가 오지 않자 모기가 더 활동하면서 평소에 좋아하는 집사람을 공격한 것 같다. 어느날 갑자기 몸이 안좋다고 해서 보건소에 갔더니 말라리아 1이라고 했다. 작년에 이미 말라리아에 걸려본 아내는 그나마 일찍 가서 다행이라고 했지만 약을 먹었다고 금방 좋아지지 않았다. 첫날은 약을 먹고 조금 좋아지는가 했더니 둘째날은 잠을 한 숨도 못자고 세째날은 계속 구토를 했다. 지난 2월 내가 걸렸던 말라리아와 비슷한 현상이었다. 코로나로 학교수업이 지연되면서 7월에도 수업이 없으면 당분간 캄팔라에 있다 돌아오리라 했는데 불가불 그 계획을 앞당겨야 했다

아침 일찍 주섬 주섬 짐을 싼 후 계속 토하는 아내를 데리고 캄팔라로 향했다. 노련한 죠셉의 운전으로 캄팔라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그 사이 집 사람은 뒷 자리에서 쉴새없이 고통의 소리를 토해냈고 나도 쉴새없이 기도했다. '주여, 말라리아, 주여, 말라리아'. 그런데 병원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International Hospital Kampala 병원 응급실에서 피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의사가 달려오더니 쪽지를 내밀었다. 그리고 말했다. '말라리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데요'. 쪽지를 받아보니 검사 결과 말라리아 균을 발견할 수 없다고 되어 있었다. 나와 아내는 순간 의사를 의심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의 명확한 결과는 의심할 수는 없었다.

도대체 그 심하던 말라리아는 어디로 간 것일까? 차안에서 바람에 날아갔나? 아니면 스스로 소멸되었나? 하나님의 기적은 언제나 일어나고 우리는 오직 그의 긍휼에 힘입어 산다는 것을 깨달을 뿐이었다. 순간 '어부의 기도'가 생각났다. '하나님, 바다는 넖고 내 배는 너무 작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표현하는 데 이 두 귀절이면 충분했다. 우리는 그저 하루 하루 하나님의 은혜로 살 뿐이다. '여호아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시다'(애3:22).

그렇다. 우리는 왜 기도하나? 기도는 하나님이 우리를 통하여 일하시는 최고의 방법이다. 팀 켈러의 아름다운 비유처럼 기도는 마치 전기 스위치와 같다. 전등 스위치를 올리면 전구에 불이 들어온다. 이 경우 스위치가 불을 가져왔는가? 아니다. 빛은 스위치 밖에 있고 스위치는 에너지 자체가 아니다. 그렇다고 스위치없이 빛이 들어오는가? 그것도 아니다. 스위치는 빛이 아니요 매개체에 불과하지만 아무리 강한 에너지도 스위치없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기도가 만능이 아니라 하나님이 만능이시다. 하나님의 가장 큰 능력은 응답의 능력이 아니라 지극히 작은 우리의 스위치를 존중하고 그것의 작은 작동이 멈출 때까지 경청해 주시는 은혜와 겸손의 능력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도한다고 하나님이 금방 응답하지는 않는다. 탁월한 기도의 교사 오 할레스비는 기도를 채광과 비유했다. 광부가 금을 캘 때 그는 어두운 갱도에 들어가 사력을 다해 구멍을 뚫는다. 그것은 끈질긴 작업이면서 또한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다. 그가 힘들여 구멍을 뚫으면 거기에 폭약을 넣고 갱을 터뜨린다. 그때 돌속에 숨어 있던 금이 광부앞에 나타난다. 그렇다. 기도는 요청이다. 그러나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생명을 건 고된 요청이다. 기도는 하나님의 약속이다. 그러나 그 약속이 실제 이루어질 때까지 쉴새없이 믿고 고백하는 싸움의 긴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하나님이 기대하는 것은 우리를 안달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그릇으로 단단하게 구비시키는 것이다. 우리 평생 구하고 찾고 문을 두드리자. 그리고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7:11). 아멘.

아프리카(122)

영적 전투의 기도: Combat

마음의 기도가 하나님을 친구(friend)로 여기는 친밀한 기도요, 간구의 기도는 아버지(father) 하나님을 향한 자녀의 기도라면 영적 전투의 기도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영적 전사 (fighter)의 기도다. 우리는 연약한 피조물로 하나님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창2:7), 동시에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그의 대리자로 하나님을 대신하여 이 땅에 살아간다(창1:28). 연약한 자로 드리는 기도가 간구의 기도라면 대리자로 드리는 기도가 영적 전투의 기도다.

'사람이 먼저 강한 자를 결박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강한 자의 집에 들어가 그 세간을 강탈하겠느냐'(12:29). 예수님의 이 말씀은 귀신들린 사람을 쫓아내는 것을 보고 시비를 거는 바리새인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그들은 예수님이 바알세불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낸다고 비난했지만 예수님은 한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 나라의 영적 세계를 집의 비유를 통해 말씀하신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방해꾼으로서의 마귀의 존재와 그에 대한 영적 대적의 필요성이다. 예수님에게 마귀는 매우 강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방해꾼이기 때문에 반드시 결박하고 추방해야 할 존재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는 시대에 살아 마귀, 사탄등을 말하면 매우 비현대적이고 저급한 신앙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간첩이 없다는 말을 간첩이 가장 좋아하듯이 마귀도 자기의 존재를 부인하거나 그에게 관심을 갖지 말라는 사람들의 말을 가장 좋아한다. 반대로 마귀는 자신에게 지나치게 관심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그에게 예속되게 하는 계략을 쓰기도 한다. 당신은 마귀의 존재를 믿는가? 성경은 마귀(사단)에 대해 400번 이상 말하고 있다. 당신은 마귀에 빠져 사는가? 성경의 관심은 마귀와 싸워 이기는 실천적 기도의 영적 삶이다.

마귀와 악한 영은 어디 있는가? 나는 아내와 함께 지난 토요일(6.27) 캄팔라로 올라 왔다. 아내때문에 급하게 올라온 셈치고 싼 아파트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다. 집을 소개해준 선교사와 함께 집에 가보니 집은 좁은 데다가 사방이 막혀 있었다. 창문은 거의 없고 그나마 있는 창도 먼지로 수북히 쌓여 있었다. '시골에서도 이렇게 안 살았는데...'. 생각할 즈음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화장실, 부억에서 수도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아, 얼마만에 보는 수도물인가? 그동안 쿠미에서는 빗물로 살았었다. 그릇도 빗물로 씻고 세수도 목욕도 빗물을 데워서 했다. 어쩌다 목욕하면 온 몸이 따끔거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수도에서 자동적으로 나온 물로 깨끗이 설겆이하고 콸콸 쏟아지는 따뜻한 물로 목욕까지 하다니...

방으로 들어가 카톡을 두들겼는데 쓰는대로 들어갔다. 쿠미에서는 카톡이 안들어가 글을 쓴 후 항상 밖에 나가야 했다. 툭하면 전기나가고 충전도 안돼 이번에도 휴대폰을 망가뜨리는 원인이 되었다. 그런데 캄팔라는 모든 것이 다 잘 되었다. 수도, 전기, 카톡...아, 나는 아프리카 에 산지 1년 4개월만에 신세계를 만난 것이다. 저녁에도 반짝이는 전기불을 바라 보면서 신기해서 잠이 안 올 정도였다. 시골쥐가 도시쥐가 된 기분으로 하룻밤을 자면서 그동안 쿠미에서 있었던 일을 묵상했다.

환경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환경은 좋을수도 있고 나쁠수도 있으나 마귀는 어떤 환경에서도 우리를 나쁘게 몰고 간다는 것을 알았다. 쿠미의 전기없는 밤이 어둡긴 해도 더 어두운 것은 내 마음의 어둠이었다. 전기없어 깜깜한 쿠미의 밤에 홀로 일어나 문득 더 어둡고 무서운 것은 내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전기없어 못쓰게 된 냉장고의 음식들을 버리면서 내 안에 있는 쓰레기가 더 악취가 나는 것도 알았다. 항상 악은 내 속에 있고 내가 싸울 적은 외부의 환경이나 사람이 아니라 내 속에 있는 어둠이요 죄악임을 알았다.

싸움의 대상을 내 속에서 찾지 않고 외부의 환경이나 허망한 공중권세에서만 찾는 것은 공격의 예봉을 피하려는 마귀의 계략에 빠지는 일이다. 모든 악한 생각이 마귀에게 온 것은 아니지만 마귀는 항상 악한 생각을 준다. 마귀는 주님이 뿌린 밭에 가라지를 덧뿌린다(마13:28). 마귀의 계략은 환경은 그대로 두고 사람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가난한 환경은 자포자기하게 하고 부요한 환경은 타락하게 한다. 불편한 환경은 불평하게 하고 편안한 환경은 안일에 빠지게 한다. 자신속의 악한 가라지와 예방적으로 싸워야 영적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영적 싸움의 기도가 다른 기도와 다른 점은 다른 기도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라면 영적 전투의 기도는 '하나님으로서' 기도하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간구의 기도가 '하나님께'(to God) 기도하고, 마음의 기도가 '하나님과 함께'(with God) 하는 기도라면, 영적 전쟁의 기도는 '하나님으로서'(as God) 기도하는 것이다. '하나님으로서' 기도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대신하여 기도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 존재의 연약함때문에 간구의 기도를 허락하셨고 우리 존재의 위엄을 위하여 영적 권세의 기도를 허락하셨다'(리쳐드 포스터). 하나님은 우리를 하나님의 대리자로 창조하셨고 우리는 세상에 사는 동안 하나님을 대신한다.

아프리카의 자연이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운 자연을 신으로 숭배하는 세력과 우리는 싸워야 한다. 아프리카 교회는 주일날 신자들이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다음날 주술, 마술사에게 찾아가 자신의 액운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는 교회가 주술사보다 능력이 없거나 교회는 다만 예배만 드릴뿐 실생활에는 관심이 없다는 증거다.

목회하는 학생중 하나가 주일날 초청해서 그 교회에 갔는데 뒷 자리에서 구시렁 구시렁 혼자 말로 예배를 방해하는 남자가 있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살짝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면서 내버려두라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태도가 눈에

거슬렸고 설교는 방해를 받았다. 예배를 방해하려는 사단의 의도가 분명했다. 설교도중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했다. 꾸역 꾸역 일어났는데 그를 보는 순간 하나님이 모독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바라 보는 순간 교회안은 긴장이 흘렀다. 내가 말했다. '여기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거룩한 곳, 여기서 나가든지 가만히 있든지 하세요'. 놀랍게도 그는 자리에 앉더니 예배시간 내내 조용했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실 뿐 아니라 하나님을 대신하여 선포하라고 말씀하신다. 출14장에 예가 나온다.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바다 앞에서 진퇴양난이 되었다. 백성들이 혼란에 빠져 있을 때 하나님이 모세에게 말씀했다. '여호아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어찌하여 내게 부르짖느냐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앞으로 나가게 하고 지팡이를 들고 손을 내밀어 그것이 갈라지게 하라'(출14:15:16).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하는 일과 홍해를 가르는 일은 하나님의 일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일을 모세에게 맡겼고 모세가 지팡이를 높히 드는 순간 그는 하나님을 대신하는 자가 되었다. 모세가 '하나님께'(to)기도하자 하나님은 그에게 권세를 주시고 '하나님으로서'(as) 일하도록 하셨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대리자로 창조되었다. 놀라운 것은 예수님은 제자를 선택하자 마자 그들에게 예수님을 대신하는 권세를 주셨다는 것이다. '예수께서 그의 열두 제자를 부르사 더러운 귀신을 쫓아내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는 권능을 주시니라'(마10:1).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권능'을 주신 싯점을 주의해야 한다. 3년간 제자훈련 다 받고 수료식때 주신 것이 아니다. 그들의 불신, 미숙한 성품, 연약성이 다 고쳐진 후에 주신 것이 아니다. 부르실 때 주셨다. 그나마 12제자에게 다 주셨다. 그 속에는 당연히 가롯 유다도 포함된다. 문제는 이들이 이미 받은 권세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신은 하나님이 주신 권세를 사용하는가? 혹시 나는 목회자가 아니라고, 능력자가 아니라고, 아직도 영적으로 미숙하고 도덕적으로 흠이 많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성경에서 마10:1 을 지워버려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 기도했다면, 이제 하나님을 대신하여 선포하자. '큰 산아 네가 무엇이냐 네가 스룹바벨앞에서 평지가 되리라'(슥4:7). 코로나야 네가 무엇이냐 네가 크신 하나님앞에서 재가 되리라.

마음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안에서 그와 지속적인 교제를 구하자. 간구의 기도를 통하여 우리의 필요와 소원을 간절히 하나님께 아뢰자.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가 임하도록 하나님을 대신하여 능력을 선포하자. 그리고 이 모든 기도는 오직 한 가지 목표에 도달한다는 것을 고백하자.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니다'(For yours is the kingdom and the power and the glory forever. Amen).아멘.

아프리카(123)

이중표: 영원한 죽음을 살다

지난 7.7(화)는 고 이중표 목사님 추도일이었다. 2005.7.7, 그날 새벽, 그는 그동안 그를 붙잡았던 질고의 사슬을 끊고 그가 그토록 사모하던 주님 품에 안겼다. 당시 서울의 모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던 나는 그의 부음을 듣고 분당으로 달려갔다. 그의 환히 웃는 영정앞에서 그를 사랑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치며 애도하고 있었다. 향년 67세, 아직 더 살아도 되는 아까운 나이였다.

'오늘의 문제는 싸우는 것이요, 내일의 문제는 이기는 것이며 모든 날의 문제는 죽는 것'이라는 빅톨 유고의 말대로 죽음의 문제는 우리 생의 최고, 최후의 문제가 아닌가? 툭하면 비극적 죽음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세태속에서, 남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고도 자기는 평생 죽지 않을 것처럼 조롱하는 패역한 세대속에서 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리고 이중표는 죽음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

생각컨대 이중표 목사의 한국교회에서의 최대 공헌은 한신교회를 세운 것이 아니다. 호남 출신의 기장목사가 강남에 광야의 기적을 일으켰다는 것도 아니다. 교회침체가 일상화된 오늘의 한국교회의 입장에서 그것이 부럽고 신화처럼 보이겠지만 역사를 살린 것은 언제나 업적이 아니라 존재다. 그가 남긴 교회 안밖의 업적이 적지 않지만 그는 그것으로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삼지 않았다.

이중표의 한국교회에서의 공헌은 모두가 기피하는 죽음의 문제를 교회와 영적 삶의 중심에 두었다는 것이다. 신학의 서열에서 항상 종말론의 끝자락에 위치하던 죽음을 성경의 케리그마요 복음의 핵심의 자리로 옮겨 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종말에 있던 죽음을 현재로 앞당겼고 죄와 죽음의 고통속에 사는 세상을 향해 '당신들을 위해 죽은 분이 있다'고 소리치고, 복음의 이름으로 성공과 행복만을 좇아가는 자기애적 기독교를 향해서는 '죽으면 산다. 죽어야 산다'고 외쳤다. 강남의 대형교회 목사가 죽음을 복음의 메시지로 선포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마도 그는 한국교회의 외로운 선지자였는지 모른다. 그는 그렇게 외칠 뿐 아니라 또한 그렇게 살았다. 그가 죽자 그의 영적 친구 옥한흠 목사가 입관예배에서 한 눈물의 설교가 천국에 있던 그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지 모른다. '이중표, 그는 잘 죽어서 잘 살았습니다'.

이중표 목사의 '죽음'은 그의 삶의 현장에서 배태되고 성장했다. 타고난 지병으로 그는 매 7년마다 수술대에 올라야 했고 그때마다 죽음은 그에게 성큼 다가왔다. 그에게 죽음은 언제나 친숙한 존재이며 동시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날 눅9:31을 읽을 때 커다란 하늘의 우뢰소리를 들었다. '영광중에 나타나서 장차 예수께서 에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말할새'. 이 말씀의 '별세'가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임을 깨달은 그는 그때부터 '별세'의 메시지로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별세의 복음이 가장 잘 고백된 것이 갈2:20인 것을 알았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